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은행, 더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아야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9-01-21   |  발행일 2019-01-21 제31면   |  수정 2019-01-21

대구은행을 주축으로 한 DGB금융그룹이 근 1년6개월간의 내부 암투를 봉합했다. 지난 18일 은행이사회 측이 김태오 현 그룹지주회장의 은행장 겸직안을 받아들이면서 갈등을 노정하던 은행 사령탑 인선이 결말을 보게 됐다.

돌이켜 보면 대구은행의 분란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역대 시중은행이나 금융권의 스캔들은 주로 정치적 외압이나 이와 연계된 비리가 촉발시켰지만, 대구은행은 어처구니없게도 내부 투서 등이 난무하면서 극심한 혼돈에 빠졌다. 근년들어 은행 조직원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시기어린 모함 편지를 이곳저곳에 보내면서 사안이 커졌다. 이 와중에 고교와 출신 지역별, 심지어 대학 학군단인지에 따라 파벌이 형성되고 승진의 향배가 갈리는 모습마저 보였다. 이번에 김 회장이 은행장 겸직에 이른 일련의 과정에서도 또다른 특정고와 종교계 영향설까지 가중되면서 은행조직을 흔들었다. 결과적으로 조직관리와 인사를 둘러싸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양상’마저 언뜻언뜻 비치기도 했다.

김태오 체제는 이제 DGB금융지주그룹의 새로운 창업을 선언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상공인들이 김 회장의 겸직안에 대해 찬성한 것도 그가 당장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기보다는 지역금융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행의 분란을 더이상 방치하기 곤란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회장은 전임 박인규 회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으로 물러난 뒤 외부에서 영입돼 온 인사다. 하나은행 출신이다. 20여년간 내부 출신을 은행장으로 발탁해 온 관례가 깨졌다. 그만큼 김 회장 겸 은행장의 책무는 무겁다.

우선 새로 인수한 증권, 보험사의 영업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50% 가까운 지역의 절대적 수신고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대구·경북민이 이런저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을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애용해 온 그 배경의 무게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의 선진화가 중요하다. 대구 수성구청 펀드 소실분 보전 같은 것은 정서적으로는 용인할 수 있어도, 선진금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아가 김 회장 겸 은행장은 자신의 공언대로 2020년 말까지 새로운 은행장을 발탁해 회장·은행장 분리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작금의 금융그룹 운영에 있어 최선의 답인지 아닌지는 불문하고, 어떤 조직이든 이런 종류의 약속은 실천돼야 조직발전의 최소한 공배수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면 DGB금융그룹은 더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