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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TK 상생의지 담긴 의성 화물터미널 설치는 마땅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의성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화물전용 터미널의 무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성은 물론, 경북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류의 시대를 맞아 화물터미널 건설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데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위해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물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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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法 21대 꼭 처리" 떠나는 윤재옥 마지막 호소 공감
그저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이 인상적이다. 그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시급한 법안"이라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을 지목했다. 국회 계류 중인 360건의 각종 법안과 안건 중 이 하나를 콕 집었다. 21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지만, 그의 퇴임 호소는 여야 모두 경청할 만하다.윤 원내대표는 "고준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이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고준위법은 원전 내 임시로 저장된..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숱한 이슈와 도전의 망각을 일깨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나라를 진중하게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회견 내용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숱한 어젠다와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채 상병 특검법'에서부터 의사 수 증원, 국민연금 개혁, 저출생과 미래세대, 민생물가, 반도체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고, 그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상당수 이슈는 어쩌면 총선이란 정치적 대결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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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이준석의 귀환
3년 전인가 신문사 로비에서 만난 이준석은 당당하면서도 지쳐 보였다. "당선될까요?" "글쎄요. 반반이라 봐요." 반반이면 50%인데 살짝 놀랐다. 30대 제1야당 대표가 출현할 수 있다는 데 내심 놀랐다. 대구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했던 그의 말은 실현됐다. 당내 3, 4선 중진들이 모두 나가떨어졌다. 정치권에도 드디어 MZ식 새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까. 36세 야당 당수는 집권당 당수로 이어졌다.3년 뒤, 이준석은 경기도 화성을에 출현했다. 4번째 국회의원 도전이다. 서울 노원구에서만 3번 떨어졌다. 이번에도 모두 어렵다고 했다. 근데 인상 깊은 장면이 선거 막판에 나왔다. 이준석 모친이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한 '어머니 김향자'는 이렇게 말했다. "준석이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아들 앞에서 내가 '힘들지' 하면 우리 아들이 무너지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듯 밥해주고…그리고 나와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3시간을 울었다." 동영상을 보는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난 '아들 이준석이'가 드디어 금배지를 달 것이라 예감했다. 인요한이 말했던가. 이준석은 부모 교육 잘 못 받았다고. 그 대목이 떠올랐다.홍콩 인근 심천에서 사업을 하는 중학교 동창 친구가 카톡 전화를 걸어왔다. 예의 한국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이런저런 문답 끝에 동창이 대뜸 말한다. "난 이준석이가 이번에 꼭 됐으면 한다." 왜냐고 반문하니 "신세대가 정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준석이가 양향자(삼성전자 출신)와 3시간 동안 나눈 반도체 대담에 매료됐다. 그 토론에는 정치는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치열함이 있다. 어느 정치인이 그런 지식을 현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가." 내 친구는 성대 공대를 나온 공학도다.이준석을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그가 '싸가지 없다'고 한다. "건방지게, 싸가지 없이", 이는 한국 사회 특유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버릇이다. 노총각 이준석은 성접대 논란에 올가미가 씌워져 방출됐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행보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정설일 게다. 이준석은 '환자(patient)'는 서울(용산)에 있다는 도발적 발언까지 했다.지난해 연말 이준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조건을 달았지만 탈당의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결행 날짜를 12월27일로 못 박았다. 정치를 시작한 날이라나. 난 그의 실패를 예감했다. 전직 당 대표가 기껏 '천아용인' 소수파로 뛰쳐 나가봐야 허허벌판일 텐데…수모를 감수하고라도 본진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실리인데….한 달 전 서울 가는 길에 경부고속도로 동탄을 지나쳤다. 허허벌판이던 이곳 화성시 동탄 신도시는 삼성전자를 축으로 천지개벽 된 곳이다. 고속도로 지하구간마저 생겼다. 이준석이 출마했다니 궁금증에 검색했다. 상대는 기자 경력에 현대차 사장 출신 공영운(민주당), 삼성전자 공학도 한정민(국민의힘). 만만찮은 구도였다. 노원구에서 3번 떨어진 이준석에게 이런 넋두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이라면 할 수 있는 일(선거운동)을 다 했어요."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걸 쏟아붓고도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됐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죽기보다 낙선이 더 싫다는 이준석의 당선, 아마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헌사(獻辭)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낭만적인가. 논설실장박재일 논설실장
