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임신한 앨리슨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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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  발행일 2019-04-17 제30면   |  수정 2019-04-17
[김옥렬의 미·인·만·세] 임신한 앨리슨 래퍼
임신한 앨리슨 래퍼

‘임신한 앨리슨 래퍼(Alison Lapper Pregnant)’는 마크 퀸의 조각 작품으로 임신한 지 8개월 된 선천성 장애를 가진 임신부를 모델로 제작했다.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이 작품의 높이는 3m55㎝, 무게는 13t에 달한다. 장애를 가진 모델로 제작한 이 작품은 2년(2005.9.15.~2007.10.5)이 넘도록 런던 트래펄가 광장의 넷째 좌대(Fourth Plinth)에서 전시되었다. 넷째 좌대는 1999년부터 시작한 공공미술프로젝트다. 팔이 없는 밀로의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은 마크 퀸은 당시 무명의 화가였던 앨리슨 래퍼의 짧은 다리와 양팔 없는 선천성 기형의 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트래펄가 광장에는 넷째 좌대를 제외한 사방에 19세기 영국 영웅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영웅적인 조각이 있어야할 장소에 선천성 기형인 무명의 여성 구족화가가 거대한 크기로 광장에 등장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비판적이기도 하고 또 신선하고 획기적이기도 했다.

당시 런던 시장이던 리빙스턴은 수많은 의견 속에서 “나는 ‘임신한 앨리슨 래퍼’를 좋아한다. 그것은 아름다움과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도전하는 대담하고 현대적이며 복잡한 작업이다. 또한 그것은 기념비적인 동상에 대한 선입견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공공의 장소에서 예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퀸은 “트래펄가 광장과 화이트 홀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공공 조각품은 승리한 남성 조각상이다. 나는 앨리슨의 동상이 여성 영웅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앨리슨 래퍼는 “나는 이것을 여성성, 장애나 모성에 대한 현대의 찬사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옥렬의 미·인·만·세] 임신한 앨리슨 래퍼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트래펄가 광장은 그림을 그리거나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 광장을 예술의 장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셔널 갤러리도 있지만 매주 다양한 무료공연을 하는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도 있다. 이 교회는 공연뿐 아니라 인권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하는 촛불행사도 한다.

도시의 광장은 수많은 사람이 모이기도 하고 또 오가는 곳이다. 이 광장은 정치와 인권을 위한 여러 집회가 이루어지는 곳이자 문화예술이 탄생하는 공공의 장이다. 이렇듯 광장은 도시인의 삶에 산소를 제공하는 허파이자 다양한 문화예술이 순환하는 도시의 심장이다. 도시의 심장인 광장문화를 어떻게 예술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인 인권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다. 인권은 법이나 국가의 허락 없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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