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달 시행 앞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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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  발행일 2019-06-17 제31면   |  수정 2019-06-17

내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본격 시행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목도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면 즉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법률에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업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존중한 나머지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것은 명백한 한계다. 실제로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벌써 국회에선 괴롭힘을 행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또 어디까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야할지 규정이 모호해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 어뜨린다. 특히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소규모 일터의 노동자가 보호받기 어렵고,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현실적 제약도 개선이 필요하다.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원을 괴롭히고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악행은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인권위가 2017년 직장인 1천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60%는 직장 내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해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만해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 행각과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의 직원 폭행 등이 사회 이슈가 됐지만 그때뿐이다.

노동자에게 직장은 삶의 터전이자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며 자아를 실현하는 소중한 곳이다. 따라서 누구나 직장에서 자신의 권리와 존엄성을 훼손당하지 않고 사람답게 일할 권리가 있다. 그러려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향상 못지않게 인격에 상처를 주고 자존감을 훼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는 일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상명하복식 권의주의적 기업문화를 바꾸고 노동자를 소중한 인격체로 대하는 사업주와 상사들의 인식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직장 내 갑질을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가해자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보호 대상 노동자를 확대하는 등 입법 보완대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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