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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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2 00:00  |  수정 2019-02-12
20190212

 대구시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시정혁신’을 목표로 2019년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조직개편과 함께 국굛과장급 이하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와 관련해 대구시에서는 보도자료 배부를 통해 ‘대구형 신(新)인사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역량있고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여성공직자 6명(3급 2명,4급 4명)을 과감히 발탁했으며, 이른바 유리천장을 깰 유능한 여성 공직자들이 연이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과히 대구시 여성공무원의 권익증진을 위해 바람직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구시 여성공무원들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여성공무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7굛9급 공채시험에서 여성의 합격자 비율은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17년 말 기준 지방자치단체의 여성공무원 수는 11만3천15명으로 전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36.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대구시의 여성공무원 비율은 전체 공무원의 34.3%로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여성간부공무원 비율 역시 전체 공무원의 13.5%로 특별굛광역시 중 최하위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대구시 공무원 사회만의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까이 대구시의회를 보면 2대부터 현 8대까지 여성 의원의 수는 2명부터 최대 7명까지였다. 그것도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단 1명의 여성 시의원도 없었던 적도 있었다. 전국 현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824명의 광역의원 중 19.42%인 160명의 여성 의원이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이 역시 비례대표 62명을 포함한 수치라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국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제헌국회부터 현 20대 국회까지 7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300명의 국회의원 중 17%인 51명만이 여성 의원이다. 오히려 민간기업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사회가 이렇게 경직돼 있는 것을 보면, 20%의 장벽이 참으로 높고도 견고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는 많은 국가가 여성 인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캐나다와 영국 정부는 이사회의 임직원 비중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가까이 일본에서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여성 관리직 비율 공포를 의무화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각종 선출직 선거에서 여성을 50% 이상 의무적으로 추천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남녀동수법’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여성의 정치 참여 비중을 늘리기 위한 획기적 조치를 마련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선출직에서 남녀 동수 공천제도를 도입함과 아울러 남녀 동수 공천제도의 담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 위해 남녀동수법을 발의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州)에서 1월31일(현지시각)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이 후보자의 남녀 비율을 동수로 맞추는 법안을 처리했다는 외신을 본다면 단순히 시기상조의 논란거리로만 치부할 일만은 아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시대적 과제로 주어졌다. 먼저 여성가족부부터 ‘여성 고위 관리직 목표제’ 도입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여성 임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성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지속해서 양성 간의 차이가 서로에게 불편을 주고, 고통을 주지 않도록 모든 성이 평등하게 경제굛사회 활동을 하고, 행복을 누리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런 의미있는 변화가 지속돼 우리의 후손들이 진정으로 평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남녀 차별없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제는 단호히 외쳐본다.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고.

 윤 영 애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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