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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尹·李 회담 以後…'공통 과제'를 고리로 협치 공간 넓혀라
윤석열 정부 첫 영수 회담은 입장 차만 확인한 셈이다. 합의문도 없었다. 그렇다고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합의문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큰 틀의 공감이 이뤄진 게 있다. 여기에 희망의 불씨가 있다. '공감'에 주목하고 이를 '포스트(post) 영수 회담'의 공통 과제로 삼아 협치 공간을 넓혀야 한다.공감을 이룬 부분은 크게 4가지다. △의료 개혁 △연금 개혁 △R&D 예산 복원 △지속적 만남이 그것이다. 두 사람이 가장 확실하게 공감을 이룬 부분이 '의료 개혁'이었던 건 다행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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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5만원 지원은 명백한 포퓰리즘, 이 대표는 공약 철회해야
'25만원 민생지원금'은 더불어민주당이 4·10총선에서 내건 공약이다. 5천만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풀어 민생을 지원한다는 논리였다. 무려 13조원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이 뜨거웠지만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공세적 반론을 펴지 못했다. 공약 자체가 달콤한 내용이라 한 표가 중요한 선거전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감안했을 것이다. 25만원 지원은 현금 살포로 명백히 대중영합주의, 즉 포퓰리즘 유혹에 가깝다. 이런 공약이 먹혀들어 민주당이 175석의 절대의석을 차지했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중장기적 미래와 건전성에 바탕한 냉철..
[사설] 교육현장 디지털 성범죄, 엄히 다스려야 확산 막는다
고교생이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저 호기심으로, 재미로 했다고 변명하겠지만 명백한 범죄일 뿐이다. 해당 여교사가 입은 정신적 피해와 수치심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법질서가 유지된다. 지나친 온정주의는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도 무조건적인 용서가 100%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가해자 입장이 피해자 인권보다 우선돼서는 곤란하다.경북지역 2개 고교에서 잇따라 적발된 '여교사 몰카' 사건은 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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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영수 회담은 입장 차만 확인한 셈이다. 합의문도 없었다. 그렇다고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합의문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큰 틀의 공감이 이뤄진 게 있다. 여기에 희망의 불씨가 있다. '공감'에 주목하고 이를 '포스트(post) 영수 회담'의 공통 과제로 삼아 협치 공간을 넓혀야 한다.공감을 이룬 부분은 크게 4가지다. △의료 개혁 △연금 개혁 △R&D 예산 복원 △지속적 만남이 그것이다. 두 사람이 가장 확실하게 공감을 이룬 부분이 '의료 개혁'이었던 건 다행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의 정책적 방향이 옳다"고 했다. 관련 정책의 집행을 두고 더는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협치 실험의 가장 든든한 고리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추진한 점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기가 왔다"고 했다. 이 또한 머뭇거릴 이유 없이 필요한 입법을 하면 된다. 대통령은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21대 국회에서)서둘러야 한다"는 주호영 특위 위원장의 요청이 더 타당하다. 갈등 과제를 질질 끌다가는 자칫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R&D 예산 복원에 대해 공감을 이룬 것도 긍정적이다. 예산 복원 방식과 시기는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진지한 논의로 풀 수 있다. 무엇보다 양측이 지속적 만남을 약속한 것이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비용이 연간 233조원가량이다.(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정치부터 갈등 요소는 절제하고 공감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영수 회담에 대한 해석 차이가 분분하지만, 실패냐 성공이냐를 가르는 것은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다.
'25만원 민생지원금'은 더불어민주당이 4·10총선에서 내건 공약이다. 5천만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풀어 민생을 지원한다는 논리였다. 무려 13조원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이 뜨거웠지만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공세적 반론을 펴지 못했다. 공약 자체가 달콤한 내용이라 한 표가 중요한 선거전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감안했을 것이다. 25만원 지원은 현금 살포로 명백히 대중영합주의, 즉 포퓰리즘 유혹에 가깝다. 이런 공약이 먹혀들어 민주당이 175석의 절대의석을 차지했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중장기적 미래와 건전성에 바탕한 냉철함은 선거 열기에 묻혔다. 결과적으로 그건 '매표 행위'와 다름없었다.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의 첫 회동에서도 25만원 지원이 다시 의제에 올랐다. 이 대표는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지원금은 꼭 수용해달라"고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가재정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내가 단칼에 잘랐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현금 살포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그 후유증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현금 살포의 여진으로 인플레이션이란 거대한 도전 앞에 각국은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고육지책으로 고금리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금 지원은 인플레이션에 절대적 악영향이다. 경제학의 원리다.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한편 아름다운 얘기이지만, 전 국민을 상대로 돈을 뿌리겠다는 발생은 국가부채를 1천100조원으로 폭증시킨 정당이 떠들어댈 정책은 아니다.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철회해야 마땅하다.