[단상지대] 삶의 정수에 다가가다
얼마 전 어떤 조직에서 경력변호사를 대거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는데 조건이 좋았다. 신입도 아니고 경력인 데다가 내가 했던 일과 관련이 있어서 나는 관심을 가지고 공고를 읽었다. 지원자의 나이 조건이 40세까지이니 지원 가능 나이도 넉넉하고 적절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읽던 중 현실타격감이 왔다. 내 나이가 47세인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흥, 경력이면 50세까지는 뽑아야지.'며칠 후 나는 문득 오랫동안 미루던 조혈모세포 기증(골수 기증)을 결심했다. 예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한 적이 있었는데, 조혈모세포 기증의 경우 입원해서 채취하고 회복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은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었다. 해가 바뀌어도 나는 똑같은데 내 나이의 숫자만 관용 없이 더해진다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졌고, 철없는 내가 이쯤 되면 삶의 지혜를 축적했을 것만 같은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나이가 든다는 것이 이렇게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장점도 종종 발견한다. 나이가 들면 유독 꽃 사진을 찍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아침에 아파트 거실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늘 비슷한 자리에서 운동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이 보인다. 나는 주로 스쿼트를 하면서 밖을 보는데, 그분들의 직관적인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을 보면 웃음이 나서 자세가 무너지곤 했다. 하루는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듯 팔을 펴고는 허리를 90도로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다. 퍼득퍼득 거리면서. 날갯짓은 일정하고 엄숙했다. 그런 날갯짓 이외에도 온몸을 일정한 규칙 없이 배배 꼬는 운동도 하셨다.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 족보에도 없는 운동을 따라 해 보았다. 독수리가 날아오르듯 시동을 걸고 큰 날갯짓으로 퍼덕이며 상체를 접었다 폈다 했다. 이 근본 없는 몸짓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여 유산소 느낌을 줌과 동시에 하체를 강하게 지탱하여 근력운동도 되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새가 나는 듯 명상효과와 마음의 평온까지 느껴졌다. 꽈배기처럼 배배 꼬거나 몸을 꿀렁거리며 예측하기 어려운 동작들을 정적으로 연결하는 이 직관적인 운동은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하여 피로를 풀고 스트레칭 효과가 있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앞뒤로 손을 손뼉 치거나 뒤로 가는 어르신들, 특이한 동작으로 몸을 푸시는 분들을 보면 '풋' 했는데 지금은 그게 삶의 정수에 다가가 있는 몸짓처럼 느껴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내 근육을 푸는 것과 편안함만 추구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전의 나는 놀기로 약속하면 맛있는 것 어떤 것을 먹을지 어디에 갈지 등 계획을 짰다. 무언가를 경험해야 할 것 같고 최대한 신나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놀았다고 생각되는 날은 자주 오지 않았고 그렇게 놀고 나면 놀아서 기가 털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목적적이지 않은, 잔잔하고 무색무취한 그런 시간에도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좋을 때 걷거나 앉아 있는 것, 전통시장을 천천히 걸어 지나갈 때도 놀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하고 작고 평범한 것들, 다른 사람의 인정보다는 내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이은미 변호사이은미 변호사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이스마일 하니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최근 확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전쟁의 종전과 이스라엘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스마일 하니예(62)는 그 협상의 하마스 측 책임자다. 그는 지난 4월10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들 3명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입장이나 결의에 흔들림이 없다고 언명했다. 이스라엘은 그 아들들이 하마스 공작원이라고 했으나 그는 아들들을 순교자라고 치켜세웠다. 지금까지 그의 대가족 중 60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지난 공습에 아들들 외에 손자 셋도 함께 희생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동포는 자유와 존엄성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도 했다.하니예는 2006년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총리가 되었으나 그 이듬해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었다. 그는 그 해임을 인정치 않았다. 그때부터 웨스트뱅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였으나 가자지구는 총리인 그가 통치하였다. 2014년 두 지역의 통합정부가 꾸려지자 그때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그때부터 2017년까지 가자지구의 실질적 통치기구인 하마스를 이끈 사람도 그였으며 그 이후로도 정치국 의장으로 여전히 그 지역을 책임지고 있다. 2017년부터 그는 카타르 도하에 거주하고 있으나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일류호텔에서 생활한다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이집트에서 땅굴을 통해 들어오는 상품에 20% 세금을 매김으로 많은 돈을 그러모아 가자시 경치 좋은 해변에 엄청난 땅과 여러 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시행한 차기 대통령 적격자 여론조사에서 어느 지역에서든 현 대통령보다 몇 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송재학의 시와 함께] 복희
