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또 한번 축구로 모두가 하나 되도록 도전해 볼 것”

  • 권혁준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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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5   |  발행일 2019-07-15 제29면   |  수정 2019-07-15
U-20월드컵 결승 신화 정정용 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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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2일 오후 대구 동구 청구고를 방문, 간담회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요즘 대구 출신 축구인 가운데 정정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50)만큼 바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 감독은 지난달 16일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결승전엔 전국민의 관심이 쏠렸고, 대구에서도 1만2천여명의 시민이 대구FC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 모여 단체응원을 하기도 했다.

U-20월드컵이 끝난 직후 귀국한 정 감독은 환영식 및 청와대 만찬, 프로축구 K리그1 시축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2일엔 모교인 청구고를 방문해 600여명의 재학생과 동문,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직의 신뢰’를 주제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팀은 약체로 인식
우리와 붙는다면 “생큐” 외쳐
결승 진출은 아무도 예상못해
조직력 발휘하면 이긴다 확신

시간되면 동네아저씨 입장에서
대구FC의 경기 관람하고 싶어
뛰어난 유소년들 대구에 많아
유럽 같은 축구문화 갖출 필요


정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지 3주 정도 지난 것 같다. 각종 행사 등 스케줄을 소화했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고 뵐 때마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때문에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나 축구에 관한 것 등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U-20월드컵 이전까지 그 누구도 한국 축구팀이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 감독조차 16강이면 괜찮은 성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 감독과 선수들은 조별예선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연출했다. 기세는 꺾일 줄 몰랐고, 돌풍의 주역이 됐다. 쉴새없이 이기다보니 어느덧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를 넘어섰다.

정 감독은 “이 정도 성과를 예상할 감독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의 팀들은 우리와 붙는다고 하면 ‘생큐’를 외친다. 그만큼 상대팀들은 우리 팀을 약하다고 느낀다”며 “하지만 지난해 AFC U-19 축구 선수권대회 이후 목표치를 높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8강, 4강도 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이다. 속으로 걱정은 했지만, 선수들이 우승이 목표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감독으로서 그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1983년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U-20월드컵 조별 예선부터 결승까지 7경기 중 16강전을 가장 어려웠던 경기로 꼽았다. 당시 16강 상대는 일본이었다. 그는 “쉬운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 첫 게임부터 강한 상대였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꼽으라면 16강전이 가장 부담됐다. 한·일전이기 때문이었다”며 “내심 16강만 가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일전에서 지면 예선통과도 다 필요없는 게 돼버린다는 생각에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굉장히 큰 부담감을 가졌다. 하지만 그 경기를 이김으로써 선수들에겐 우리가 신뢰를 갖고 조직력을 발휘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이후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신암초등 4학년 때 처음 축구에 입문한 정 감독은 선수로 활동할 당시 크게 주목받은 인물은 아니었다.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선수생활도 짧았다. 그는 “방과 후에 할 게 없으니까 공을 가지고 놀았는데, 체육선생님이 빵과 우유를 주셨다. 내일도 나오면 또 준다고 했는데, 그게 축구부였다. 이후 청구중·고교를 나왔고, 대학은 축구부를 창단한다고 해서 경일대로 갔다. 2학년 후 실업축구 이랜드 푸마 소속으로 1997년까지 뛰었다. 연습경기 중 눈쪽을 맞아서 뼈가 2개 부러졌다. 수비수인데 헤딩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이랜드에서 플레잉코치를 하다가 IMF 환란 이후 중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북중에서 6개월만 하고 유학을 가려고 준비를 다했는데, 차마 선수들을 놔두고 유학길에 오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도자 생활이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일대가 축구부 재창단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정 감독은 선배로서, 축구인으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대구FC 시축을 하고 저녁에 경일대 담당자 몇 분을 만나 재창단 관련 이야길했다. 모교이기도 하고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며 “하지만 그분들께 당부를 하나 했다. 반짝해서 축구팀을 창단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오랫동안 유소년 선수들이 가고 싶어하는 팀을 만들 계획이 있다면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도 공부도 하면서 축구선수 및 축구라는 콘텐츠에 이바지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게 목표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U-20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정 감독은 유소년 선수 육성에 남다른 사명감을 보이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협회소속이다. 협회와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 장기 플랜이 어떤지 못 들었다. 조만간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협회에서 이야기하는 방향성과 제 생각이 맞다면 사명감을 갖고 할 생각”이라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물론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2014년에 대구FC에서 코치는 해봤는데, 감독으로 내가 플랜을 짜고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다. 프로선수들을 내가 원하는 전술로 운동장에서 얼마만큼 퍼포먼스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K리그1이든 K리그2든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서포트해 줄 수 있는 구단이라면 함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대구FC와 축구를 사랑하는 대구시민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그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시간이 되면 대구FC 경기를 직접 가서 보려고 하는데, 대구FC 감독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부담돼 쉽지가 않다. 축구인으로, 동네 아저씨로 경기를 보고 싶다.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보면 감독으로서 보고 싶은 건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만약 가서 보게 되면 그냥 축구를 보러 온 것으로 봐줬으면 한다”며 “대구에서도 시민들이 대팍을 가득 채워 경기를 지켜봤단 이야길 들었다. 더 기쁨을 드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구 시민들이 보여준 사랑을 갖고 제 자신을 더 발전시켜 또 한 번 축구로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긴다. 10년 안엔 그럴 수 있도록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하면 야구도시, 삼성라이온즈를 떠올리게 되는데 생각외로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많다. 거기에 맞게 전용구장도 생겼고, 프로팀의 성적도 좋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유소년 쪽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면서 “대구에도 좋은 유소년 선수들이 많다. 대구 축구협회와 대구FC가 협업해 유소년들을 잘 성장시키고, 그 유소년 선수들이 대구FC로 가는 유럽과 같은 축구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대구가 고향인 선수가 대구FC에 많이 뛰는 그런 날을 꿈꿔본다. 대구FC 팬 분들도 대구FC를 사랑하는 만큼 유스팀, 그 밑에 있는 어린 선수들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저도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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