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産 대체” 소재분야 연구개발 주력…반도체장비 부품(Probe Card Holde) 국산화 성공

  • 서정혁,손동욱
  • |
  • 입력 2019-08-24 07:33  |  수정 2019-08-24 07:34  |  발행일 2019-08-24 제13면
■ 삼성 협력업체‘구비테크’
20190824
구비테크는 클린룸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세한 반도체 칩에 잔여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작업자가 클린룸에서 반도체장비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20190824
구비테크 공장 내부 전경.
20190824
작업자가 항온항습 측정실에서 3차원측정기(CMM)로 반도체 제품을 정밀 측정하고 있다. 3차원 측정기는 공정 과정에서 생긴 불량품을 완벽하게 선별할 수 있다.

‘국산화’가 화두다. 정부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1조원을 소재·부품·장비 자립·글로벌화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위기극복 방안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적극 지원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크게 당황했다. 사전 준비 없이 맞이한 일본의 보복조치는 지역, 나아가 부품, 소재 등 대한민국 기업들을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확신 부족 등의 고민에 빠트렸다.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더 심하다.

물론 준비된 기업은 다르다. 일본 수입품을 대처할 수 있는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완제품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타 기업들이 주저하는 동안 선도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한 기업이 지역에 있다. 일본산 반도체 장비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자 연구를 거듭해 국산화 기술개발을 이뤄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인 구비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주물기술, 반도체장비 제조 접목
장비 진동흡수능력·정밀도 향상
日 경쟁사 선점시장 역으로 점유

뿌리기술경기대회 산업부 장관상
ISO 인증…기술혁신 中企에 선정


1998년 창업한 구비테크는 반도체 검사장비 부품, 반도체 라인 물류장비, 기타 반도체 장비 부품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서정권 구비테크 대표는 약 40년 동안 주조·제조 산업에 몸을 담은 전문가다. 서 대표는 주조산업을 한국의 뿌리산업이라고 봤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크게 성장하듯이 산업의 뿌리인 주조산업은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산업이란 확신을 가졌다. 원소재가 좋다면 제품은 일류가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다. 그렇게 소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한 서 대표는 국산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 현장에서 체득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재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2011년에는 연구개발 조직도 구성했다. 꾸준한 개발로 소재와 가공 부분에서 독자적인 기술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특히 반도체 검사 장비의 정밀도를 높여주는‘Probe Card Holde’ 소재의 국산화 개발은 일본 경쟁업체 부품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됐다. 일본 기업이 선점했던 시장을 역으로 점유하면서 구비테크의 기술력을 인정 받는 계기가 됐다. 주물소재가 진동흡수, 정밀가공성, 사용시 뒤틀림이나 변형이 적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제품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구비테크는 축적된 주물 기술력을 반도체 장비 제조에 접목시키면서 반도체 장비 시장에 진출했다. 서 대표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것이 구비테크가 가진 기술력을 인정받는 길이라고 여겼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형성된 반도체칩을 검사하는 장비(Probe Station)를 일본의 T사에서 전량 수입해오고 있었다. 2008년 삼성전자 생산기술원과 국내 한 기업이 합동으로 국산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일본의 T사 성능에 미치지 못했다. 국산화에 대한 위험성을 감지한 T사는 가격을 대폭 할인하면서 국내 국산화 작업을 저지하기도 했다. 구비테크는 2010년부터 반도체장비의 핵심부품에 새롭게 개발된 고급주철 주물소재, 정밀가공기법 등을 적용해 장비 진동 흡수능력을 향상시키고 정밀도를 향상시켜 일본의 T사보다 우수한 부품을 만들어냈다. 결국 삼성은 T사가 아닌 구비테크의 부품을 선택했고 삼성 반도체라인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구비테크는 또 일본 반도체 장비가 대부분 용접된 장비임에 집중했다. 용접장비는 진동흡수력이 약하거나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 등이 들어가 불량품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특화된 주물소재의 일체형 프레임을 개발했다. 주물소재 프레임은 용접구조 프레임보다 진동흡수력은 5배,생산 속도 증가, 초정밀 작업 가능 등 우수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일본 D사가 선점하고 있던 웨이퍼를 이동하는 설비 국산화에도 성공해 삼성반도체 평택 1공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반도체칩을 프레임에 접착하는 설비인 ‘Caste Bonder’를 협업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구비테크의 꾸준한 연구개발은 2014년과 2018년 뿌리기술경기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허 취득,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ISO인증 등의 성과도 냈다.

선박엔진 국산화 사업, K-1 전차 오토미션 분야, 반도체, 디스플레이, 물류자동화, 로봇, 진공챔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으며 삼성전기<주>와 함께 포토설비, 에칭설비, 세정설비, 진공챔버 설비군까지 국산화를 이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서정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