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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TK 상생의지 담긴 의성 화물터미널 설치는 마땅하다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이 하나둘씩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의성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됐던 화물전용 터미널의 무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성은 물론, 경북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물류의 시대를 맞아 화물터미널 건설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인 데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을 위해 합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물류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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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法 21대 꼭 처리" 떠나는 윤재옥 마지막 호소 공감
그저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이 인상적이다. 그는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시급한 법안"이라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 특별법'을 지목했다. 국회 계류 중인 360건의 각종 법안과 안건 중 이 하나를 콕 집었다. 21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과연 가능할지가 의문이지만, 그의 퇴임 호소는 여야 모두 경청할 만하다.윤 원내대표는 "고준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국민이 2030년부터 치명적인 환경 위협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고준위법은 원전 내 임시로 저장된..
[사설] 윤 대통령 기자회견, 숱한 이슈와 도전의 망각을 일깨워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나라를 진중하게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회견 내용을 잠시라도 들여다보면 작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숱한 어젠다와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눈치챌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들은 '부인 김건희 여사 및 채 상병 특검법'에서부터 의사 수 증원, 국민연금 개혁, 저출생과 미래세대, 민생물가, 반도체 전쟁,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거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 현안에 걸쳐 있고, 그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을 정도다. 상당수 이슈는 어쩌면 총선이란 정치적 대결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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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보험공단의 특사경 도입으로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 중 세계적으로 관심과 칭찬을 받는 제도는 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았듯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한다. 근데 건강보험료를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지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건강 보험의 지출관리를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무장병원이라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 약사 또는 법에서 정한 법인이 아니면 병·의원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불법개설기관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등에 본인 돈을 투자해 개설 자격이 있는 의사와 약사 명의를 빌리거나 비영리법인으로 가장해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운영하면서 그 수익을 취하는 형태다. 하지만 아무리 사무장병원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체가 불법이다. 사무장병원 관련 통계를 보면, 항생제와 수면제를 과다 처방하거나 불필요한 검사·진료 등 과잉진료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부당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 특정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는 등 개인 돈벌이에 급급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그 수익을 편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무장병원은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의료생태계를 파괴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고자 2009년부터 불법개설조사를 수행했다. 최근까지 1천447건의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는 등 확인된 재정 누수 금액이 무려 3조3천762억원에 달한다.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을 대상으로 징수한 실제 징수율은 적발금액 대비 6.92%로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으로 의심되는 곳을 조사해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 그 결과 통보까지 평균 11.5개월이 소요된다. 