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동해를 청해로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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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3   |  발행일 2019-01-23 제31면   |  수정 2019-01-23

2006년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 자리에서 “한일 간에 놓여 있는 현안들을 대국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가기 위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 또는 ‘우의의 바다’로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각계 각층에서 일본해를 국제적으로 동해로 명칭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라 이 발언은 국내에서 적잖은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가 나서 단순한 비유였지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다고 해명까지 했다.

2011년10월에는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국제수로기구(IHO)가 발간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본문에 ‘일본해’로, 부록에 대안 명칭으로 ‘동해’로 싣자는 것이었다. 본문에 병행 표기를 주장하고 있던 우리 정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다행히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우리 정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2017년 모나코 IHO 총회에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개정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는 한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관련국과 협의를 거쳐 사무국이 정리해 2020년 총회에서 보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해 단독 표기를 견지하고 있는 일본의 소극적 태도로 동해 병기 문제는 아직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참다못한 IHO는 최근 “일본 측이 협의에 계속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 아예 (해양과 바다의 경계) 폐기를 검토하거나 일본해 표기 자체를 뺄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 일본 측은 이에 마지못해 한국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동해 병기에 부정적이다. 고노 다로 외상은 “호칭 문제는 현재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협의할 필요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동해 명칭 문제는 한일 간 독도 문제 못지않게 복잡하고 어렵다. 설혹 협의가 잘 이루어져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된다 하더라도 이는 임시봉합에 불과하다. 이참에 동해 명칭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제3의 명칭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최찬식 전 청구대 교수는 동해나 일본해가 아닌 ‘청해(靑海)’로 하자고 제안한다. 서쪽의 황해(黃海)와 대칭이 되고 남쪽의 현해(玄海)와도 색깔 이름으로 묘미가 있으며,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어느 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가 가장 좋긴 하지만 ‘청해’도 좋은 명칭인 것 같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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