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발상의 전환

  • 배운철
  • |
  • 입력 2019-01-22   |  발행일 2019-01-22 제30면   |  수정 2019-01-22
[취재수첩] 발상의 전환
배운철기자<경북부/청송·영양>

청송군과 영양군이 요즘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잇따라 내고 있다. ‘육지 속 섬’이라는 오랜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대한민국 오지의 대명사로 불려온 청송·영양군은 ‘빈곤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부모 세대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젠 먹고살 만하다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가 됐다. 하지만 아직 갈증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를 통해 다른 지역과 연결되고 지역을 찾아오는 이들도 늘었지만, 변변한 기업체 하나없는 암울한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최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추진한 사업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사업이 지역의 변화를 불러 일으켜 군민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은 영양군이 2007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연 고추문화 축제에서 시작된다. 오지 산골에서 열리던 축제를 우리나라 수도 한복판에서 열겠다는 생각은 처음엔 다소 엉뚱해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양 고추의 우수성을 한번에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고추 단일품목으로 엄청난 부를 일궈낸 것이다. 지역 행사로 치러지던 산나물축제에도 버스 운영비를 지원하면서 전국 축제로 올려놓았다. 낮은 재정자립도를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머리를 짜내 참여한 2017·2018년 국비공모 사업에선 2년 동안 3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영양군 2년 세수의 6%에 해당한다.

영양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인구 감소로 인한 존폐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 정착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이를 통해 ‘인구 2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수비면 오기리 산 96-1 일원 173만5천228㎡에 사업비 8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촌엔 고랭지 농경지를 비롯해 스마트팜·임대주택·영농상담소·농기계보관소·보건진료소 등이 들어선다. 일자리와 함께 주거·의료·복지·교육을 망라한 생활 밀착형 패키지도 지원된다. 농업 경험이 풍부한 탈북민 유입을 통해 노동력 확보·저출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게 군의 복안이다.

마이스산업 유치를 통해 관광도시로 변모 중인 청송군은 남북교류를 청송 브랜드 업그레이드 기회로 보고 있다. 군은 지난해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청송사과로 북한에 진출하겠다고 선포했다. 평화무드가 조성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교류협력기금 조성 및 행정지원 방안 등을 담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제정과 청송군남북교류협력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성공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 청와대에도 건의할 방침이다. 군은 전 공직자를 대상으로 통일대비 역량 강화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 사과의 북한 진출이 성사될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져 농업소득 증대 측면에서도 매우 값진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내적으로 사업 내실을 기하고 외적으론 중앙정부를 찾아 방향을 설명하고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무작정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나서는 지자체의 모습에서 많은 군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배운철기자<경북부/청송·영양>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