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가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100세 시대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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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  발행일 2019-02-18 제31면   |  수정 2019-02-18

대한민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인지능력과 신체 반응력의 저하로 인한 고령운전자 사고는 보행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불과 며칠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주차장 앞에서 96세 운전자의 후진 차량에 30세 행인이 치여 숨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에서 한 70대 운전자가 후진 중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햄버거 가게를 박살냈고, 11월에는 경남 진주시에서 역시 70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는 바람에 병원으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지난 14일 부산시 가야동에서는 65세 택시 운전자가 도로 1차로에 서 있던 87세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는 최근 급증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1만7천590건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2만6천713건으로 1년새 1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4년에는 9%였지만 2017년에는 12.3%로 높아졌다. 사고가 급증하면서 사상자도 함께 늘고 있어 문제다. 2013년에는 사망자 737명·부상자 2만5천734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사망자 848명·부상자 3만8천627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 기간 75~79세 운전자의 사고는 14.3%, 80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18.5% 증가하는 등 높은 연령대의 운전자가 내는 사고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관계 부처와 정부는 면허 갱신·적성검사 주기를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다루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본·미국 등 선진국이 고령운전자 사고 감축을 위해 의사의 소견서 첨부 등 실질적인 조치를 하고 있지만, 한국의 대응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65세 이상 보유 운전면허는 현재 250만개에 이른다. 물론 면허 반납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쳐야 할 것이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급증에 대한 당국의 대처방안은 한시가 급한 사안이다. 무고한 생명들이 속수무책으로 거리에서 당하는 ‘100세 시대의 이 우울한 그늘’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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