고교생이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저 호기심으로, 재미로 했다고 변명하겠지만 명백한 범죄일 뿐이다. 해당 여교사가 입은 정신적 피해와 수치심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법질서가 유지된다. 지나친 온정주의는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도 무조건적인 용서가 100%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가해자 입장이 피해자 인권보다 우선돼서는 곤란하다.경북지역 2개 고교에서 잇따라 적발된 '여교사 몰카' 사건은 각각 화장실과 교실에서 이뤄진 불법촬영이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했던 학생의 휴대전화에서는 신원 미상의 비슷한 영상물이 다수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퇴학 처분을 내렸으나 징계 조정위원회에서는 퇴학 조치를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실에서 피해를 본 여교사는 관련 영상 유포 여부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깝게 하고 있다.청소년범죄는 갈수록 영악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촉법소년 처벌 강화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 경북도의회가 단호한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도의회는 "불법촬영은 중대한 범죄이며 심각한 교권침해로 봐야 하는데 징계 조정위원회 처분결과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는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 그리고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유성] 영수(領袖)
우리글의 많은 단어가 그렇듯 산림(山林)도 복수의 뜻을 지닌다. 국어사전엔 ①산과 숲 ②학식과 덕이 높으나 벼슬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선비 ③절에서 불법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적시돼 있다. 산림을 은둔하는 선비로 풀이했지만 실제 조선시대의 산림은 정치에 참여한 학파의 우두머리, 즉 영수였다. 산림은 학문적 권위와 사림(士林) 세력을 바탕으로 학계와 정계를 넘나들며 국정의 기본방향을 설계했다. 왕의 신임을 얻은 산림은 정치판의 얼개를 짜고 사림의 여론인 청의(淸議)를 공론화해 붕당정치를 이끌었다.영수의 어원을 산림이 득세한 조선 중기에서 찾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당파의 우두머리를 영수로 묘사한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송시열을 노론의 영수로, 윤증을 소론의 영수로 지칭했다. 영수(領袖)를 글자 그대로 옮기면 옷깃과 소매다. 때 잘 묻고 잘 닳고 남의 눈에 잘 띄는 부위란 의미로 우두머리란 뜻이다. 대통령(大統領)은 큰 줄기의 옷깃이니 우두머리 중 우두머리란 함의가 내재돼 있다. 하지만 영수는 권위주의 냄새를 풍기는 시대회귀적 언어이긴 하다.협치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은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의료 개혁을 제외하곤 평행선을 달렸다. 채 상병 특검법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양측의 간극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렇더라도 소통의 물꼬를 틔웠다는 의미는 있다. 정치 복원과 협치 구현은 이루어질까. 영수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박규완 논설위원
[돌직구 핵직구] 윤석열에게 약포 정탁이 없었다
지난달 29일 대선 2년 만에 처음 열린 영수 회담은 윤석열 대통령에겐 굴욕적이었다. 환담 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취재진을 다시 불러 모았다. 이어 장장 15분간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무려 1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묵묵히 들어야 했다. 4·10 총선 결과, 윤 대통령은 스스로 언급했듯이 '식물대통령'의 위기에 처했다. 이제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국내 정치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은 192석의 야권을 거느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임박한 국회의장, 국무총리 인선도 이재명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위원, 헌재 재판관, 법관, 감사원장 등 법률이 정한 모든 공무원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0석)의 찬성으로 탄핵 의결할 수 있다. 당장 김홍일 방통위원장부터 탄핵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아예 방송법을 고쳐 언론장악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심지어 개혁신당까지 손을 잡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사실 이번 야권 승리의 '일등공신'은 MBC였다. 김건희 여사의 문제를 시종일관 부각시켰고, 이종섭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을 특종 보도해 총선의 판을 뒤집었다. 해프닝에 불과한 대통령의 '대파 논란'을 이슈화시킨 곳도 바로 MBC였다. 이 MBC가 오는 8월 경영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총선승리의 대가를 요구하며 경영진 유임이라는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순직 해병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은 자칫 윤 대통령의 탄핵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권에서 의원 8명만 이탈해도 특검법이 가결될 수 있다. 향후 3년간 대한민국 정계는 이재명이란 '여의도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시계제로'의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지난주 1박 2일 동안 경북 예천의 역사문화유적지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예천의 도정서원(道正書院)은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을 지낸 약포 정탁선생을 기리기 위해 유림과 후손들이 세운 곳이었다. 약포 정탁은 '약초를 심은 밭'이란 그의 호처럼 영웅 이순신 장군을 구한 인물이다. 