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변해가는 한국 1-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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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08:09  |  수정 2019-02-18 08:09  |  발행일 2019-02-18 제24면
[문화산책] 변해가는 한국 1-문화
가와타 쓰요미<미술작가>

한국에서 가끔 듣는 말이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네”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던 교환학생 때는 이 말이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무슨 말인가”라고 생각한다. 설령 앞으로 일본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져도 나는 평생 일본인이다. 이 연재도 두 번 남았다. 마지막 두 번은 인상적인 한국의 변화에 대해 쓰고 싶다.

그중 첫째는 영화를 예로 들어 문화에 대해 쓰고 싶다. 교환 유학이 끝날 무렵에는 한국어도 많이 늘었고 시간만 나면 한국영화를 봤다. 처음에 관심을 가진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었다. 그 후 ‘나쁜 남자’를 봤을 때에는 직감적으로 동양인이 찍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독은 김기덕. 한국 사람이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영화는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나는 재능있는 영화감독들로 넘쳐나는 한국이 굉장히 부러웠다.

2005년 일본어 강사로 일하던 나는 대학생이 대부분인 반에서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물어봐서 “김기덕 영화를 좋아한다”고 한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김기덕 감독의 영화평은 “쓰레기 영화” 등의 욕설로 가득했다.

1990년대 내가 교류했던 한국에는 지적 욕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경북대 영화동호회가 실로 난해한 영화로 꼽히는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헤드’의 필름을 입수해 상영했더니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 많은 학생들은 서서 영화를 감상했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2000년대 한국영화의 국제적 평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지만, 그런 시기는 너무나 짧게 끝났다. 훌륭한 예술이나 영화를 만나 진심으로 감동하는 것은 인간의 숭고한 기쁨이다. 그것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심풀이의 도구가 되면 ‘오빠는 강남스타일’이다.

2004년 겨울 한국 전통음악 공연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공연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람들을 모은 것으로 사회를 맡은 대학 교수가 연주자를 소개하면서 공연은 진행됐다. 그리고 중간에 사물놀이가 꽤 긴 시간 연주됐다. 연주가 끝나자 사회자는 그 지역 사물놀이 동호회의 연주였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 훌륭한 공연에 어느 대학에서나 있는 동아리 수준의 연주를 보여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그 사회자 너무했다”고 모두 말했다. 하지만 설령 누가 상처를 입더라도 그 사회자가 정당한 평가를 공언한 것이 나로서는 기뻤다.가와타 쓰요미<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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