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전화 안받는’ 경북대병원 응급실

  • 유승진,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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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2 07:30  |  수정 2019-09-12 07:30  |  발행일 2019-09-12 제2면
2시간 10통 시도에도 끝내 불통
추석 연휴기간에도 외면할 경우
급성환자 ‘골든타임’ 놓칠 우려

직장인 김모씨(44·대구 남구 대명동)는 최근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의 ‘전화 불통’에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 올해 여든인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는 통증을 호소해 급히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했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것. 김씨는 “다행히 아버지의 통증이 곧 사라져 응급실 신세는 지지 않았지만, 응급실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모씨(55·대구 북구 읍내동)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씨는 “함께 있던 지인이 심근경색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해 칠곡 경북대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자체 치료가 안돼 본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면서 “응급 환자인 데도 30분 거리의 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그 응급실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구지역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추석 등 명절 연휴 때도 응급환자 전화 벨 소리를 외면할 경우 ‘골든타임 실기’ 등 환자 피해가 우려된다.

김씨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일 밤 9~11시 대구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 1곳(경북대병원 본원)과 응급의료센터 5곳(계명대 동산·대구파티마·영남대·대구가톨릭대·칠곡경북대병원)의 대표 번호로 전화 연락을 시도한 결과, 계명대 동산·대구파티마·영남대·대구가톨릭대 병원 등 4곳은 전화 연결은 물론 응급 상황 대처 방법까지 안내해주는 등 정상 운영됐다.

그러나 권역응급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경북대병원 본원은 김씨의 말처럼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 이날 2시간에 걸쳐 모두 10차례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칠곡경북대 병원은 검사만 가능하고, 치료는 경북대 본원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환자 발견 땐 즉시 기관 등에 신고해야 하며, 협조 요청 땐 응급의료 종사자 누구나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무가 2곳의 경북대병원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본원 관계자는 “응급실 환자 수가 포화상태여서 환자를 돌보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선 응급센터에서 바로바로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칠곡 경북대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칠곡병원에선 검사만 할 수 있다. 어차피 심근경색으로 확인이 되면 본원(중구 삼덕동)에 이송조치를 하기 때문에 아예 본원에 가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대병원 한 관계자는 “권역별 응급의료기관에서 이같은 이유로 전화응대를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책임 없는 행동이다. 또 상급종합병원인 칠곡경북대병원도 검사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치료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장비·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 중부소방서119구급대 관계자는 “연휴 기간 환자가 발생하면 각 응급 의료기관은 물론 119에 바로 도움을 청해도 된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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