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과 책임당원 수를 감안하면 이번 전당대회는 영남 선거다. TK(대구·경북)에서 세사람이 당대표로 출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황교안·오세훈 등 유력 당권 후보들을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당대표가 23일 2·27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주호영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두 번의 봄을 향한 여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내가 30일에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세 사람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단일화하자는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가 언급한 ‘두 번의 봄’은 다음달 열리는 전당대회와 2022년 대선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또다시 여의도로 복귀하면 최전선에서 여당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싸움꾼 이미지만 각인되면 전투에는 이기겠지만 2022년 전쟁에서는 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래서 시계를 2022년에 맞춰 놓고 있었는데, 당을 수렁으로 빠뜨릴 분이 나오는 바람에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단일화 합의에 대해 홍 전 대표는 “주 의원과는 지난주에 만났고, 김 전 도지사와는 김무성 의원과 22일 만나 힘을 합치자고 얘기했다. 이에 두 분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TK 출신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하면 단일화 대상에 넣어야 하지 않나’는 기자의 질문에 홍 전 대표는 “정치인의 최대 무기는 착각의 자유다. 그 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황 전 총리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그 분은 훌륭한 공무원이지만 정치인은 안 된다”며 “그 분이 들어오면 이 당은 ‘두드러기 당’이 될 것이고, 당은 수렁에 빠진다”며 황 전 총리 병역 면제 논란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오신 분들은 지난 지방선거 때 도와달라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라며 “이제와서 당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니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건 정의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 의원은 홍 전 대표의 단일화 주장에 대해 “단일화를 꼬집어 얘기하진 않았고, ‘힘을 합치자’라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영향력 있는 홍 전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홍 전 대표가 도울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도지사 역시 “힘을 합쳐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황 전 총리의 출마를 공격하는 것에는 반대했다”며 “김무성 의원, 주 의원과도 일정부분 협력하기로 했다. 비박(非박근혜) 연대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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