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청소년 비행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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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21   |  발행일 2019-01-21 제31면   |  수정 2019-01-21

‘5%대 16.9%, 3%대 6.7%대’.

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와 우리나라 청소년의 지난해 술과 담배 경험률이다. 총 인구가 33만7천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모스크바 월드컵 본선 조별 경기에서 적잖은 파란을 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에 속하는 아이슬란드의 과거는 혹독한 추위 속에 겨울철이면 얼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척박한 얼음의 땅 때문이었다. 이 나라는 곡식을 경작할 수 있는 토지도 국토의 2% 정도에 불과했다. 용암이 굳은 검은 지평선, 빙하로 뒤덮인 평야에서는 어떤 작물도 키울 수 없었다. 1783년에는 엄청난 화산 폭발로 9천여명이 사망했다. 키우던 가축도 80%가 죽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 어업으로 연명하던 아이슬란드는 청소년의 비행 문제 해결로 흐트러진 국가를 바로 세웠다. 아이슬란드는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10대 청소년의 비행이 가장 심한 나라였다. 청소년 비행의 상징인 10대의 음주 및 흡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당시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유럽 청소년의 하루 음주율은 42%, 흡연율은 23%까지 치솟았다.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아이슬란드는 1998년 술·담배의 소비를 줄이는 청소년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청소년과 성인의 역할론을 앞세운 이른바 ‘동전의 양면론’이다. 청소년과 어른은 동전의 양면으로 청소년 문제와 어른들의 책임론을 동시에 강조했다. 이 나라는 12세 미만은 밤 8시 이후엔 혼자 거리를 다니는 것을 금지했다. 13~16세 아이들은 밤 10시 이후엔 거리를 다닐 수 없도록 했다. 청소년의 통금시간 제한으로 가족과 오붓한 저녁을 보내면서 가정의 화합은 시작됐다. 아이슬란드 청소년의 행동변화는 프로젝트가 10년이 지나면서 드디어 효과를 얻기 시작했다. 청소년 프로젝트에는 부모와 이웃집 구성원까지 훈련시키는 새로운 교육 과정도 도입했다. 10대들이 가족, 이웃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통해 행복감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2018년 조사에서 아이슬란드 청소년의 한달간 음주 경험률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담배를 피운 경험률도 3% 미만에 그쳤다. 아이슬란드 인사말‘행복하게 오다(Komdu soell)’와 ‘행복하게 가다(Vertu soell)’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볼 때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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