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주 감포읍 오류리 연동마을

  •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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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  발행일 2019-01-18 제36면   |  수정 2019-01-18
집 담벼락 늘어선 멸치젓갈 고래통…짠내 나는 땀방울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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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마을 곳곳에서 멸치젓을 담근 고래통을 볼 수 있다(위). 양은솥 걸린 부뚜막과 멸치젓 고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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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형 돛 모양의 아라나비 시설. 방파제 끝에는 치미등대.

경주의 연동마을과 포항의 두원리는 실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다. 천은 복개되어 있고 군데군데가 우물처럼 열려 있다. 한 발은 포항에, 한 발은 경주에 두고 서서 하천의 가느다란 물줄기가 구불구불 바다로 향하는 것을 본다. 모세의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듯한 뿌듯한 자만이 꿈틀거린다. 두 마을은 나란히 앉아 같은 바다를 바라본다. 슬쩍 손을 포개고.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것이 어쩐지 심술궂지만, 저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랍니다.


◆연동마을

하천의 복개면은 두 마을의 공유지일까, 절반씩 나뉘는 것일까. 복개면에 부뚜막이 설치되어 있다. 커다란 양은솥도 두 개나 걸렸다. 천변 두원리 집 담벼락에 어른 한 명은 족히 집어삼킬 만한 ‘고무다라이’가 죽 늘어서 있다. 저런 것을 고래통이라 한단다. “젓갈인가요?” “멸치젓.” “부뚜막은 왜 여기에?” “옛날에는 멸치를 바로 데쳐서 팔기도 했어. 이제는 안 해.” 가만 보니 연동마을 곳곳에서도 멸치젓 담근 고래통을 볼 수 있다.

연동마을은 경주시 감포읍 오류리에 속한다. 오류1리는 선창, 2리는 척사, 3리는 오류, 4리가 연동이다. 마을은 70여 가구로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고기를 낚고 많은 집들이 젓갈을 담근다. 고려 말엽 성씨가 다른 세 집이 이주해 와 마을을 일구었는데 그때 마을 연못에 연꽃이 많아 연동(蓮洞)이라 불렀다고 한다. 구한말에서 광복 직전까지는 이 마을에 염전이 있어 염동(鹽洞)이라 부르기도 했다. 음력 3월부터 9월까지 6~7개월 동안 백사장에 가마를 설치해 놓고 바닷물을 물동이로 퍼 물지게로 실어 나른 뒤 가마에 넣고 끓여 소금을 만들었다. 세상 고된 일 중 하나가 염전일이라는데,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염전을 오갔다고 한다. 감포의 멸치젓갈은 경주의 지역 특산물이다. 자연스러운 맛이 일품이라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연꽃도 염전도 흔적 없지만, 늘어선 젓갈 고래통들은 짠 내 나는 땀방울을 떠올리게 한다.

실개천 사이두고 이웃한 포항 두원리
하천 복개면 놓여진 부뚜막과 양은솥
마을 연못에 연꽃이 많아‘연동’불러

연동항 방파제 집와이어 ‘아라나비’
겨울바다 위 나비처럼 훨훨 나는 체험
카약 트레킹·대나무낚시 바다 놀이터
트릭아트 눈요기·벵에돔 잡는 낚시꾼
황룡사터 발견 치미 형상화 치미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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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연동마을과 포항의 두원리는 실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다. 위쪽이 두원리, 아래쪽이 연동마을이다. 연동항 등대는 치미등대. 방파제 바닥에는 트릭아트가 그려져 있다.

◆연동항 바다놀이터

고요하고 한적하던 마을은 연동항에 이르러 요란한 기지개를 켠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고 방파제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항구 한쪽에 반달형 돛 모양의 푸른 철제 프레임이 우뚝하다. 항구의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와이어를 연결해 바다 위를 날아가는 익스트림 스포츠 시설인 ‘아라나비’다. ‘아라’는 바다의 순우리말로 아름다운 바다 위를 ‘나비’처럼 훨훨 날아간다는 의미다. 흔히 집 라인이나 집 와이어로 불리는데, 아라나비는 국내 기술로 만든 토종 브랜드다. 안전 요원이 ‘아라’ 하고 외치면 ‘나비’ 하고 출발한다. 풍향과 풍속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왕복 460m를 시속 30㎞로 날아간다. 4세 이상, 몸무게 120㎏ 이하면 누구나 체험이 가능하다. 편도나 왕복 코스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중간에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풍덩 코스’도 있다. 치마를 입고 체험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원한다면 말리진 않는단다. 눈 오는 겨울 바다 위를 나비처럼 나는 상상을 해본다.