복희야,부르는 소리가 들린다차가운 바닥에 앉아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개가 일어선다개가 걷고 소녀가 따라 걷는다인기척을 느낀 소녀가 먼저 지나가라고 멈춰 서서개를 가만히 쓸어주고 있다희미한 달이 떠 있다모두 눈이 멀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분할 수 없다 남길순 '복희'개의 이름은 복희, 소녀는 개와 잘 연결되어 있다. 호수 주변의 길을 산책하면서 몸짓이 큰 복희와 어린 소녀는 자주 다른 사람을 위해서 멈추었다. 그때마다 소녀는 복희를 쓸어주고 있다. 복희는 소녀의 손길을 잘 받아주고 있다. "모두 눈이 멀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분할 수 없다"는 장면, 개와 소녀 그리고 호숫가와 달이 정물화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커다란 개와 소녀는 낯선 풍경이지만 조금도 거슬리지 않으면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소녀를 따르는 우리의 개 복희는 소녀가 좋아하는 잔잔한 호수와 다르지 않다. 따뜻함이란 이처럼 비범하다. 사족, 희미한 달은 낮달일까 아니면 초저녁의 달을 가리키는 걸까.시인시인
[사설] 쓰레기 양산하는 선거홍보물…친환경선거로 전환 시급
제22대 총선이 극단적인 여소야대로 마무리됐다. 막말과 증오·겁박이 횡행하면서 양식 있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선거로 역사에 남게 됐지만 어쨌든 국회의원 배지의 주인공은 가려졌다. 위성정당 등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수십 년째 변화가 없다시피 한 선거홍보 방법 역시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선거공보물을 비롯해 현수막·포스터 등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양이 엄청나게 발생하는 만큼 현행 공직선거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일단, 발생량이 너무 많다.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공보물은 후보자 별로 차이가 있지만 많을 경우 8면을 넘기기도 한다. 후보자가 많은 선거구에서는 공보물만 20장을 웃돌기도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치러진 각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이 1만3천985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 때 사용된 현수막은 3만500여 장으로, 길이가 300㎞를 넘는다. 현수막 및 벽보 제작 때 상당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등 환경오염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 내에서도 친환경소재 사용과 온라인 홍보 강화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디지털 약자에 대한 대책이 포함된 온라인공보물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또 현수막 사용을 과감히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선거홍보 방식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선거홍보의 취지를 살리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공직선거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설] 청년세대에 외면당한 국민의힘, 이대로는 미래 없다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종섭 대사·황상무 전 수석 논란, 의정(醫政) 갈등,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 등 용산발 악재가 '정권 심판론'의 빌미가 됐다. 국민의힘 역시 자충수를 많이 뒀다. 현역 교체율이 35%에 그칠 만큼 공천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데다 선거전 막판에 '이(재명)·조(국)심판론'을 앞세운 것도 역효과만 냈다. 이 탓에 중도층 확장에 실패했고, 특히 청년세대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이번 총선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은 2030 청년층 유권자였다. 이들은 좌우 정치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부동층 특성이 뚜렷하다. 확고하게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 없이 선거마다 선택을 달리한다. 이른바 '스윙보터'다. 당초 국민의힘은 청년 표심을 기대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완전히 달랐다. 특히 2030 남성이 지지를 철회한 게 국민의힘 입장에선 뼈아프다. 실제로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 비례 위성정당을 찍은 2030 남성 유권자는 30%에 불과했다. 청년층 상당수가 여당에 실망해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등으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4050 지지에 더해 2030 여성 등 미래 표심까지 얻었다. 여당이 그나마 개헌 저지선을 지킨 건 콘크리트 지지층인 6070세대 덕분이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이들의 투표 비중은 급속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 미래는 없다. 더 이상 쪼그라들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변화와 쇄신이 있어야 한다. 청년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청년 정치인 등용과 청년정책 발굴에 매진해야 한다.
