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관 국가직 전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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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7   |  발행일 2019-05-17 제21면   |  수정 2019-05-17
[기고] 소방관 국가직 전환 신중해야
이상섭 (경북도립대학 명예교수·한국지방 자치연구소장)

우리나라 공무원은 ‘임용주체와 경비부담’에 따라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뉜다. 그 비율은 103만 공무원의 7대 3 정도다. 이는 미국(1천800만명)의 1대 9나 일본(400만명)의 2대 8에 비해 국가직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며, 지방자치를 하는 나라치곤 기형적 구조다.

소방관은 화재를 예방·진압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구급활동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지방공무원(99%)이며, 지역소방업무는 지방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선진국 소방관들도 대개 지방직이다. 지방직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5만 소방관들의 숙원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지난번 강원도 산불사고를 계기로 소방관의 활약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다. 여론도 언론도 일방적인 느낌이다.

국가직 전환이유는 현재 소방청장과 시·도지사로부터 각각 지휘를 받는 소방조직의 관리를 일원화함으로써 취약한 소방재정을 확충하고, 노후 장비교체나 수당 등 처우개선을 통한 사기진작이 핵심이다. 이같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야 없다. 우려하는 건 너무 분위기에만 편승한 나머지 또 실책을 범할까해서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는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와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더한 것 같다. 마치 고대 아테네의 광장민주주의처럼 패거리의 목소리에 따라 ‘참’과 ‘거짓’이 뒤바뀌는 걸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한 말없는 다수의 다른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냉정한 접근과 과학적인 분석이 먼저라는 것이다. 추호도 소방관의 현실을 외면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환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여론몰이도, ‘소방관의 눈물 닦아주기법’이란 법안 명(名)도 감성적 포퓰리즘으로 비친다. 소방관보다 더 열악한 비정규직의 극한직업도 주위에 부지기수다. 그들보다 소방관은 선택된 사람들이고, 힘들어도 존경받고 안정된 직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노후 장비교체나 수당 등의 처우개선과 사기진작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가직 외 다른 해법은 정말 없는지 보다 과학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돈과 시스템’이다. 국가직 전환보다는 교부세 인상이나 국가재정의 지방이전, 인사제도를 통한 처우개선이 답이란 주장도 꽤 설득력 있게 들려서다.

74년간 국가직이던 경찰관은 이제 지방직으로 전환해 자치경찰로 가는데, 지방직인 소방관은 오히려 국가직으로 전환함은 지방분권이란 흐름에 역행하는 난센스란 견해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의 비대한 조직과 획일적 운영에서 벗어나 주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기에 소방관의 전환명분은 다소 약해 보여서다.

컨트롤타워를 국가기관으로 일원화함도 어불성설이란 견해다. 지난번 국가가 맡아 구조와 초기대응에 실패한 세월호와 메르스(MERS) 사태가 그 증거이며, 9·11 테러는 뉴욕지방정부가 도맡아 수습에 성공한 경우다. 이처럼 국가가 나서야 재난을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주장은 일종의 억지며 위험한 발상이다.

사무배분은 ‘지역우선과 행정책임의 명확화’가 원칙이다. 주민과 가까운 시·군·구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무만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사무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며, 책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급을 다투는 소방업무는 현장과 가까운 시·군·구에서 주민과 함께 일차적으로 대응함은 상식이라 재론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문제는 국민안전이 목적이다. 혹자는 총선과 대선용이란 소리도 들리나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여론도 중하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차분히 그리고 다양한 견해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이상섭 (경북도립대학 명예교수·한국지방 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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