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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가장 시끄러운 도시' 대구, 경각심 높여야 오명 벗는다
대구가 '소음의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이 지난해 전국 7개 특별·광역시별 병원·학교·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환경소음도(자동측정망)를 측정했더니, 대구가 평균 70.62㏈로 가장 높았다. 7년 연속 '가장 시끄러운 도시'로 낙인 찍힌 것. 70㏈은 지근거리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전화 벨 소리 또는 TV 시청에 방해되는 수준의 소음치다. 이만하면 대구에선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고, 심할 경우 잠을 이루기도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소음 공해가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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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이 거론하는 총리 후보, 협치에 부합한다
민주당 중진들이 차기 총리로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민의힘 의원을 연이어 거론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주 의원에 대해 "유연하고 정치력도 있는 분"이라며 "(국무총리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박찬대 의원도 2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주 의원 총리설과 관련, "주호영 의원이 그래도 성정은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긴 하다"며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21일 '주 의원이면 총리로 적합하다'는 익명의 민주당 의원 말이 한..
[사설] 막바지 다다른 21대 국회, 민생법안 이대로 뭉갤 건가
21대 국회가 다음 달 29일 막을 내린다. 지난 4년은 그야말로 허송세월이었다. 여야가 정쟁으로 날밤을 새우느라 정작 국회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입법 성적이 너무 초라하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2만5천건 중 처리 법안은 9천450여 건(35%)에 불과했다. 결국 나머지 1만6천여 개 계류 법안은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이 중에는 양곡관리법,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외에도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및 경제법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21대 국회가 끝까지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노윤구
김수영
유영철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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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낯선 경험에 깃든 뿌듯한 희망
봄이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로 흐르듯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 나이 듦을 외면하거나 죽음을 거부하고 싶지만, 결국은 '불굴의 패배'에 직면한다. 이미 종착지가 정해진 운명! 어찌 살아야 후회와 미련을 조금이나마 덜 남길까? 그건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사는 것이다. 끝 모를 호기심으로 매 순간 재미를 찾고 의미를 느끼면서 말이다.삶은 우연의 연속! 우연은 언제나 뜻밖에 찾아오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스물두 번째 국회의원 선거관리를 위해 유관기관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공문에서. 거주지와 가까운 투표소에 근무하는 건 매력이지만 열네 시간 근무와 최저임금을 살짝 웃도는 적은 수당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흔쾌히 도전했고 낯선 시선으로 즐겁게 근무했다. 퇴직이 일 년 남짓 남았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긴장과 바쁨의 열네 시간! 업무 배정과 교육을 거쳐 공정하고 투명한 투표 관리를 위해 엄숙하게 선서했다. 새벽 여섯 시부터 끊임없이 몰아치는 선거인의 행렬로 잠시 숨 고를 틈조차 없었다. 차분하게 차례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정중한 태도에서 교양과 품격을 갖춘 선진 시민이라는 뿌듯함이 절로 묻어났다.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투표함에 넣는 모든 절차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맡은 업무는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는 두 장의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의 직인을 날인하고 일련번호를 절취하여 순서대로 배부하는 것!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지극히 단순한 일을 무려 1천500번가량 반복했다. 젊은 날에 삶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느라 작업장에서 꼬박 한 달을 보내야만 했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랐고, 온실같이 평온한 지금의 삶에 무한 감사를 느꼈다.무심하게 스치듯 지나치는 게 아니라 손닿는 거리에서 1천명 이상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지구인이 제각각이듯 투표장을 찾는 선거인의 행태 또한 사뭇 달랐다. 그 모든 걸 온전히 지켜봤으니 멋진 경험을 했다. 여명이 밝아 오기 전부터 대기하거나 마감 1분 전에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잔뜩 굳은 얼굴에 한 손으로 용지를 받거나, 공손하게 두 손으로 받으며 "감사합니다"라며 격려하거나. 제각각 다른 표정과 자세였지만 어느 누구도 질서를 흩트리거나 평온을 깨지 않았다. 이제 날 선 공방은 끝났다. 승패는 명확히 갈렸다. 승자는 득의양양하게 환호를 내지른다. 패자는 거대한 민심의 물결에 하염없이 고개 숙인다. 모든 끝은 아쉽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선거는 또다시 있고 결과는 언제든지 달라진다. 그러니 진정한 승리는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The ballot is stronger than the bullet)"는 링컨 대통령의 말처럼.처음 해 본 사회참여! 비록 낯설고 힘들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맞닥뜨릴 새털처럼 많은 날들을 무엇으로 채워갈지 그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빛날 것임을 직접 확인했다. 휠체어를 타고 투표권을 행사한 아흔 살 할머니의 밝은 모습에서, 기표소에 같이 들어가자는 어머니의 손짓에도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차분하게 기다리던 초등학생의 준법정신에서.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 지사장)이재수 (국민연금공단 서대구 지사장)
