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성주·고령, 상생의 지혜를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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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6   |  발행일 2019-04-16 제30면   |  수정 2019-04-16
[취재수첩] 성주·고령, 상생의 지혜를
석현철 기자<경북부/성주·고령>

성주군과 고령군이 남부내륙철도 역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역 100년 대계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저마다 역사 유치를 위한 당위성 확보는 물론 민·관과 출향인이 하나되어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다지고 있다.

두 지역은 지역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교통·물류·관광산업의 획기적 도약을 위해 반드시 내 지역에 역사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전투에 나서는 지자체장의 당찬 포부와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군민의 모습에 “금방이라도 고지를 점령하고 말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에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보고 보다 장기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최근 고령-성주-칠곡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완영 국회의원이 자신의 고향인 성주지역 모 행사에 참석해 남부내륙철도 성주역사 유치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가 고령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고령도 지역구이면서 어떻게 성주역사 유치를 말하느냐고. 이보다 앞서 고령·성주축협 조합에선 무투표로 당선된 조합장이 지역 신문에 축하광고를 내는 과정에 남부내륙철도 고령역사 유치를 기원하는 문구를 넣었다가 성주지역 조합원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야만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성주·고령을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부내륙철도 역사 건립과 관련해 성주에선 성주역을, 고령에선 고령역 유치에 경북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이 도지사 입장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이런 형국에 누구라도 어디에 역이 신설되면 좋겠다라는 말이라도 선뜻 하겠는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성 논리가 아닌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한다는 명분에 걸맞지 않게 경북지역에는 기점인 김천역 외엔 역사 건립 계획이 없고 경남에만 집중돼 국가 균형 발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명칭을 놓고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경남도는 공공연히 ‘서부경남 KTX사업’으로 통용하는 등 ‘경북 패싱’(passing·따돌리기) 논란 속에서 자칫 경남만을 위한 사업으로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성주와 고령이 서로 내 지역에만 역사를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자칫 이도저도 안되는 꼴이 되지나 않을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거 대형 국책사업을 앞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가 아무런 실리도 얻지 못한 사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어디에 역사가 들어서야 할지는 경북도 용역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지역엔 분명히 역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논리만으로 무조건 내 지역만을 고수한다면, 설상 뜻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훗날 후회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후손들로부터 진정한 평가를 받는 판단을 해야 한다. 성주와 고령이 서로 상생의 손을 맞잡을 때 경북도와 23개 시·군, 대구시와 8개 구·군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신설 역사가 들어설 것이다.석현철 기자<경북부/성주·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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