정유재란 직전 선조의 명을 따르지 않은 이순신은 서인들의 공격으로 투옥돼 처형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정탁은 72세 노구의 병석에서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라는 상소문을 올려 이순신을 옥에서 구하게 된다. 가히 지부상소(持斧上疏), 즉 상소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신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치라는, 목숨을 건 상소를 실천한 충신이다.이순신 장군은 그의 난중일기에서 자신을 천거한 사람은 서애 류성룡이요, 자신을 구한 사람은 약포 정탁이라고 적었다. 약포 선생의 용기 있는 상소문이 아니었다면 이순신의 명량대첩도, 조선도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을 내치고 나경원과 안철수를 배척했을 때 여권에는 '친윤'들만 즐비했다. 이종섭 대사를 임명할 때 외교부 장관이 결재 상신을 거부했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증원 2천명은 무리하다고 반대했다면, 대통령에게 대파를 들지 말라고 직언한 참모가 있었다면 총선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목숨을 건 도끼 상소로 정탁 선생이 이순신과 이 나라를 구한 것처럼.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길형식의 길] 그날의 아픈 기억,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1995년 4월28일 오전 7시52분.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굉음과 함께 커다란 불기둥이 대구 상인네거리를 집어삼켰다. 바로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다. 당시 문민정부 들어 유독 대형참사가 연달아 발생했는데, 불과 4개월 전에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도시 가스폭발 사고가 있었다. 철저한 인재였다. 주먹구구식 허술한 도시가스 관리체계와 경험 없는 건설사의 공사장 관리가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 폭발 사고로 사망 101명, 부상 202명 등 총 300여 명의 사상자를 냈고, 건물 80여 채와 차량 150대 이상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등교 중에 사망한 영남중 학생 42명과 교사 1명의 사연은 모두를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당시 뉴스 속보 대신 고교야구가 중계될 정도로 유독 미비했던 언론보도가 사실은 집권당의 의도적 은폐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특히 사건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많은 공분을 사기도 했다.사고 여파로 공사 발주처 대구백화점은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큰 타격을 입는 바람에 부지를 토지공사에 매각해야 했다. 후에 부지를 낙찰받은 롯데쇼핑이 결국 주인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백화점의 대구 진출의 나비효과가 된 것이다. 여담이지만 한동안 부지는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방치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동춘서커스단의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완공 후에는 유령을 목격했다는 도시 괴담도 떠돌았다.며칠 전 29주기였다. 월성1동에 있는 학산공원에 관심 가지는 대구 시민은 드물다. 이곳에는 상인동 가스 사고 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유족들이 부실 공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웠던 건설사에서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에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방영되어 잊힐 뻔한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생존했다면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사회의 일원으로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 되었을 학생 희생자들. 한동네에 살던 또래였기에 더욱 안타깝다. SNS가 없던 시절 전 국민적인 추모로 이어지진 않았던 사건, 비록 30여 년 전의 옛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관련 신문 기사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냉랭한 추모 열기가 아쉽다. 상인네거리를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그날의 아픈 기억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기억은 힘이 세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과 과정을 기억하고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거리활동가거리활동가
[동대구로에서] 공립 반려동물 테마파크, 지역 발전 새로운 길 연다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큰 슬픔이다. 사람뿐 아니라 가족 또는 친구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 숨지면 슬픔을 비롯해 상실감, 괴로움 등이 온몸을 억누른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이라 한다. 대구경북 반려동물은 73만 마리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그만큼 처리해야 할 사체도 많다. 자녀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어떻게 할까.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집에서 숨지면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숨진 경우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일회용 의료도구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소각된다. 다만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쓰레기' 취급해 버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반려인이 대다수다. 남은 방안은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찾아 장례를 치르는 것뿐이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것이 녹록지 않다. 반려동물 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북은 5곳 있지만, 대구는 단 한 곳도 없다. 