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청, 직원들이 모금한 이웃돕기 성금을 악성민원 해결에 사용 '논란'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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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2 00:00  |  수정 2019-01-22
성금 800만원에 자판기 수입 200만원 보태 민원인에게 1천만원 지급

 대구 달서구청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모금한 돈을 악성 민원 해결에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돈은 '1%나눔운동' 일환으로 구청 직원들이 매달 자율적으로 모은 것으로 유용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일부 국장과 부서장 등이 공모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2일 달서구청 직원 등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해 9월 직원들이 모금한 이웃돕기 성금 800만원에 '월광수변공원자율회비(자판기 수입)' 200만원을 보태 총 1천만원을 민원인 A씨에게 지급했다. 기초수급자도 아닌 A씨에게 성금이 전달된 데에는 A씨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구청이 수년간 시달려 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2015년 도로확장 공사로 자신의 가게가 철거되자 더 많은 보상비를 요구했다. 당시 구청이 제시한 보상비 3천600만원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2016년 4월 취임 때부터 매일 구청장실로 찾아오다시피 하는 A씨의 민원에 시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이 구청장이 일부 국장에게 해결책을 찾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당시 모금액을 관리하던 직원자율회 회장과 총무팀장 등 간부들은 지난해 8월30일 '직원자율회 담당자 회의'를 열고 모금액을 A씨에게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직원자율회 회장 B씨는 회의에서 "자율회비 통장을 그동안 거의 쓰지 못해서 금액이 꽤 많다. 몇 년 전에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피해를 보신 분이 계시는데 생계가 곤란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청장실을 찾아온다. 부서마다 1%나눔운동을 한다고 매달 돈을 얼마씩 보내는 걸로 아는데 한두 달치를 모금하지 말고 (그 돈 800만원에) 200만원(월광수변공원자율회비) 정도 (더 보태) 이 분에게 드리면 어떨까 한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구청은 지난해 9월 해당 금액을 사회복지모금회나 복지단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A씨에게 수표로 전달했다. A씨는 '해당 합의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것과 다시는 보상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구청 직원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직원자율회 일부 간부들이 (결국) 보상업무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을 생계가 곤란한 구민이라고 전 직원에게 속인 셈"이라며 "이 구청장 역시 합법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업무처리결과를 보고 받았고 수긍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이번 사건을'행정적 모범 사례'라고 봤다. 달서구청 간부는 "민원인은 달서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인해 가족까지 해체된 구민이었다. 민원이 극심했고 직원들 모두 고통을 겪었다. 이에 구청에서 700만원을 제시했지만 민원인이 1천만원을 요구해 직원들이 모은 800만원과 월광수변공원 자판기 수익 200만원을 더해 1천만원을 건넸다"며 "민원을 정리하고 구청장에게 보고는 했지만 구청장의 지시로 일을 진행한 건 아니다. 또 모금액이 민원인에게 지급된 사실을 모르는 직원들이 있는 이유는 각 부서별 서무담당자가 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악성민원을 해결한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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