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물러나는 그룹 총수, 재벌 해체까지 이어질까

  • 노인호
  • |
  • 입력 2019-04-17 07:19  |  수정 2019-04-17 08:33  |  발행일 2019-04-17 제2면
회장·의장서 자·타의로 잇단 퇴진

최근 ‘재벌의 상징’으로 군림해 온 총수들의 잇단 퇴진이 ‘한국형 재벌’ 해체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서열 45위인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그룹 창업자인 김 회장은 ‘후배들이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하에 퇴진 의사를 밝혔으며, 앞으로는 ‘재계 원로’로서의 역할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재계 25위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문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용퇴 결단을 발표했다.

재계 서열 14위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로서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재계 31위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이 경영상의 큰 변수가 없는 가운데 자진 사퇴를 선언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밖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고, 조석래 전 효성 회장도 같은 해 7월 그룹 지주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경영 일선 퇴진은 아니지만 총수들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취지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사례도 최근 이어졌다.

서열 3위인 SK그룹은 최근 지주사인 SK<주>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해 최태원 회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재계 26위인 효성의 조현준 회장도 지난해 지주사 이사회 의장에서 사퇴했다.

또 서열 1위인 삼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그룹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사실상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했으며,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역할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총수 퇴진이 이어지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도 “‘제왕적 총수 권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룹 총수는 여전히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데다 ‘중앙집권식 경영’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