다수 사업자가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며 대구지역 건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역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인식하는 탓이다. 얼마 전 대구 달성군 주민이 개최한 '동물화장장 건립 반대추진위원회 발대식 및 주민설명회'를 다녀왔다. 당연히 이 자리에 모인 주민은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선 찬성 의견도 상당하다. 주민이 반대하는 현풍읍 성하리 동물화장장 건립 예정지로 발길을 돌렸다. 주변엔 임야, 공장뿐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민가는 다소 멀었고, 건축 규모도 생각보다 적었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설득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사실상 승산이 없다. 만약 이곳에 민간이 동물화장장 건립에 성공한다면 대구와 인근의 반려동물 사체는 몰린다. 그러면 업주는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 이미 사업 승인을 득했기 때문에 지역 환원 사업도 형식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지자체에서 공립 장묘 시설을 건립하면 어떻게 될까. 사실 달성군은 지난해 현풍읍 자모리 인근 옛 달성위생사업소 1만4천134㎡ 터에 사업비 70억원을 들여 화장 시설이 포함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만들려고 했다. 대구에선 이만한 입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최적지였다. 하지만 일부 주민 반대로 보류됐다. 달성군이 이곳에 반려동물 놀이 시설뿐 아니라 동물 화장시설, 장례시설, 추모공원을 건립해 운영했다면 이 일대는 상전벽해를 기대할 수 있다. 달성군은 건립에 따른 인센티브 일환으로 지역 현안 예산을 전폭적으로 쓸 명분도 생긴다. 건립 이후에는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로 인해 지역 문화관광산업과 경제가 크게 살아날 게 분명하다. 반려동물 테마파크 운영에 따른 수익은 지역 정주 여건 개선에 지속해서 쓸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주민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재산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전북 임실군은 오수면에 반려동물 안식처·장례식장·화장장 등을 갖춘 '오수 펫 추모공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경기 이천시는 최근 화장시설 설치 후보지를 공모했다. 그 결과 3개 마을과 민간업체 1곳 등 4곳이 신청하며 유치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사업을 신청한 주민들은 개발 행위로 편리하고 쾌적한 지역 사회로 거듭나길 희망하고 있다. 대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역주민들은 공립 장묘시설 건립에 대승적 관점에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게 지역이 살길이다.강승규 사회부 차장강승규 사회부 차장
[하프타임] 예술인·시민이 모두 행복한 거리 공연
인디(Indie). 어떠한 자본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반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약자다. 그렇기에 인디 음악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그러던 중 올해 대구에선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인디 밴드 공연을 활성화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2일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디밴드가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많다고 알고 있다. 신천 수변 무대에 인디밴드 공연을 활성화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홍 시장이 언급한 이 통계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운영하는 씬디라운지가 발표한 '한국 인디 뮤지션의 현황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물론 통계만 보고 대구 인디 뮤지션의 활동이 지방에선 가장 활발하다고 단정 짓긴 어려울 수 있다. 밴드의 경우, 결성과 해체, 활동 중단을 반복하기 때문에 통계로 이들의 활동을 파악하는 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밴드 음악이 가장 활성화됐던 시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 비하면 현재 젊은 사람들에게 록보다는 힙합이 인기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대구에 클럽 헤비, 락왕 등 라이브 공연장이 운영 중이고, 다양한 장르의 인디 뮤지션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거리 공연을 시 정책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은 어색하진 않다. 대구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존재감을 각인시킨 지역 인디 뮤지션도 적지 않다.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지역 인디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지난 2월부터 한 달여간 북미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또 최근 달서아트센터, 아양아트센터, 어울아트센터 등 지역 공연장에서 인디 뮤지션이 참여하는 축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최근 신천 수변무대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대구시립예술단의 공연도 활발하다. 매주 각기 다른 대구시립예술단 단체가 참여한다.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으로 구성된 예술단 특성상 클래식·연극·국악·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시민들이 접할 수 있다.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로선 다소 수고로움이 있긴 하지만, 풀 편성 오케스트라 등 단원 전체가 참여하는 공연은 신천을 산책하던 시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동성로 28아트스퀘어에서도 대구시립예술단 공연, 청년 예술인이 참여하는 버스킹도 진행되고 있다.