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비자발적 1인 가구에 화려한 싱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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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  발행일 2019-04-12 제22면   |  수정 2019-04-12
경제여건, 이혼, 사별 등으로
원치않은 1인가구도 늘어나
개인 노력으론 극복 힘들어
함께 가야한다는 생각 갖고
다각적인 사회지원책 필요
[경제와 세상] 비자발적 1인 가구에 화려한 싱글은 없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당연시되던 전통적 집단주의 가치관이 약화되고 개인주의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생활패턴이 다양화되고 있다. 전통적 가부장제도 하에서는 더불어 살기 위해 개인의 욕구를 일정 부분 희생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라는 집단을 위해 ‘나’를 희생하고자 하는 생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혼족, 비혼족, 싱글족, 포미족(For Me族)이라는 단어들을 낯설지 않게 만들고 있다. 혼자서 밥먹고, 혼자서 술 마시고, 혼자서 영화 보는 등 혼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미운 오리새끼’ 등은 이러한 삶을 반영하고 있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흐름은 결혼과 출산 및 부양에 대한 거부 혹은 취소행위로 나타나 비혼과 만혼 그리고 이혼의 증가로 이어지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레 ‘1인 가구’의 증가라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통계청에서 정의하는 1인 가구는 ‘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 취침 등의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다. 1인 가구의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자발적으로 1인 가구의 삶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원치 않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비자발적인 1인 가구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가치관 때문에 1인 가구를 택하는 경우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되는 청년들, 과중한 가족부양 부담에 허덕이는 중년층, 유병장수 시대에 가족에게 부양받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진 노년층의 증가는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고소득을 누리는 화려한 싱글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저소득의 비정규직에 의존하면서 기약없이 버티고 있는 청년들이다.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종사하는 청년층 1인 가구는 흡연 및 음주율 그리고 우울증 등의 증세가 다인 가구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사회와 격리시킴으로써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삶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청년들의 삶은 국가의 장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1인 가구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년들의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의 삶이 공동체적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

노년층의 경우 신체적 건강이나 활동성이 약화되면서 방치되거나 고립 및 단절될 가능성은 어느 연령대보다 높다. 또한 노년층은 가족구성원의 변화로 인해 빈곤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빈곤감소에 공적이전 소득의 기여도가 높으므로 기초연금, 기초보장제도 등의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 길어진 노후를 낮은 소득으로 버텨야 한다는 불안감이 중장년 이후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청년들의 삶 패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혁신과 모험을 회피하고 공무원, 교원, 공공기관 직원 등 안정적인 것에 대한 선호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에 낀 중년층의 경우도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상황적 필요에 의한 내몰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중년층에는 노부모와 자녀에 대한 부양과 양육의 의무로 인해 경제적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중년층들은 우울증이나 자살, 만성적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사회적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1인 가구는 증가할 것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적 여건과 이혼 및 사별 등 비자발적인 선택으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가 초래할 사회적 비용과 피폐해지는 개인의 삶의 질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우며 사회적 차원의 지원책이 다각도로 마련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되 함께 가야만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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