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하늘 광고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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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4   |  발행일 2019-02-14 제31면   |  수정 2019-02-14

1984년 제작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는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 여행을 온 살인 로봇 얘기다. SF 공상과학 영화의 특수효과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엄청난 제작비가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당시 미국 상업 영화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640만달러 정도였다. 풍부한 상상력 덕분이었다. 미래를 영화에 담기에는 엄청난 제작비에 부담을 느낀 제작진이 시간의 존재를 미래가 아닌 현재로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에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끊임 없이 등장하는 적들을 가상현실(VR) 게임을 통해 주인공은 권총으로 제압한다. 지난달 막을 내린 주말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속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었지만, 광고시장의 새로운 소재로 삼기에 충분했다. 30여년전 안방극장에 인기를 모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의 소재는 요즘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였다. 당시에는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의 지능을 가진 ‘키트’는 사람 말귀를 알아들었다. ‘키트’는 한참 뒤 광고시장의 세계적 소재가 됐다. 2016년 실제 공간에 등장했던 가상의 괴물을 잡는 게임 ‘포켓몬 고’는 2년간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광고시장을 정복한 입소문을 타고 희귀 괴물이 등장하는 곳에는 관광객이 몰렸다. 괴물을 잡을 수 있는 동네는 상권도 회복돼 새로운 경제 효과도 얻었다.

캄캄한 밤하늘에 초대형 광고판을 쏘아 올리는 하늘광고도 이미 예고된 상태다. 사이언스지는 반사판을 탑재한 소형 인공위성의 무리를 궤도상의 일각에 쏘아 올려 기업의 로고를 밤하늘에 비추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러시아의 신흥기업 스타 로켓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7일 스타 로켓은 ‘궤도 디스플레이’의 구조와 밤하늘에 광고가 투영된 이미지를 CG로 그리는 동영상을 회사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르면 2020년에 우주광고를 쏘아 올려 세계 광고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성으로 태양광을 반사시키는 밤하늘 광고는 지구 속에서만 갇혀 지내는 인간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나 다름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광고시장에서 바야흐로 우주공간의 상업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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