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일반인에 판매 허용…車시장 변화올까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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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23 07:48  |  수정 2019-03-23 07:49  |  발행일 2019-03-23 제13면
빗장 풀린 LPG車, 모델 선택의 폭 좁고 충전소 부족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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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도넛형 용기가 장착된 차량.

택시와 렌터카 등으로 사용이 제한돼 온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일반에 허용된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엿새가 지난 1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LPG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LPG차는 휘발유와 경유차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다. 규제 빗장이 풀린 LPG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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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신형 ‘쏘나타’에는 LPG 모델이 포함된다.

택시·경차 등 사용 제한돼 오다
미세먼지 저감 취지로 규제 해제
NOx배출 경유차比 93.3배 적어

연간 1만5천㎞ 운행 조건일 경우
유류비, 휘발유보다 25%나 저렴
수송용시장에서 입지 확대 전망

완성차 업계는 고객모시기 나서
국내 첫 LPG SUV QM6 출시
신형쏘나타·K5도 LPG車 나와


◆일반인에 문 열린 LPG차…대기환경 개선효과 기대

LPG차는 198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택시, 하이브리드 자동차, 경차 등의 차종과 국가유공자·장애인 등 일부 사용자에 대해서만 허용됐다. 일반인은 하이브리드차와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5년 이상 된 중고차 등으로만 쓸 수 있었다.

그동안 LPG차를 규제한 이유는 연료 수급 불안 때문이었다. 이에 LPG차는 감소 추세였다. 2012년 241만5천대에서 지난해 203만5천대로 줄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연료 수급에 문제가 없고 대기환경의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실도로 측정에 따르면, 공기 중 수증기와 만나 미세먼지로 바뀌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LPG차의 경우 0.006g/㎞인 반면 경유차는 0.56g/㎞으로 93.3배나 많았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보다 적다는 휘발유차도 0.02g/㎞으로 LPG차의 3.3배에 이른다.

직접적인 미세먼지 배출량도 LPG차가 다른 내연기관보다 적다. 환경과학원이 휘발유차 24대, LPG차 3대를 특정 주행모드에서 실험한 뒤 평균값을 낸 자료를 보면 LPG차는 0.0002g/㎞으로 휘발유차 0.0007g/㎞보다 적었다.

경유차는 노후할수록 질소산화물을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유엔진은 고온고압에서 압축착화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럴 경우 불완전연소 가능성이 높다. LPG는 강제 점화방식을 사용해 완전연소율이 높아 배출가스량이 적다.

경유차가 내뿜는 배출가스는 다른 차량에 비해 발암 위해도도 높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디젤차량 배출가스의 상대적 발암 위해도는 98%로, 휘발유차(0.9%), LPG차(0.008%)에 비해 훨씬 높다.

LPG차는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신형 쏘나타 LPG 모델의 공인연비는 10.3㎞/ℓ로 휘발유 모델(13.3㎞/ℓ)보다 낮지만 LPG 가격이 ℓ당 800원 안팎으로 휘발유(1천300원 안팎)보다 훨씬 싸다. 연간 1만5천㎞를 운행하는 조건이라면 쏘나타 LPG 모델의 연간 유류비는 116만원 정도로 휘발유 모델 153만원보다 25%가량 덜 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일반인의 LPG차 선택에 연료 유지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LPG 연료 사용제한을 전면 완화할 경우 2030년까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이 최대 7천363t, 초미세먼지는 최대 71t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연료비를 절감하려는 수요자가 늘면 LPG차는 2030년까지 282만2천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PG차 일반 허용으로 LPG 업계는 수송용 연료시장에서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PG차 전면 허용에서 가장 기대가 큰 분야는 상용차다. LPG차는 출력이 약하다는 단점과 겨울철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탓에 1t 트럭에서 활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직접분사 엔진 등이 개발돼 단점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1t 트럭의 연료는 경유인 데다 오래된 노후 트럭이 대부분이어서 질소산화물 배출 등이 다른 차 대비 엄청나다. 때문에 LPG 트럭으로 교체가 진행되면 효과적인 미세먼지 저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단점

정부의 LPG차 규제 폐지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주목받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이다.

LPG차는 1㎞ 주행 시 이산화탄소 0.181㎏을 배출하는데 경유차는 0.152㎏만 배출한다. 휘발유차는 LPG차보다 약간 많은 0.187㎏이다. 다만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볼 때 이 정도 수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문제는 한국이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의 37%를 줄인다’고 한 약속이다. 총 8억5천80만t 중 3억1천480만t을 줄여야 하는데, 경유차 대신 LPG차가 증가할 경우 이산화탄소는 오히려 더 배출된다.

또 비싼 LNG발전 비중 확대가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석탄(유연탄)은 83원(㎾/h), LNG는 121원에 구입했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LNG발전량이 증가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공급의 측면에서는 당장 매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LPG차 모델을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는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차 2곳이다. 유형도 쏘나타·그랜저·K5·K7과 SM3·SM5 같은 세단이 전부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없다. 휘발유차 40종, 경유차 40여종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다. 쌍용자동차와 한국GM은 LPG 차량 판매 계획이 없다.

현대차는 이달 출시한 신형 쏘나타부터 LPG 모델을 상반기부터 판매한다. 상반기부터는 르노삼성차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LPG SUV인 QM6를 판매한다. LPG 연료를 사용하는 국내 첫 5인승 SUV 모델이 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하반기 신형이 나오는 K5 출시 때부터 일반인용 LPG 모델을 선보인다.

LPG차 고객 모시기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2017년 10월 일반인이 LPG SUV를 살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이후부터 QM6 LPG 모델 개발을 시작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걸림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LPG 차량은 202만3천585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LPG충전소는 2천30곳에 불과하다. 충전소 1곳당 LPG 차량 996.8대가 이용하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1천67만3천363대로 주유소는 1만1천579곳으로 주유소 1곳 당 차량 921.8대 꼴이다.

LPG충전 인프라의 지역적 편차도 심한 상황이다. 대구는 충전소 1곳당 2천49.1대의 LPG차가 몰리고 있다. 인천은 2천213.2대, 부산 1천818대 등이다. 반면 강원의 경우 462.3대, 충남 525.6대, 경북 552.3대, 경기 939.5대 등은 전국 평균 이용 차량 수보다 적다. LPG 충전소가 전국에서 가장 부족한 서울의 경우 충전소 1곳당 3천658.5대가 몰린다.

수요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LPG차는 차 값이 휘발유차 대비 10% 이상 싸다. 연료비도 가솔린·디젤보다 약 40% 저렴하다. 하지만 연비는 떨어진다. 2018년형 기아차 K5 2.0 모델 기준 연비는 가솔린차가 ℓ당 11.6~12.3㎞, LPG차가 9.4㎞다. LPG차는 연비가 낮기에 좀 더 자주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소를 찾으러 헤매야 할 수도 있다.

충전소가 당장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 주유소는 등록제, 충전소는 허가제이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요건만 갖추면 설립할 수 있는데, LPG 충전소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규제를 완화하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LPG 충전소는 여전히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1998년 부천 대성충 전소 폭발사고 때문이다.

또 지금까진 장애인 등을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준 LPG차를 앞으로 일반인이 살 수 있는 만큼 세제 혜택을 주진 않을 것이어서 LPG차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거나 많이 축소될 수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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