연동마을은 경주에서 유일하게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방파제 앞 전망 좋은 자리에 연동어촌체험마을센터가 있다. 1층은 식당 겸 회의실, 2층은 펜션으로 관광객들의 숙박이 가능하다. 이 센터를 건설할 때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보탰다고 한다. 아라나비는 연동마을의 대표체험이다. 이외에도 카약 트레킹, 스노클링이 있고, 연동마을 토박이 주민들이 어릴 적 추억을 불러내 되살린 대나무낚시, 새우 잡이, 통발 낚기 등이 있다. 바다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워 가면 조개공예체험을 해볼 수 있고 사방치기, 비사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전통 놀이도 할 수 있다. 연동마을은 ‘바다 놀이터’를 가졌다.

◆치미등대에서

방파제에 통발형의 거대한 그물이 놓여 있다. 용이라도 잡을 요량인가. 바닥에는 트릭아트가 그려져 있는데 많이 희미하다. 연동 앞바다에는 베도라치, 노래미, 벵에돔 같은 물고기가 많다. 때론 팔뚝만 한 우럭도 잡힌다. 우럭과 노래미는 연중 낚이고 감성돔은 가을부터 초봄 무렵까지, 벵에돔은 여름부터 겨울까지가 본격 시즌이다. 낚시꾼들이 많다. 감성돔을 기대하는가요.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낚시꾼의 획득물을 기웃거린다. “한번 보는데 백 원!” 텐트를 치는 두 청년은 밤새 고기를 잡고 일출을 맞이할 모양이다.

연동항 등대는 치미 등대다. 경주 황룡사 터에서 발견된 치미를 형상화했다. 붉은 몸체의 양쪽에 귀마개처럼 치미를 달았는데 언뜻 보면 장군의 투구 같다. 외곽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등대 전체가 빛난다고 한다. 뒤돌아보면 방파제의 소실점에 예쁜 연동마을체험센터가 보이고, 그 옆으로 아라나비의 푸른 돛이 보인다. 희미한 와이어를 따라 가면 구방파제라 불리는 작은 방파제와 정자를 지나 또 하나의 아라나비에 닿는다. 정자는 연꽃 핀 마을의 연화정(蓮花亭). 아, 연동마을 연꽃의 흔적이 저기에 있었네. 옛날 연동마을에 연화라는 소녀가 살았다고 한다. 소녀는 얼어 죽기 직전의 신라왕을 체온으로 구하게 되고, 왕은 백제정벌 후 연화를 궁궐에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기다림과 기다림 끝에 연화는 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녀는 바닷가 바위에 앉아있다 어느 날 사라졌다고 한다. 소설인지, 전설인지 알 수는 없다.

연동마을 뒷산 능선에 풍력 발전기가 서있다. 그 앞에 정자 하나가 자그맣게 보인다. 감포정이다. 저 능선 너머에 감포댐이 있다. 국내 첫 소규모 용수전용 댐이라 한다. 치미등대 앞에서 감포 깍지길 2코스 전체가 보인다. 연화정에서 출발해 감포정을 지나고 감포댐 수변길을 지나 능선길을 따라 연화정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연동마을을 큰 동그라미로 묶는 길이고 그 매듭은 연동 앞바다에서 멀고 넓은 조망으로 펼쳐진다. 바다가 맑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나가 4번 국도 감포 방향으로 간다. 나정교차로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감포, 구룡포 방향으로 6㎞ 정도 가면 연동어촌체험마을이 있다. 아라나비 체험비는 편도 1만3천원, 왕복 1만9천원으로 1인 기준 대인과 소인이 동일하다. 매주 월요일(여름 성수기 제외)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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