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SKY캐슬’ 들끓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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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8   |  발행일 2019-01-18 제22면   |  수정 2019-01-18
‘개천에서 용 난다’ 옛말
자식들 SKY대학에 보내
우리나라 입시 피라미드
신분의 대물림 통로 작동
세태 반영한 드라마 인기
[하재근의 시대공감] ‘SKY캐슬’ 들끓는 욕망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유료가구기준 19.2%의 시청률로 JTBC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면서, tvN ‘응답하라 1988’의 18.8%를 제치고 비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역대 2위에 올랐고, 역대 1위인 tvN ‘도깨비’의 20.5% 기록도 곧 깰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는 드라마는 멜로라인을 내세우기 마련인데 ‘SKY 캐슬’은 멜로라인 없이 파죽지세로 성공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1회는 시청률 1.7%라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핫한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작되자마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회를 거듭할수록 폭발력이 커져갔다. 드라마 내용에 풍자가 있다 보니 사회적 관심까지 생겨 일종의 사회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이 드라마의 사회적 성격은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SKY 캐슬’에서 SKY는 하늘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유명대를 가리키는 대명사다. 캐슬은 궁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SKY 캐슬’은 하늘같은 궁전이라는 뜻이면서, 명문 학벌이 사는 궁전이라는 뜻도 있고, 최고 대학에 들어가야 하늘같은 궁전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수직 서열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하늘이 있으면 땅도 있는 법. 명문대에 들어가 하늘이 된다면,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땅이라는 소리다. 하늘은 궁전에서 대우 받고 땅은 그 밑에서 멸시 받는다. 극중에서 로스쿨 교수는 세상이 피라미드라면서 자식들에게 입시공부를 강요한다. “너희가 나이가 들면 아빠 말이 옳다는 걸 느낄 거다. 피라미드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밑바닥에서는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서는 누리는 거다.”

한국이 이런 피라미드라고 믿는 등장인물들이 고급주택단지에 모여 살면서 자식들을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려 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야기. 바로 그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드라마 속 그들의 욕망, 그들의 세계관을 시청자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시청자의 욕망을 과장되게 표현해 일종의 우화를 만들어냈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은 대학병원 정교수 의사, 로스쿨 교수 등이다. 전문직 종사자로 최상류층은 아니지만 드라마는 이들의 삶을 마치 재벌처럼 호화롭게 묘사한다. 말이 안 되는 설정인데 국민의 정서엔 리얼하게 받아들여졌다. 일류 학벌이 누리는 세계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위화감, 상대적 박탈감이 과장된 스카이 캐슬의 호화로움을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일반 서민에게 일류 학벌 엘리트들은 정말 하늘 궁전의 선민처럼 느껴지니까. 이 선민들이 귀족과 다른 것은 신분이 무조건 세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피라미드 체제는 입시를 통해 이루어진다. 입시를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의 입시는 신분 대물림의 통로로 작동한다고 알려졌다. 엘리트들이 입시를 통해 자기 자식을 엘리트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스카이 캐슬 주민들은 자식 입시 교육에 사력을 다한다.

국민은 그 엘리트들의 세계에선 어떤 식으로 자식을 가르치는지 궁금해 한다. 수시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생을 뽑는 요즘엔 과거처럼 문제집을 달달 외우는 학습만으론 세칭 일류대 입시를 통과할 수 없다. 성적은 기본이고 봉사활동, 교내활동, 수상 실적, 취미에 이르기까지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강남 엘리트들이 바로 이 부분에 강점을 보인다. 자기 딸에게 일류대 입학률 100%라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붙여주는 드라마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아 그들은 저렇게 하는구나’라는 호기심 충족과 함께, ‘이젠 코디네이터가 포트폴리오를 짜줘야 되는 시대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주인공이 아이 인성파멸의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서울대 의대 성공률 100% 입시 코디네이터의 지시를 따르겠다는 악마의 계약을 체결할 때 시청률이 폭등했다. 스카이 대학에 자식을 들여보내 피라미드 끝 하늘 궁전에 살게 하겠다는 욕망이 들끓는 시대. 그 세태가 드라마에 반영된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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