[더 나은 세상] 캡틴의 운명
4월 초, 대학을 갓 졸업한 큰딸과 함께 일본을 다녀왔다. 교토와 나라, 오사카를 거쳐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일주일간의 여행이었다. 15년 전에 경험했던 첫 일본 가족여행을 그대로 재현해 보고픈 마음과 벚꽃의 나라에서 따스한 봄을 만끽하고픈 욕심이 혼재되어 있었다.예전, 모든 가족여행의 '캡틴'은 나였다. 여행 일정이 확정되면 곧바로 호텔과 항공권을 예약하고, 구글 지도를 참고해 교통편과 여행 동선을 정했으며, 다양한 여행서적들을 참고해 나만의 여행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그렇게 몇 달을 신경쓰다 보니 여행 당일이 되면 난 항상 녹초가 되기 일쑤였고, 결국 여행지에서 몸살이 나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난 단지 후원자에 불과했고, 내 딸이 '캡틴'이었다. 어리고 경험 없는 캡틴이어서 그런지 때론 불안했지만 예전과 같은 지난한 준비과정이 생략되어 난 참으로 편하고 여유로웠다. 난 딸의 계획에 무조건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필요한 돈을 송금해주었으며, 그렇게 단체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출발날짜만을 기다렸다. 그것은 지혜로운 아내의 권유이기도 했고, 딸의 성장을 지켜보고픈 나의 소박한 바람이기도 했다.여행 내내 큰딸을 졸졸 따라다녔다. 호텔 체크인을 할 때에도, 교통패스를 끊을 때에도, 트래블 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때에도 난 항상 딸 뒤에 있었다. 허리가 좋지 않은 관계로 지하철과 기차로 이동할 때에는 매번 서 있어야 했지만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본토초를 비롯한 예스러운 골목길은 지극히 아름다웠고, 나라코엔 사슴들의 전병에 대한 욕심은 여전했으며, 도톤보리의 상징 글리코상은 한결같은 동작과 에너지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15년 전, 그 느낌 그대로라고 해도 될 만큼 여행지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는다면 지금 내 옆에 아내가 없다는 것, 직장관계로 함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고 미안했다.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오사카 남바였는데 도톤보리 강가에 앉아 유람선이 오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딸과 함께 모둠꼬치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솔직히 큰딸과 난 예전부터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 진로에 대한 사소한 견해 차이가 거친 언쟁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확전되어 가출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린 술의 힘을 빌려 그 당시 서로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고, 그렇게 이해와 격려의 말로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치유했다. 아직은 이른 저녁이었지만 딸과 함께 마시는 술은 그 무엇보다도 달콤 쌉싸름했다.딸에게 막잔을 따르려는데, 망가(Manga)의 나라답게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제가가 맞은편 대형 상가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루피와 해적 샹크스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루피를 구하려다 바다괴물에게 한쪽 팔을 잃게 된 샹크스가 이스트 블루 풍차마을을 떠나기 전 자신의 보물인 밀짚모자를 루피에게 건네주는 장면 말이다. 샹크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춘 채 '언젠가는 꼭 해적왕이 될 거야'라고 외치는 루피를 향해 그는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그럼, 이 모자를 너에게 맡기마. 내 소중한 모자니 꼭 돌려주어야만 해. 물론 의젓한 해적이 되어서 말이다!"그래, 이 말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물든 그 강가에서 내가 '날 닮은 딸에게' 꼭 건네고 싶었던 말이었고, 마지막 술잔이 오갔던 그 찰나와도 같은 시간은 올드한 캡틴의 퇴장과 새로운 캡틴의 등장을 알리는 진정 경이로운 삶의 한순간이었다.우광훈 소설가우광훈 소설가
[사설] 전 국민 대상 현금 살포보다 서민층 지원 우선돼야
이재명발(發)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1인당 25만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지원금이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만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에서도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여권 입장에선 총선 압승으로 더욱 힘이 세진 제1야당 대표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여야가 민생회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타협점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이 대표 주장처럼 민생지원금의 긍정적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현금 혹은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비 진작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13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다. 민주당은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추경으로 해결하면 된다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20년 846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1천127조원까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경기 불황 탓에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올해 법인세만 해도 27조원이나 덜 걷힐 전망이다.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뭉칫돈 지출을 줄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도 책임 있는 야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지금 전 국민에게 용돈 정도를 준다고 해서 민생이 얼마나 나아지겠나. 그보다는 불경기 속에서 고물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층 지원에 집중하는 게 맞다.