그사이 사무장병원 개설자들은 폐업으로 현장 증거물을 없애고 잠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 조사하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빠른 수사와 기소를 위해 특사경 권한 부여를 요구하고 있다.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단이 운영하는 '불법개설 의심 기관 감지 시스템(BMS)'을 활용해 불법 개연성이 높은 의료기관의 발굴·분석부터 단속에 이르기까지 이른 시간 내 실시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개설 의료기관에 모든 수사 역량을 집중해 신속한 수사를 펼치는 등 사건 인지부터 종결까지 기존 수사 평균 기간 11.5개월 대비 3개월 이내 수사 종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가지면 수사권 오남용으로 사무장병원 수사만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권의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사권 범위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권한 제한 등 법제화를 추진하면,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일은 향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현재 4개 의원실에서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하루빨리 관련 법안이 신속히 처리돼 국민 건강 보호와 함께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기반으로 건전한 건강보험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김기형
[자유성] 수면 이혼
옛 양반가에선 일심동체인 부부의 방도 안방(아내)과 사랑방(남편)으로 구분해 썼다. 야심한 밤 남편이 찾지 않으면 아내는 독수공방 신세를 면할 길이 없었다. 부부가 한 방에 있을 때도 거리를 둔 채 데면데면한 게 예사였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의 유교 문화가 낳은 풍경이다. 지금으로 치면 '쇼윈도(show window) 부부'가 많았을 법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에서 '부부 각방(各房)'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부부 갈등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 '부부가 각방을 쓰는 순간 남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오랜 각방은 소통의 단절을 불러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된다. 최악엔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각방이 이혼 사유가 될까. 관련 판례는 혼인 관계가 파탄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각방 별거가 오래되어 정상적 부부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되면 상대방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혼이 성립된다고 한다. 때론 불가피한 각방도 있다. 배우자의 심각한 '코골이'로 인한 경우다. 코골이만으론 이혼 사유가 안 되지만 각방으로 인해 결국 부부 관계가 악화될 경우엔 사유가 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에서 유행 중인 이른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이는 정상적인 부부가 밤이 되면 각자 다른 침실에서 잠을 자는 것을 일컫는다. 배우자의 코골이·이갈기·잠꼬대 등 '수면 방해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미국인 부부의 35%가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따로 자는 것이 부부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고 법적 이혼까지 감수하는 각방은 곤란하지 않을까. 이창호 논설위원
[김종현의 블록체인과 AI] "디지털 배지(Digital Badge)"
전월에 작성한 칼럼에서 코인 투자 위험성을 언급하였는데 이 글을 쓰기 이틀 전부터 큰 하락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손해를 보신 것 같습니다. 건전한 투자 되시기를 기원합니다.대통령 국정 과제로 지정된 디지털 배지에 관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관심이 뜨겁습니다. 디지털 배지란 디지털 교육 인증제라고 정의합니다. 비교과 과정에서 수료한 교육들을 디지털 배지를 발급받아 web3뿐만 아니라 기존 웹서비스 또는 모바일 서비스 등에서도 보여줄 수 있고 교육의 참여자가 맞는지 교육 간의 태도나 성적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이나 이모티콘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로서 모질라 재단(Mozilla)이 처음 시작하였고,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오픈 배지(OPEN BADGE)라는 국제 표준을 통해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항상 많은 사람들을 신규로 채용하고 있으며 많은 이력서를 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력서는 학력 이력 자기소개 정도로 구성됩니다만, 해외에서의 개발자 구인 구직 정보를 보면 취업 시 바로 투입할 수 있게 세부 요구 기술과 본인이 갖춘 기술 중심으로 적혀집니다. 국내 이력서가 서사적이라면 해외 개발자를 뽑는 이력서는 각자가 이수한 교육과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이 됩니다.