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성에서 희망을 보았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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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8 08:09  |  수정 2019-04-18 08:57  |  발행일 2019-04-18 제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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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이웃사촌 지원센터에서 ‘청년시범마을 일자리 사업 창업팀 선정 평가위원회’가 열렸다. 기자는 이웃사촌 시범마을이 조성될 의성에 어떤 사업 아이템을 가진 청년들이 오려고 하는지 궁금해 선정 평가를 들어봤다.

의성에서 청년들이 팀을 이루어 사업을 하고, 경북도는 팀당 사업화자금과 빈 점포 리모델링 지원금 등 1억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이날 전국에서 12개 팀이 참여했다. 팀당 10분 발표와 10분 질의응답시간이 주어졌다. 발표자들의 떨리는 목소리와 평가 위원들의 송곳 질문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19일 4개팀이 최종 선정되는 만큼 어떤 팀이 잘했다고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참여 팀 중에는 힐링음료·체험공방·로컬푸드를 이용한 식당 등 깜짝 놀랄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팀도 적지 않았다. 평가를 듣고 나오는 기자의 눈에 안계면은 매우 활기차 보였다. 머지않아 노인들만 넘쳐나던 안계가 유명 맛집과 체험공간·예술촌이 자리한 전국적 명소가 될 것이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미 의성 이웃사촌 시범마을에서 농업인을 꿈꾸는 청년 50명도 이달부터 5개월간 체계적인 농업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딸기 등 고수익 농작물은 물론 특작물 재배, 스마트팜 등 4차 산업을 활용한 선진 농업을 배우고 있다. 안계면 중심지뿐만 아니라, 들녘에서도 도시청년들이 안계쌀과 다양한 농산물을 수확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성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지방소멸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북의 7개 기초단체(의성, 군위, 청송, 영양, 청도, 봉화, 영덕)는 지방소멸 상위 10위 안에 있다.

위기 상황을 인식한 경북도는 지난해 9월 국·도비 700억원을 투입, 의성군 안계면 일대에 이웃사촌 시범마을을 조성키로 했다. 농경사회인 의성에 대도시의 청년들을 유치, 젊음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인구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가적 현상인 인구감소를 재정투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비관적 시각도 많았다. 기자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빈집과 빈 점포, 농경지를 준다고 대도시 젊은이들이 찾아올까.

그러나 우리의 청년들은 고학력과 부의 대물림으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기보다 백지상태의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옮기려는 준비를 마친 듯 했다. 어쩌면 경북의 이웃사촌 시범마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시금석(試金石)이 될 수 있다.

미국와 유럽연합(EU),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은 4차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식품감지기술 등 다양한 첨단기술과 농업의 융복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래 첨단농업·농촌의 성공은 신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의성군뿐만 아니라 제2, 제3의 이웃사촌시범마을을 계속 성공시켜 농업과 농촌이 암울함이 아닌, 희망의 땅임을 증명해야 한다.

임호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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