[사설] 영수 회담 안건 줄다리기? '의대 증원'이 제1 의제다
국가 원수 간 정상회담도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회담이 왜 이리 어렵나. 그저께 양측간 첫 실무 협의가 40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회담 의제는 물론 회동 날짜, 다음 실무 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니 실망스럽다. 한술에 배 부를 순 없지만, 양측 신뢰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이날 안건 테이블에 올려진 의제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25만원 지원', 각종 '특검'과 '특별법', 대통령의 '사과' 등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곁가지 '정치 이슈'로 줄다리기하다가 정작 '민생'을 놓치고 있다.지금 국민에게 무엇이 가장 중하고 다급한가. 파국을 맞은 의료 현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의제에서조차 빠진 것 같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국민 관심사와 멀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의사들은 의대 자율 증원과 오늘 출범하는 의료개혁특위 모두를 거부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오늘로 꼭 한 달째다. 민법은 고용계약 해지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설득할 마지막 보루가 의대 교수 아닌가. 이들이 한술 더 떠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주 1회 셧다운'을 감행한다고 발표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다.의정(醫政) 갈등 해결은 영수 회담이 마지막 기회다. 각 대학이 내년도 모집 규모를 확정하는 시기도 임박했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의대 증원'의 가닥을 잡아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게 국정 책임을 공유하는 정치 지도자의 바른 덕목이다. 죽음으로 내몰린 국민을 고통에서 건져내는 일보다 시급한 게 어디 또 있겠나.
[박규완 칼럼] 선거의 공식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정립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불변의 공식이다. 선거에도 거의 정형화된 공식이 있다. 이를테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는 승리 방정식으로 통한다.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가.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흐름은 반복된다"고. 선거 역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4·10 총선도 그 흐름을 비켜가지 않았다. # X맨 많으면 진다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X맨은 SBS의 심리 추리 버라이어티 'X맨'에서 유래한 조어다. 지난 총선의 X맨은 누굴까. 국민의힘 지지율의 변곡점은 황상무 '회칼 테러' 겁박과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불거지면서다. 거기에 '대파 875원' 소동까지 가세했다.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실이 민감하고 불리한 이슈를 생산한 셈이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윤석열이었다."(김경미 섀도우캐비닛 공동대표)방어기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수정 전 국민의힘 후보는 허접한 논리로 대파 사태를 옹호하려다 외려 불씨를 확산했다. 선관위는 "대파 투표장 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며 '대파 모자'로 선거를 희화화한 야당 전략에 말려들었다. X맨들이 바통을 받아가며 불리한 이슈를 재점화했다.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대파 파동은 고물가와 연계되며 파괴력을 키웠다. 대파와 '런종섭' 사태로 국민의힘이 족히 20석은 날렸을 법하다. "대파 때문에 총선에서 대파 당할 것"이라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힐난이 맞아떨어졌다. # 원심력 약하면 진다영남당·강남당·부자당·노인당으로 웅변되는 국민의힘의 구심력은 꽤 괜찮은 편이다. '개딸'과 4050, 호남이 받쳐주는 민주당 못잖다. 아킬레스건은 원심력이다. 수도권, 2030, 서민·중산층, 중도·무당층으로 뻗어 나갈 원심력이 부족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한계도 원심력이다. 팬덤에겐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지만 외연 확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콘크리트 지지층의 절대다수는 60대 이상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쳐내고 안철수와 나경원을 무력화하고 유승민을 배제함으로써 우군의 영토를 좁혔다. 총선도 한동훈 원톱 체제였다. 지난해엔 친윤 당 대표 옹립을 위해 '당원 100% 룰'을 만들며 스스로 확장성을 차단했다. 총선 패배는 '친윤 순혈주의'에 집착한 폐쇄성의 후과일지 모른다. 국민의힘 낙선자 대회에서 쏟아진 성토에도 묘한 기류가 읽힌다. "용산과 단절하라." "당원 100% 룰을 고쳐라." 원심력을 강화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선거는 상대평가다"목련꽃 피면 김포는 서울에 편입될 것".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공약은 달콤했으나 현실성이 없었다. 목련꽃은 벌써 졌건만 서울 편입은 더 가물가물해졌다. 괜히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지르고 보는' 공약의 역설이다. 약체 민주당에 패배했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친명횡재 공천에다 궁중애로 전문가 김준혁 후보의 막말 시리즈, 양문석 후보의 사기 대출로 구설이 끊이지 않은 민주당에 졌다. 한동훈이 '범죄자 집단'으로 지칭한 사람들에 대패했다. 선거는 상대평가다. 유권자는 때론 차악을 선택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밉보였다는 방증이다. 패배 루틴을 혁파해야 차기 선거에라도 기회가 열린다.논설위원