때에 따라서는 정성적인 부분이 중요한 사업영역에 투입할 서정적·창조적인 인재도 있으나 디지털 시대와 인공지능 시대에는 좀 더 정교한 다면적인 평가 체계를 요구하며 인재가 준비한 것들이 진실이며 데이터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DID 기술을 통한 극도로 보안성을 강화한 개인 신원증명과 전자지갑에 인재들의 교육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서 여러 소셜 서비스 등을 통해 본인들 자랑하고 역량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과 사람이 모두를 검토해야 하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시스템을 통해 모으고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는 효율적인 회사 운영은 정말 편한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항상 새롭고 편한 기술을 만들어 가다 보면 "굳이 돈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나?"라는 질문들을 받습니다.과거 TV쇼에 출연한 빌 게이츠에게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야구 경기를 보거나 쇼핑을 할 수 있다는 대답에 진행자가 많은 웃음으로 대한 사례를 최근 다시 본 적이 있습니다. 기술의 초기 단계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고 한두 가지 뚜렷한 변화만을 보여줍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개발자가 되어라"라는 10여 년 전 이야기들이 기억나는데요. 굳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아도 상상력을 활용해 이렇게 저렇게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면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2023년 기준 디지털 배지 시장은 연 1억986만달러라고 발표하였고 연 19% 이상의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합니다.DID 시장에 대한 시장성이 가트너 발표 기준 2025년 예상 252억달러인데 비해 다소 작게 느껴집니다.아주 심플하게 수명의 연장에 따른 더 많은 교육과 제2, 제3의 삶에 대한 욕구로 인한 자기 개발과 자기 자랑의 시장은 조사기관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 더 큰 시장을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관련 기술과 기업이 투자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언급되기를 기원합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이 아닌 실사용 기술에 대해 고민하다가 디지털 배지를 소개해 드립니다.〈주〉루트랩 대표이사김종현 (주) 루트랩 대표이사
[시시각각(時時刻刻)] 에티켓도 국력이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감동적인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소매치기 같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한 나라에서 짧은 기간 어쩌다 겪은 경험이 그 나라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도 많다. 유럽에서 우연히 겪은 경험의 단상들이 스쳐 간다. 유럽사람들은 어떤 곳이든 출입구를 드나들 때 반드시 뒤를 돌아보며 사람이 뒤따라오면 문을 잡아주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누군가의 기척이 있으면 열림 버튼을 누르고 끝까지 기다려준다. 한번은 여행 중 호텔을 찾지 못해 헤매다 행인에게 길을 물으니, 꽤 멀리 떨어진 호텔 앞까지 직접 데려다주고 가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던 사람도 만났었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아직 낯설었던 시절, 타인에 대한 작은 배려들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외에서 좋은 경험만 있지는 않았다. 관광지에서 지하도를 걸어가다가 능청맞게 내 백팩의 물건을 훔치려다 눈이 마주쳐도 놀리듯 헤죽거리며 지나가는 소매치기범도 만났었다. 지하철에서 뒷주머니의 지갑과 휴대폰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자리에 앉아서 나의 이런 상황을 빤히 지켜만 보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낯선 곳에서 더 외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어떤 나라에서 좋은 경험을 통해 얻은 좋은 이미지가 그 나라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안 좋은 경험이 또 그 나라의 전부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 나라 국민의 작은 에티켓이 한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국력이 된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치안이나 도둑이 없다는 점에 매우 놀란다고 한다. "한국은 밤에도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 "카페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비싼 물건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윤리의식이 강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은 사생활이 침해될 정도로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사생활 보호가 약하지만, 치안은 좋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한몫하기도 한다.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 운크타드(UNCTAD)는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지위에 올려놓았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만큼 경제적 지위뿐만 아니라 윤리·도덕적 지위도 '동방예의지국'의 명성답게 선진국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막말에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맹자'에 "윗사람이 잘하면, 아랫사람은 반드시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矣)"라는 말이 있다. 또 '논어'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라는 말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사회가 더 건전해지지 않을까. 