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民生을 짜는 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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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3 00:00  |  수정 2019-05-13
20190513

무명이나 명주, 삼베 따위의 옷감을 짜는 재래식 직조기가 베틀이다. 전통을 이어온 시간만큼이나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의 고단함과 지혜가 고스란히 밴 물건이기도 하다. 베는 가로 줄인 씨, 세로 줄인 날을 한 올 한 올 교차시켜가며 정교하게 짜야 천이 고와진다. 한 줄을 제대로 놓지 않으면 금세 엉성한 천이 돼버리고, 결국 그 천으로 만든 옷 또한 누군가의 몸을 제대로 감싸주지 못한다.
 

필자에게 청송군은 베틀과도 같다. 나고 자란 곳은 물론이거니와, 민선 7기의 시작과 함께 오늘까지 동고동락 해온 청송. 씨줄과 날줄처럼 어느 곳 하나 필자의 맨손과 발자국이 교차로, 때로는 한 땀 한 땀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므로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 군에 더 애정이 가는 요즈음이다.
 

'씨가 먹히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베를 짤 때 습기가 많이 차면 뻑뻑해져서 씨실이 날실에 잘 먹히지 않아 천을 짜기 어려운 순간이 돌연 발생하는데, 그 상황을 일컫는 말에서 비롯된 게 바로 이 속담이다. 요즘 같은 저성장시대에 어울릴 법한 말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단체장의 선거를 인식하여 보여주기나 과시용으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큰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인데다가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지자체들은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민들이 먹고 사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견고히 베틀을 짜야한다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청송군을 예로 들자면, 지난해 사과축제장 장소를 청송읍 용전천으로 옮겼다. 청송사과축제는 우리 군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인데, 큰 예산 없이 장소만 옮겼을 뿐인데도 대성공이었다. 방문객이 전년 대비 27% 가량 늘어났고, 주민의 방문은 100% 이상 증가하여 방문객과 지역민의 대동축제로 탈바꿈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특히 야간 방문객도 115% 증가, 야간 축제장을 비롯해 읍 소재지 식당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경제가 살아났다.
 

전국 및 시·도 단위의 각종 스포츠 대회 유치 또한 지역경제 살리기에 발맞추고 있다.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전국 가을철 중고배드민턴대회, 전국 드라이툴링대회 등등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전국 규모의 각종 대회들을 계속해서 유치하고 있는데, 많은 체육인과 관련인의 방문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청송을 방문할 동기 유발의 목적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올해 3월 1일부터 '부동면'을 '주왕산면'으로, '이전리'를 '주산지리'로 행정구역 명칭을 바꾼 것 또한 같은 선상에서다. 청송의 대표 관광지를 지명으로 바꾸면 지역 인지도의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관광객 증가에따른 경제 소득 향상에도 충분한 보탬이 될 거라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조치이다. 더불어 올해 4월 1일부터 농산물 택배비 지원사업도 농가소득 향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시행 계획 중인 사업도 몇 가지 있다. 먼저 목욕업소를 이용하기에 경제,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목욕비를 지원하는 '천원목욕탕',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증대시키기 위한'청송군 농민수당',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교복구입비 지원'등도 모두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들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결국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계획과 방침들은 모두 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의 일환이다. 인생에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할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일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 모든계획들이 100%의 완벽한 결과에 근접할 수 있도록 단체장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하며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삶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필자는 청송군이라는 베틀을 짜기 위해 그저 느슨히 씨줄과 날줄이 교차되길 원하지 않는다. 가로 세로, 한 줄 한 줄 견고히 짜여 진 민생을 짜는 베틀을 꿈꾼다. 민생이 따뜻한 사회야 말로 제대로 된 나라에 정착하는 바른길이자 지름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필자가 민생이라는 베틀을 짜는 이유이다.

 윤 경 희(청송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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