[사설] 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는 명분과 실리에 부합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 경주가 유치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40%, 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차지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유럽을 제외한, 내로라하는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는 국제적 명성과 함께 상당한 후광효과를 누린다. 이 때문에 경주는 2021년 전통적·문화적 당위성과 경호·보안·운영능력 최적지임을 내세우며 유치 의사를 당당하게 밝혔다. 2025년 11월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에는 각국 정상 및 각료는 물론, 경제인과 언론인 등 6천여 명이 참가할 전망이다. 외형도 그렇지만, 질적으로도 매력적인 대규모 국제행사다. 시·도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등에 업고 있는 경주시는 최근 외교부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고 막판 스퍼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경주·인천·제주의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최도시 선정은 5월 중 서면심사와 현장실사를 거쳐 6월쯤 확정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경쟁 중인 인천과 제주 역시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경주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전통은 추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에너지장관 회의(2005년)와 교육장관 회의(2012년) 등 이미 APEC 관련 대규모 행사에다, 세계물포럼(2015년)과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2017년)까지 굵직한 국제행사를 깔끔하게 치른 경험도 있어 운영능력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경주 개최는 지방시대를 주창한 정부의 의지를 가늠케 할 수도 있는 만큼 외교부 실사단의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자유성] 소나무재선충병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다. 좁은 의미로는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와 러시아 동부에서 자생하는 적송을 가리킨다. 고문서나 고서화 등을 통해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고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친숙하며 지조와 의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넓은 분포도를 자랑하지만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수십 년째 숙지지 않으면서 국토 곳곳의 소나무가 신음하고 있다.재선충이 소나무를 갉아 먹으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가 막히게 된다. 솔가지의 초록빛은 적갈색으로 변하며 보통 3개월 이내 시들고 말라 죽는다. 재선충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1988년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까지 잘려 나간 피해목이 1천500만 그루가 넘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재선충병 유행 극심단계인 대구·포항·밀양 등 6개 지역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돼 집중 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산림청은 그동안 소나무재선충병 생태특성 파악과 진단부터 방제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단계별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실제로 피해지역 18개 시·군·구가 청정지역으로 전환되기도 했으나 기후변화와 잦은 산불 등으로 인한 확산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소나무류의 밀도가 높고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종전환을 본격 추진키로 방침을 정했다. 점차 사라지는 소나무가 아쉽고 안타깝긴 하지만 건강한 산림 조성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
[영남타워] 정호승문학관 개관 1년, 무엇이 달랐나
SNS에 올라 온 영상에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반가운 이들이 보였다. 일흔을 훌쩍 넘긴 정호승 시인과 서른 중반의 고명재 시인, 두 시인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호승 시인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고명재 시인도 덧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 요즘 시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볼륨을 높이고 두 시인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정호승 시인의 작품을 주제로 두 사람의 질문과 답이 오갔다. 오가는 대화도 흥미로웠지만 원로시인과 젊은 시인이 나란히 앉은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영상은 정호승문학관 개관 1주년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된 북토크였다. 행사에 초대받았지만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었는데, 영상으로나마 달랠 수 있었다.대구 수성구 범어천변에 정호승문학관이 문을 연 지 1년이 지났다. 문학관이 들어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작은 2016년 '수선화에게'를 새긴 범어천의 '정호승 시비'부터였다. 당시 일부에서는 '대구 출신도 아닌 시인의 시비가 말이 되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문학관 조성도 그 연장선에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대구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폐쇄적인 사고가 불편했다. 그런 주장이 되레 대구를 스스로 고립시키는 듯했다.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정호승문학관은 외관부터 남달랐다. 외벽이 온통 진한 황톳빛이다. 멀리서 봐도 시선이 갈 만큼 인상적이다. 황톳빛 외벽은 범어천 둑 위로 흘러넘쳤던 황톳물 색깔을 상징화한 것이다.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낸 정 시인은 둑 위로 넘치는 범어천 황톳물을 보며 자연을 배우고 인간을 이해했다고 한다. 시인의 꿈도 범어천에서 키웠다. '범어천이 내 시의 고향이자 내 문학의 모성적 원천'이었다고 시인 스스로 이야기하는 까닭이다.사견이지만, 정호승문학관 1년은 '문학관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죽어있는 문학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 달에 한번 마련된 독자와의 만남 시간에는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달 개근하는 독자도 여럿이었다. 무엇보다 개관 이후 정 시인은 부지런히 서울과 대구를 오갔다. 최근 문학관을 재정비할 때는 거의 매일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전시장을 꾸미는 시인의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독자들은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 시인을 만날 수 있었고 소통할 수 있었다. 생존 시인의 문학관이 왜 더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정호승'의 이름을 내건 문학관이지만 사실상 '독자와 대구시민의 문학관'인 점도 남다르다. 전국의 문학관 구성이 대부분 작가 위주이지만 정호승문학관은 독자와 시민 중심이다. 실제 지난 1년간 문학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쉼 없이 열리면서 연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시인들의 시집이 전시된 1층 북카페에는 '마실 나오듯' 들른 주민들로 가득했다. 덩달아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을 딴 '낙타 커피'는 시그너처 메뉴가 됐다. 지하 다목적 공간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강연과 콘서트 등이 수시로 열려 북적거렸다. 이 모든 것이 작가 스스로 권위를 내려 놓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보인다.정 시인 역시 지난해 필자와 만났을 때 "정호승문학관은 수성구민의 문학관이면서 대구시민의 문학관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정호승문학관 1년,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백승운 문화부장백승운 문화부장