고대부터 법만 따지고 정치인들이 염치가 없으면 국민도 염치가 없어진다는 가르침이 있지 않은가.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의 배려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는 에티켓이 모이면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에 대한민국을 체계적·포괄적으로 바로 알리기 위해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한국 관련 정보의 현황을 점검·조사한다고 밝혔다. 케이팝, 불닭볶음면, 떡볶이 같은 것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통 예절을 지닌 바른 나라의 이미지로 세계에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권세훈 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신록의 꿈과 소통에의 열망
# 꽃 잔치그 많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새잎들의 그늘이 무성해진다. 신록의 계절이 열리는 것이다. 너무나 화려했지만, 한편 너무 짧았던 지난 꽃 시절을 아쉬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난주 총선 날 오후, 각자 선거를 한 다음 전국의 문인들 수십 명이 영천의 보현산 자락에 모였다. 나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산돌배나무가 거의 만개한 때여서 그 꽃을 보기 위해서였다. 꽃나무 하나를 보려고 서울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대전과 전북에서까지 문인들이 찾아오다니, 봄 호사의 극치가 이런 게 아닌가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참으로 진정이 넘치는 소박한 꽃 잔치였다. 오래된 고목이 한껏 가지를 뻗친 채 꽃핀 장엄한 나무에의 예찬이 잇달아 나왔다. 누군가는 '어르신'이라며 나무에 경배하기도 했다. 이들은 꽃나무 그늘에서 흔쾌한 술자리를 가진 후 이내 뿔뿔이 헤어졌다. 그때가 꽃 시절의 절정기였던 듯하다. 영천시에서 보현산 자락을 찾아가는 길가는 물론 영천 댐 주변의 길은 온통 벚꽃들이 터널을 이루었고, 산록과 들에는 복사꽃이 만개했다. 사과꽃과 자두꽃들 등 봄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꽃들이 지고, 신록이 세상을 덮기 시작한 것이다. 새삼, 꿈을 꾼 듯이 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본다. 이런 글이 눈에 띈다."아침이면 새 소리 구르고 언덕은 다시 부풀어 올랐다. 그러므로 어제의 밤이 결코 괴롭고 긴 것만은 아니었다."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 600번째 기념으로 나온 앤솔러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에 실린 이시영 시인의 글이다. 이 책은 시인선 501번에서 599번째에 걸쳐 나온 시집들의 시인들이 직접 쓴 뒤표지글을 모은 이색적인 앤솔러지다. 이 시인은 시집 '나비가 찾아왔다'의 뒤표지글로 이 짧은 글을 붙였다. 아침에 듣고 보는 자연의 놀라운 변화 앞에서 험난했던 지난밤을 되돌아보는 눈길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것을 나는 혹독했던 겨울을 지나 그 보상처럼 맞이하는 놀라운 꽃 잔치의 풍성함에 이어 새롭게 다독이는 신록에의 기대로 받아들인다. #시단의 경사말이 나온 김에 우리 시단의 경사를 짚고 가야겠다. 이번에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시인선으로 꼽히는 문학과지성의 시인선집과 창작과비평의 시선이 각각 600권째와 500권째를 내놓아 우리 문학의 눈부신 성과를 펼쳐보이고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첫 출간은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총서'(1974년)나 창비시선(1975년)보다 늦었지만 활발히 시집을 펴내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선으로 거듭났다. 1호는 황동규 시인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1978년 출간 이후 46년이 됐다. 창작과비평도 꾸준히 시선을 펴내어 500권이라는 기념비적인 부피를 쌓았다. 창비시선 1호는 신경림의 '농무'다. 이들 시인선들은 우리 문단의 꽃을 활짝 피워 다른 시인선들의 출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 시단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민음사는 '오늘의 시인총서' 외에도 1986년 시작한 '민음의 시' 시인선으로 최근 320호를 펴냈다. 문학동네도 2011년부터 '문학동네시인선'을 출간하며 최근 208호까지 이르렀다. 이들 시인선들의 꾸준한 출간은 우리 문학에의 신뢰와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이룬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옅어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문단에서 시집들이 꾸준히 발간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야말로 눈부신 꽃의 시절을 거쳐 신록의 푸르름으로 거듭나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시영의 말처럼 우리 문학은 어렵던 시절을 견뎌내어 이제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소통의 꿈그래, 다시 말하지만, '아침의 새소리와 부풀어 오른 언덕'은 풍성했던 꽃 시절을 거쳐 맞는 신록의 푸르른 세계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아침의 새 기운으로 간밤의 '괴롭고 긴' 시간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말을 나는 또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시간으로 바꾸어 말해보고 싶어진다. 선거가 끝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엄청난 말의 성찬이었다. 온갖 말들이 강렬한 기세로 피어나 봄꽃처럼 화려하게 전국을 덮었다. 그리고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불통이라는 현 정부를 겨냥한 야권의 집요한 정권 심판론의 공격이 주효한 듯하다. 