[자유성] 조용한 퇴사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갈수록 낯설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세대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자신의 능력치를 끌어올린 뒤,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흔해졌다. 봉급생활자가 이직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연봉과 복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애사심과 충성심은 안정성과 연봉에서 나온다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직장인 절반 이상이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떠날 마음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아직 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면서 이른바 '조용한 퇴사'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용한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8~10년차 직장인 57.4%를 비롯, 전체 응답자의 51.7%(매우 그렇다 12.7%, 대체로 그렇다 39%)가 '그런 상태'라고 답했다.특히 응답자의 65% 이상이 동료의 '조용한 퇴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면서 응원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가치를 높인 다음, 현재보다 나은 대우를 받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일련의 노력들이 선순환되면 개인과 회사의 긍정적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에 대한 평판이 평생 따라다니는 만큼 옮길 때 옮기더라도 재직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장준영 논설위원
[사설] 비서실 및 내각 인적 쇄신, 의석수·득표수 모두 감안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 쇄신을 위해 비서실 및 내각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 등 범야권이 192석으로, 108석을 얻은 국민의힘을 압도했으니 국정 쇄신은 민심을 따르는 것이다. 국정 쇄신의 시작은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비서관 그리고 총리 등 몇몇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다. 이번 주 중으로 비서실장부터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의 국정 쇄신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담는 것이어서 인사 대상자에 대한 검증과 여론 동향을 살피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쇄신 때 의석수로 확인된 민심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득표수로 보여준 민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얻은 득표수는 1천475만8천83표로 전체 투표수의 50.5%다. 국민의힘이 얻은 득표수는 1천317만9천769표로 45.1%다. 민주당은 득표율에서 국민의힘에 5.4%포인트 이겼는데, 의석수는 1.8배(+71석)나 많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방식 때문이다. 그 결과 수많은 국민의힘 후보 지지표는 사표(死票)가 됐다. 인적 쇄신 과정에서 이들 보수 유권자의 표심까지 무시돼선 안 된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험지에 출마해 낙선한 인사를 비서실 및 내각 개편 때 원천배제하는 식의 인적 쇄신은 곤란하다는 의미다. 야권 역시 득표수의 의미까지 훼손시키면서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인사의 임명을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법률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200석 이상을 주지 않는 민심은 야당에게도 협치 명령을 내린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월요칼럼] 선거는 다시 돌아온다
벚꽃엔딩. 필 땐 모른다. 지고 나면 밀려오는 처연함을. 몰락의 그림자 길게 드리운 아스팔트 바닥 위로 선혈처럼 꽃잎이 찍혀 있다. 여당의 충격적인, 하지만 예고된 패배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국민정서를 정확하게 읽어 내지 못했고, 뒤늦게 알아차리고도 외면한 결과다. 대저 총선이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임에도 여당은 오히려 '야당 심판'을 외치는 기이함을 보였다. 집권당으로서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정치적 카운터파트를 악마화하며 범죄자로 몰아가는 데 올인했다. 자기편에는 관대한, 정권의 이상한 공정(公正)은 불신을 불렀고, 민생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데 대해선 분노가 일었다. 결국 중도층이 떠나갔다. 지난 몇 달을 복기해 보면 보수를 망친 주범으로 보수 논객과 언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고의적인 오독'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경선 기간이라 상당수 여론조사가 보수 과표집 현상을 보였다. 이런 경우 중도층의 지지율을 살펴야 함에도 보수진영의 패널과 유튜버, 언론은 이를 무시하고 여당의 압승을 노래했다. 이로 인해 '용산'은 오만해졌으며 상식 밖의 조처들이 취해졌다. 중도층의 지지율만이라도 제대로 알리고 경고음을 울렸더라면 선거전략을 바꿀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지지층엔 결집을, 상대진영엔 투표 포기를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조사에 나타난 중도층의 정권심판 구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고로 군주와 신하 간 역학관계가 한쪽으로 쏠리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먼저 신하의 입김이 강해 나라에 재앙을 초래하는 경우다. 제왕학의 명저 한비자(韓非子)에는 군주를 망하게 하는 '나쁜 신하'의 여덟 가지 수법, 즉 '팔간(八姦)'을 소개하고 있다. 뇌물로 부인·측근·친인척의 환심을 산 후 그들로 하여금 군주에게 청탁하도록 유도하는 것, 유창한 말재주로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강국에 복종하도록 하는 것, 화려한 궁전과 감상품에 마음을 뺏기도록 하는 것 등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묘한 기시감이 든다. 