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포항의 국민청원 운동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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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  발행일 2019-04-16 제31면   |  수정 2019-04-16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목소리에 정부가 답해야 할 때가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11·15 포항지진 피해배상 및 지역재건 특별법 제정을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오른 후 22일 만에 청원자 수가 청와대가 답변해야 할 기준인 2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청원인은 포항지진이 인재(人災)로 인해 일어난 만큼 국가는 지진피해지역을 안정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 지진도시의 오명으로 인구감소, 기업투자 위축, 관광객 감소 등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 청원은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청원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국민적 관심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열흘 만에 겨우 6만명을 넘겨 30일 동안 20만명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열이틀 만에 20만명을 훌쩍 넘긴 것은 포항시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 데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시 공무원들은 그동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각종 행사장에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안내장을 나눠주며 국민청원 참여를 호소했다. 또 시 홈페이지와 각종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참여를 독려했고, 부서별 유관기관·단체, 자매결연도시를 방문해 동참을 요청했다. 여기에다 지역사회단체와 상가 등에서 내놓은 이색적인 아이디어들도 한몫을 했다. 포항지역 청년단체에서 시작된 ‘국민청원 챌린지 릴레이 캠페인’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전국 기초단체장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포항지역 상가에서는 국민청원 참여자 술값 10% 할인 릴레이 이벤트도 진행했다. 또 지역내 여러 시민단체는 시외버스터미널, 죽도시장 등 시민이 붐비는 현장에 국민청원 헬프데스크를 설치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홍보와 시민동참 독려에 나서기도 했다. 포항시민 스스로도 타지에 있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동참을 호소해 국민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청원인 만큼 청와대는 지진피해 이재민과 포항시민에게 답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포항지진 관련 특별법이 발의돼 있지만 여야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국민청원제가 국회로만 대변되는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줬으면 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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