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샌드박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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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4   |  발행일 2019-01-24 제31면   |  수정 2019-01-24

모래상자를 뜻하는 샌드박스(Sandbox)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모래놀이를 하는 놀이터의 개념이다. 이러한 모래밭처럼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일정 기간 또는 일정 지역 내에서 면제해주는 제도가 규제 샌드박스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거나 유예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첫날 정보통신기술(ICT)융합 분야 9건, 산업융합분야 10건 등 19건이 접수됐다.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공공기관 고지서 모바일 전송과 수소 충전소 도심설치 등이다.

규제개혁은 예로부터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였고 위정자들이 늘 외쳐온 분야였다. 지방자치단체도 각종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 규제개혁 추진실적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문경시는 6차 농업 활성화를 위해 생산관리지역 안에서의 일반음식점 영업 허용을 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관련 법령을 고쳤다. 농업이 1차 산업에 머물던 시대는 일찌감치 끝났다. 지금은 생산에서부터 가공, 유통, 판매까지 농가에서 담당하는 6차 산업만이 농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있다.

농업의 생산물인 농산물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거나 가공품이다. 원료 자체를 먹기도 하지만 쌀이 밥이나 떡으로 소비되듯 대부분 가공단계와 체험을 거친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가에서 음식물을 가공하고 판매하는 것은 농가의 소득을 다양화시킬 뿐 아니라 부가가치도 크게 향상시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생산관리지역에서의 식당영업 행위는 불가능하다. 결국 농민들이 간단한 체험음식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계획관리지역 등 토지용도에 맞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경에는 오미자를 테마로 한 동굴 카페와 터널이 있다. 그 속이 일년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곳도 계획관리지역이 아닌 까닭에 음식을 조리해서 팔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상하수도나 화재 위험 등 조리를 못하게 할 이유야 많지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휴게음식점 정도의 간단한 음식물은 판매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도 좋지만 신농업을 위해서라도 농업분야의 규제를 풀어주는 샌드박스가 필요해 보인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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