이러한 판세 때문에 여러 가지 정국의 전망이 나오지만, 어쨌든 여든 야든 국민의 선택을 받아들여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고 타협하며, 소통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정치도 꽃 시절을 지나 신록의 차분하고도 푸른 시기에 접어든 것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득 학창 시절에 읽은 이양하의 수필 '신록 예찬'이 생각난다. 자연의 혜택을 고맙게 여기면서 그 가운데서 "봄과 여름이 혜택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봄, 봄 가운데에서도 만산(萬山)에 녹음이 싹트는 이때"를 제일 혜택이 많은 것으로 꼽는다. 그러면서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甲男乙女)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신록에 빗대어 관조한다. 서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마구 꽃피어대던 시절을 지나 한층 차분해진 녹음의 시기를 맞으면서 서로는 서로를 돌아본다. 그렇게 새롭게 우거지면서 강렬한 여름의 세계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선거 기간 중의 온갖 막말과 상대에 대한 증오의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다시 서로는 얼굴을 풀고 소통해야 함을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산돌배나무 아래서 원로 문인이 강조했던 "우리는 꽃도 좋아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는 말처럼 서로 대립했던 마음을 풀어서 어우러지고 상응하는 게 인간의 미덕인 것이다. 꽃 지고 푸르러지는 신록의 계절을 맞아 갖는 바람의 마음이다. 시인이하석 시인
[사설] 선거에 뺏긴 마음, 이제 나랏빚과 중동발(發) 위기에 눈 돌려야
총선에 나라 전체의 마음이 쏠린 사이,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 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고, 중동발(發) 전쟁의 암운마저 밀려들고 있다. 치열했던 선거전을 뒤로하고 정부와 국회가 무게중심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총선 뉴스에 묻혔지만 최근 발표된 지난해 '확정된 국가채무, 나랏빚'은 무려 1천126조원이었다.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50%를 넘었다. 국민 1인당 2천178만원이다. 국가 예산을 미래의 부채로 끌어쓴 탓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절 코로나 사태와 퍼주기 논란 속에 확장재정을 쓴 여파가 컸다. 문 정부는 GDP 대비 나랏빚 비율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정치권은 현금 지원성 복지 공약을 마구 남발했다. 후과는 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성장이 둔화하면서 세수마저 줄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유가 100달러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마저 봉쇄된다면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정치권은 이제 정쟁을 멈추고 나라 경제와 안보 전반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야 한다. 진영의 이익을 넘어 미래성장을 향한 진지한 토론과 협치가 요구된다.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을 비롯해 후세 나랏빚에 영향을 줄 사안들에 대한 개혁작업도 재개해야 한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확정되지 않은 나랏빚'으로 1천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도 중동발 악재 여파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국가 안보의 허점이 있는지 살피고 민생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시기가 다가왔다. 위기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巨野, '의정 갈등' 중재로 '협치' 선도하는 건 어떤가
의정(醫政) 갈등이 여당의 총선 참패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강경했던 정부는 원칙 고수와 유연한 대응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의료계는 단일 안을 내놓기는커녕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대화는 오리무중이다. 사태의 장기화마저 우려된다. 소통 통로가 막혀 요지부동의 상태일 때 필요한 건 '중재자'다. 지금 그 역할을 맡을 적격자는 국회, 특히 야당이다. 범야권은 총선에서 190석을 넘는 '거야(巨野)'의 신기원을 이뤘다. 입법 권력의 2/3를 거머쥐었다면 걸맞은 국정 책임을 지라는 민심의 명령도 동시에 받은 것이다. 곤경에 처한 정부 여당을 나 몰라라 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지 않은가.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여당 지도부 부재, 개각 압박 등으로 정부 여당이 갈등을 능동적으로 풀어갈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대학별 의대 증원 인원이 이미 발표되지 않았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의료 현장도 마냥 방치할 수 없다. 뻘밭에 왜 발 담그려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정치적 계산과 이해득실을 떠나 국민 고통에 마음을 열어 '중재'를 자임하길 요청한다. 총선 민의였다고 민주당이 거듭 강조해온 '협치'의 물꼬를 틔우는 일이기도 하다. '협치'는 일방적 요구나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거야가 정부 여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 민의를 받드는 게 몸집에 걸맞은 성숙한 자세다. 이게 의사 편도 정부 편도 아니고, 이재명 대표가 총선 직후 약속한 '국민의 충직한 도구'로서의 마땅한 책무이지 않겠는가.