최근 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거리 공연은 밋밋하기만 한 도시 풍경에 새로운 색채를 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대구에서 거리 공연이 처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숙련된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는 시립예술단의 공연은 시민들에게는 몰랐던 예술 장르를 접하고, 더 알아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내 공연장에서 공연도 매우 즐겁지만, 무대와 멀리 떨어진 객석이 아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공연은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단체장의 지시로 시작된 만큼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의 공연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적 위주로 공연을 해나가다 보면 예술인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이나 과거 논란이 된 '노 개런티(무보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공연 전·후 미비한 점을 파악해 보완하고, 공연의 주인공이 행정보다는 예술인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예술인과 시민 모두 행복한 공연이 되지 않을까.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자유성] 현재=선물
영어에는 다의어가 꽤 많다. 한 단어에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의미가 담겨 있어 영어 공부할 때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present'도 그중 하나다. 'pre(앞에)'와 'sent(존재하는)'의 합성어로 '현재'와 '선물'을 뜻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 다시 말해 삶 자체가 선물이란 의미다. 라틴어에서 유래된 이 단어에는 뛰어난 통찰력이 담겨 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스스로 노력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우리의 생명은 공짜로 받은 선물과 같다. 삶이 축복이라고 하는 이유다.현재의 다른 이름은 '지금'이다. 삶은 언제나 지금이다. 고금의 성현들은 시간은 환상이라고 가르친다. 과거와 미래는 생각 안에서만 있으며, 실제 존재하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찰나 간에 생멸하는 '영원한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의 기억, 미래의 상상도 지금의 순간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을 벗어난 존재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을 자각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그렇게 세팅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어진 현재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면서 소중함을 잊고 산다. 현재를 진정한 선물로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과거와 미래의 중간다리 정도로 여긴다. 그래서 오롯이 현재에 머물지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외부 대상을 좇거나 생각, 감정에 끌려다니느라 바쁘다. 사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게 현대인의 가장 흔한 병이다. 심해지면 중독과 강박증이 된다. 지금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지 못하는 게 불행이다. 현재로부터의 도피를 멈춰야 한다. 허석윤 논설위원
[사설] 2년 만의 尹·李 회동, 6년 만의 영수 회담 "시작이 반"
어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영수 회담은 정국 향배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 틀림없다. 회동은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했다. 사전 조율 없이 진행된 만큼 합의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측의 브리핑을 종합하면 의대 증원과 민생경제를 비롯한 정국 현안의 일정부분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협치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모든 현안을 작심한 듯 거론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특검법·특별법 수용,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을 요구했다.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면전에서 예민한 문제까지 건드렸다. 할 얘기는 다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불편한 사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경청했다. 비공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의정(醫政) 갈등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고, '일괄적 25만원 지원'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의정 갈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여론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영수 회담은 흔하지 않다. 이번 회동은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 만의 첫 회담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문-홍 회담'은 이견만 노출하고 끝났고, 직전 노무현-박근혜 회담(2005년) 역시 빈손이었다. 영수 회담은 그만큼 어렵고, 어려운 만큼 역설적으로 정치적 의미는 크다.첫발을 뗀 만큼 잦은 만남을 통해 양보와 타협이란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실타래같이 얽힌 대치 정국을 풀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태로 임기 5년을 보내는 첫 대통령이다. 상대방을 적대시한다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두 사람이 향후 자주 만나겠다고 확약한 점은 국민에게 희망의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경북대·영남대 의대 증원 규모 조정…대구경북 의대 정원 575명 전망(종합)
출구 못 찾는 의대 증원 갈등, 결국 4월 넘기나…의료계 일각 "증원 백지화 없이는 협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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