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퇴장 이후 TK 정치 기상도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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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3   |  발행일 2019-07-13 제4면   |  수정 2019-07-13
응집력 상실…총선 앞 각자도생 모색할듯
국회 예결특위 감투싸움 선례
지역 정치권 조정능력도 한계

한때 친박(親박근혜)계 좌장이었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경산)의 의원직 상실을 계기로 대구경북(TK) 정치권의 ‘모래알’ 특성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구심점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TK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스스로 활로를 모색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TK 정치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침체 분위기 속에서 응집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TK 의원들 대다수가 소속된 친박계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 때문에 의원들의 계파 활동은 물밑으로 가라앉고 내부적인 질서와 팀워크도 흐트러졌다. 박 전 대통령의 대리자 격으로 친박계를 이끌어온 최경환 의원마저 옥중 신세로 정치적 불능 상태에 빠지자 그런 현상은 가속화됐다는 지적이다.

TK 중에서도 경북권은 지역이 넓고 공통 이슈가 거의 없어 최 의원 구속 이후 공동체 해체 속도는 더욱 빨랐다. 그에 비해 대구권은 지역 특성상 하나로 뭉쳐 ‘한 지붕 한 식구’라는 의식이 살아 있었으나 최근 총선이 다가올수록 각자도생의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의 국회 예결특위 연임 문제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 정 의원의 연임 고수로 그간 지역 의원들이 한 해씩 임기를 나눠 차례 대로 맡아왔던 관행은 무시되고, 의원 개인의 이익 추구가 우선시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의 자체 조정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대구의 최다선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원내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곽대훈 대구시당위원장(대구 달서구갑)이 정 의원에게 ‘결자해지’를 요청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현상이 선거공천 국면으로 갈수록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계파정치가 힘을 잃고 아무도 공천을 위해 기댈 수 있는 벽이 없는 상태에서 본인의 활로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노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원의 경우를 특수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스스로 ‘자숙 모드’에 있었고 지난해 구청장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정치적 위상이 상당히 위축된 적이 있었다”면서 “최근 들어 다시 정상궤도로 빠르게 복귀하려는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무리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당 지도부가 대구경북 정치권의 단결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번 사태를 방조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정치권의 응집력을 미리 약화시켜 놓아야 향후 중도층 및 수도권에 맞춘 당 정책 및 노선을 밀어붙일 때 TK 정치권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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