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낚시 오염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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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1   |  발행일 2019-05-21 제31면   |  수정 2019-05-21

아내가 일을 나가면서 비가 오면 멍석에 널어놓은 보리를 거둘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강태공은 방 안에서 공부에 몰두하느라 비가 오는 것을 몰랐다. 태공의 아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멍석의 보리 대부분이 물에 떠내려간 상태였다. 화가 난 아내는 그 길로 집을 나가버렸다. 태공이 탄식하며 말했다.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이제 80세가 되면 운이 트이는데 그것을 못 참고 떠나가다니 안타깝다!” 낚시꾼의 대명사인 강태공은 나이 80이 다 될 때까지 책만 읽었다. 그 바람에 부인은 평생 뼈빠지게 일을 하여 그를 먹여 살렸다. 그의 부인이 얼마나 인내심이 많고 강한 사람이었는지 느껴진다. 태공의 탄식은 이기적이고 잔인하다. 혼자가 된 태공은 위수(渭水)의 강가로 집을 옮겨 반계(磻溪)라는 곳에서 매일 낚시를 했다.

얼마전 제보가 들어왔다. ‘상주시의 한 저수지에 이동식 화장실이 있는데, 그 화장실을 청소한 물을 저수지에 버린다.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이 많고, 잡은 고기를 먹기도 할 텐데 화장실을 청소한 물, 즉 X물을 그속에 버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양수장 등 수리시설의 확충으로 그 저수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원래의 기능은 없어졌다. 그냥 수변공원의 역할만 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이 산책도 하고 아이들이 와서 뛰어논다. 가끔 주민들로부터 상주시청에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낚시꾼들이 미끼나 끊어진 낚싯줄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버려 주변이 지저분해진 데 따른 민원이다. 그곳을 낚시금지구역으로 해달라는 요청도 있으나, 그럴 만한 근거가 없어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낚시꾼들에 의한 피해는 상주보도 매우 심각한 상태다. 강가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하면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이들 상당수는 먹고 마신 쓰레기로 주변을 어지럽히고 함부로 배설하며 물과 수변을 오염시킨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바다낚시로 발생하는 쓰레기만 연간 5만여t이나 된다.

강태공은 미끼 없는 곧은 낚싯바늘을 물에 드리우고 자신의 운이 트일 때를 위해 세월을 낚았다. 그래서인지 낚시를 던져 놓고 물을 바라보는 꾼들에게서는 80년을 기다린 강태공의 유유자적함이 느껴진다. 낚시는 그만큼 좋은 취미임에 틀림이 없다. 오염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내를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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