또 다른 유형은 '페르시안 메신저 증후군'이다. 이는 신하보다 군주의 입김이 센 경우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단지 패전 소식을 전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령들이 처형당했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서 나중에는 그 누구도 나쁜 소식을 전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군주 밑에서 누가 충성스러운 고언을 할 수 있겠나. 신하는 사실을 알리기보다 입을 아예 다물거나 군주가 들어 좋아할 말만 하게 된다. 지난해 엑스포 유치전에서 '29대 119'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기 직전까지도 '49대 51'로 추격 중이라는 보고가 올라갔다 하니 고대 페르시아만의 얘기는 아닌 듯하다. 집권 2년도 안 된 윤석열 정부가 레임덕을 넘어 데드 덕의 위기에 몰린 데는 경청과 고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에 집착하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든다. 남은 3년 누군가는 입을 닫고 귀를 열어야 하며 또 누군가는 귀에 거슬리는 충언을 해야 한다. 국정 쇄신이랍시고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여야 협치에 나서 정치를 복원하고 민생을 돌보면 된다. 지지자들도 달라져야 한다. 어떤 이는 나라 팔아먹어도 지지하겠다 한다. 지역주의에 기반한 이 소름 끼치는 맹목적 지지가 실은 보수를 망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 앞서는 이념은 없다. 꽃은 다시 피고 선거는 또 한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윤성은의 천일영화] 연상호 감독의 K-크리처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물, '기생수: 더 그레이'가 다시 한번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순위 1위에 올랐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2016)으로 K-좀비물의 부흥을 알렸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 공개된 '지옥'(2021)까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오징어 게임'(2021) 이후 K-콘텐츠 신드롬을 이어가는데 큰 몫을 해왔다. 그사이에 개봉한 '염력'(2017)과 OTT 오리지널 영화, '정이'(2022),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르기까지 그의 실사 작품들은 모두 비현실적인 캐릭터 및 사건들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모두 '판타지'라는 광범위한 단어 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세부 장르는 좀비물, 초능력물, SF 등으로 제각각인데, '기생수: 더 그레이'는 좀비물과는 또 다른 크리처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크리처물에는 사람을 죽이거나 위협하는 괴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호러물의 한 장르로 분류되기도 하고, 스릴러적 요소도 많이 가미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간 K-크리처물은 여타의 재난 영화들과 맥을 같이해 왔는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유사한 스릴을 선사함은 물론,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날카로움도 들어있고,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에 대한 애잔함이나 허무함까지 남긴다. 연상호 감독의 이번 시리즈 또한 그러한 특징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이 인간의 몸속에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에 대항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장르적 시도와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제는 고전(古典)이라 불릴만한 인기 일본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음에도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는 생물'이 있다는 기본 설정 외에 캐릭터 및 서사를 대부분 변형시켰다는 점이다. 주인공 '수인'(전소니)의 몸에 침투한 기생생물은 수인의 뇌를 반만 잠식하는 바람에 하루에 15분 정도만 괴물('기생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변종이 된다. 그래서 수인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두 개의 인격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런 특수성 때문에 수인을 같은 동족이라며 포섭하려는 기생수들과 기생수들을 박멸하려는 특수 전담반 '더 그레이'팀 모두의 표적이 된다. 원작의 주인공 '신이치'는 한쪽 팔만을 잠식한 기생수와 계속 소통하며 위기를 극복하지만, 수인은 해리성 장애처럼 자신 안에 있는 '하이디'와 동시에 깨어 있을 수 없기에 제 3자가 그들 사이의 소통을 담당해야 한다는 큰 차이가 있다. 우연히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강우'(구교환)는 수인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시장의 뇌를 노리는 기생수 집단을 처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생수: 더 그레이'는 변주된 세팅에 흥미로운 전사(前史)를 가진 캐릭터들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으며, 연상호 감독의 뛰어난 대중적 감수성으로 완성되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7) 흥행이 증명하듯 한국의 영상 기술이 일천하던 시절에는 CG만 매끄러워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미 세계 정상급의 영상 기술을 가진 현재에는 신선하고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가 인기의 정확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으며, '기생수: 더 그레이'는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의 휘발성이 강한 시대에 보다 롱런하기를 빌며, K-크리처물의 진화와 연상호 감독의 다음 도전도 기대해 본다.영화평론가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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