[사설] 돌파구 안 보이는 지역 고용시장, 손 놓고 있어선 안 돼
올해 대구경북 인력 채용이 줄어들며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 1분기 대구와 경북지역 정규직 채용 공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 15%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중하위권이다. 채용 공고가 늘어난 곳은 충남(24%·1위)을 비롯해 전북·경남·세종·인천 5곳이다. 충남은 삼성 등 대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최근 채용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우리 지역은 좁은 문의 대기업은 물론 그나마 들어갈 만한 강소기업 일자리도 부족한 실정이다. 채용 공고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전체의 77.9%에 이른다. 심각한 일자리 불균형이다. 임금 격차 또한 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역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널린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을 대구경북 기업들이 모를 리 없지만 현재로선 인력을 고용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경기 불황 때문이다. 지역의 어느 기업인들 지역 인재를 많이 뽑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작금 중동발(發) 전쟁 리스크도 우리 청년들에게 우울한 뉴스다. 국내 경제의 전방위적 침체가 우려되면서 지역 고용시장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힘들 때일수록 대구경북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기업도 어려움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인재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주길 바란다. 아울러 정부의 고용 장려 지원책도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게끔 실질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하프타임] 화려한 교육 정책보다 중요한 것들
교육 관련 기사를 쓴 지 이제 두 달째가 됐다. 기자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교육 담당은 완전히 처음이어서 많이 낯설다. 교육 관련 자료에 나오는 전문용어도 어렵고, 숫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내가 서툴러서 기사를 잘못 쓸까 봐 늘 전전긍긍이다. 밥솥 사용법이나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처럼 나는 지금 자신이 없다. 맛있는 밥 짓는 법을 터득하려면 혹은 운전을 잘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듯, 괜찮은 교육 기사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교육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자가 지난 두 달 동안 교육 관련 기사를 쓰면서 직관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그 느낌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모순'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모순'의 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 또는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 무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어쩌면 '모순'은 '위선'과도 참 닮아있는 단어다.이 나라의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참 모순적인 것 같다. 최근 기자가 다룬 교육 관련 기사들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달 기자는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기사를 쓰며, 입시 불공정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얼마 전에는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기사도 썼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온 것들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운다. 반칙하면 안 되고, 남의 것을 탐하면 벌 받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고, 경쟁은 공정해야 하며, 법과 원칙은 지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실제 교육 현장, 그리고 우리 사회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배운 것과 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교육계의 이슈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한 지인이 기자에게 말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어른이 돼 마주하는 세상은 또 어떤가. 어른들의 그릇된 가치관과 욕망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 나라 교육의 어딘가는 늘 썩어 있을 것이다."그 지인은 지금 우리 주변, 네 주변을 보라고 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세상 안에 반칙과 꼼수,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지 않느냐고. 지인의 말이 맞았다. 교육계에서 마주한 불공정과 학교 폭력 등은 어른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세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니 말이다. 이는 곧 단편적으로 교육계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걸 깨닫고 각성을 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이 분명해졌다. 여태껏 수많은 기사를 썼지만, 기사로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지적해 본들 한계가 있다. 기사만 쓰는 게 아니라, 나도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업계의 평판 때문에, 혹은 겁이 나서 조심했던 부분들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 그게 기사와 현실 사이의 모순, 또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교육 당국에서 발표하는 정책들은 참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정책이 시행되는 환경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때론 썩어 있다면 그것만큼 지독한 모순이 또 있을까. 노진실 사회부 차장노진실 사회부 차장
[단체장의 생각:長考] 상주가 '모자'와 '만화'를 주제로 축제를 여는 이유
지역 축제는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홍보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 축제가 너무 많아지고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역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한 소비와 유희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축제는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야 할까.우선,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역사를 살려 독창적이고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전북 임실군의 N치즈축제는 임실만의 차별화된 임실N치즈라는 고유 콘텐츠와 치즈 테마파크를 조성해 전국에서 유일한 치즈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볼거리, 먹거리, 살 거리, 체험 거리가 풍성하고,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축제의 콘셉트와 상관없이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를 동원하거나 다른 지역과 비슷한 축제를 열면서 정체성을 잃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둘째, 지역 축제는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단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쇠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 축제는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관계인구를 확대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셋째,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생태축제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축제다. 이 축제는 나비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전시를 통해 나비의 생태와 문화를 알리고, 나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축제를 통해 동물이나 식물을 대상화하거나 파괴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한다.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장이 되어야 한다.지역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역 축제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역사를 살리고,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지역 축제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상주시라고 다르지 않다. 독창적이고 참여적인 축제와 관계인구를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과 만화축제다. 지난해 개최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축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점하고 '모자'라는 세계인 공통의 소재를 이용하여 축제로서 지역 경제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힘써왔다. 처음부터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저 가능성을 보고 만들어갔다. 상주시는 지난해 그런 가능성을 확인했다.만화축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준공한 만화특화 시립도서관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동되고, 그곳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일본 다케오시는 인구 5만명의 소도시지만, 시립도서관 하나가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을 창출했다. 우리도 이와 같다. 일본 고치현의 만화 고시엔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전국의 청소년과 가족들이 찾아오는 상주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강영석 상주시장강영석 상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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