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풍등축제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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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  발행일 2019-04-17 제31면   |  수정 2019-04-17

풍등은 헝겊이나 종이로 만든 갓 속에 촛불 또는 고체연료를 태워 하늘로 띄우는 소형 열기구다. 제갈공명이 적에게 포위됐을 때 풍등을 날려 구원을 요청했다는 기록이 있어 중국에서는 공명등(孔明燈)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지역 서당 생도들이 동짓날 저녁에 등싸움을 하면서 출발신호로 대형 풍등을 만들어 띄우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는 군의 신호나 연락용으로 풍등이 사용되기도 했다.

요즘에 와서는 연말연시나 대보름, 각종 축제행사 때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리는 용도로 풍등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대구불교총연합회가 관등놀이 부대행사 중 하나로 5년 전 시작한 소원 풍등 날리기는 대구의 대표축제로 자리 잡았다. 빨강·노랑·초록 등 형형색색의 풍등이 영화 ‘라푼젤’처럼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장면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참가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는 유료입장권 5천400매가 80초 만에 매진됐다. 구매자의 78%가 외지인일 정도로 머무는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풍등 개수도 2015년 1천900개이던 것이 전면 유료화한 2017년 2천500개, 2018년 3천개로 늘었다. 오는 27일 대구 두류야구장에서 펼쳐지는 올해 축제는 무려 7천개의 풍등이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대구시와 주최 측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붙은 풍등 수천 개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 고체연료가 다 타기 전에 주택가나 산에 떨어지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봄철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화재 위험이 높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실제로 풍등으로 인한 화재는 2014년 10건, 2015년 4건, 2016년 4건, 2017년 10건, 2018년 5건 등 최근 5년간 33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도 외국인 근로자가 날린 풍등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림이라 풍등을 날릴 때는 각별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일어난 고성·속초지역 대형 산불로 엄청난 피해가 난 터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풍등축제에 대비해 대구시와 소방당국이 나름대로 안전가이드라인을 강구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다시 한 번 안전을 점검하고 화재 대비책을 세워 무사고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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