[취재수첩] 일본의 끊임없는 독도도발 영유권 강화로 대응해야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도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가 역사적·법적으로 자국의 영토임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문서에는 "독도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으며, 일본 외무성은 이와 관련해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외교청서는 일본이 매년 4월에 발간하는 공식문서로, 전년도의 국제정세와 자국의 외교활동을 종합적으로 기록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은 올해로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도 곧바로 불러들였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정부는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어떠한 주장도 우리 주권에 하등의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라며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와 규탄 성명발표 등 단호한 대응 방침을 세워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의 왜곡된 외교청서 채택에 맞서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확실히 할 수 있는 영유권 강화가 답이다. 정부는 이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다. 또 일본의 침략 역사를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올해 예산 부족으로 운항에 차질이 예상되는 독도평화호의 예산 증액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지지부진한 독도 방파제, 종합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 독도 영유권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경북도와 울릉군에 과감히 위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본이 그들의 역사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도 말로만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기보다 독도가 왜 우리 영토인지, 일본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 쉽고 명료하게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야 한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
[기고] '해오름동맹' 상생 협력…지방시대의 성공 모델
경북 포항시는 2016년부터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은 물론 지리적·산업적 연관성이 높은 신라문화권의 울산, 경주와 '해오름동맹'을 맺고 상생협력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2016년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30분대 생활권으로 거듭난 세 도시가 동해안 광역 경제권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자 시작한 해오름동맹은 해마다 2차례의 정기회의를 열고 공동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해 왔다. 국가첨단전략산업 유치, APEC국제회의 경주 유치 등 각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지난해에는 관광실무협의체인 해오름동맹 관광실무협의회에서 세 곳의 관광명소를 함께 소개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SNS를 통해 공동홍보에 나서기도 했다.2024년 해오름동맹은 협력 분야를 더욱 넓혀 경제와 신산업 R&D, 교통, 도시 인프라, 문화·관광, 해양·물류, 방재·안전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오름 2차전지 글로벌 메카 조성, 해오름 글로벌 수소메가시티 조성, 국도3호선 도로 개량 및 확장, 해오름 관광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재난안전 공동연구 발굴단 조직 및 운영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오는 7월 해오름 동맹사무국을 출범해 본격적인 해오름동맹시대를 열어갈 전망이다.특히 지난해 7월 포항과 울산이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분야에서 동시에 특화단지 지정을 받으며 '전기차 산업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성장동력 추진에도 힘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포항은 양·음극재, 전구체 등 소재를, 울산은 최종 완성된 배터리로 완성된 전기차를 생산하고, 경주는 완성 전기차의 세부적 부품을 담당하며 보완적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지방이 주도하는 모델로서 발전하고 있는 '해오름동맹'이 광역과 기초단체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생활권을 만들어 인구 유출과 지방소멸을 막고, 주력사업들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며 실질적인 지역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오름동맹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하지만 상생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먼저 해오름동맹을 통한 구체적인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인 사업을 집행하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거나 중앙권한을 지방정부가 이양받는 특례를 반영한 특별법안 제정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포항시의회는 앞으로 세 도시의 연계협력 기반 구축과 특별법 제정 등 해오름동맹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노력과 지원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해오름동맹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지방시대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의 성장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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