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 똑똑해진 車, 이젠 운전자 감성까지 어루만진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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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12 08:12  |  수정 2019-01-12 08:12  |  발행일 2019-01-12 제13면
CES 2019, 자동차의 신세계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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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시스템을 도입한 자율주행차. <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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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 자율주행 셔틀. <보쉬 제공>

‘국제 전자제품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2010년 이후 자동차 업체가 대거 진출하면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자동차의 전시 비중이 매년 커지면서 미래 기술 경연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CES 2019는 자동차 업계 기술의 향연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와 IT산업 패러다임이 융합되면서 자동차를 떼어놓고 최신 ICT를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올해 역시 자동차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현대모비스‘新디스플레이’전시
車 전면 유리창 통해 영화 감상

기아차도‘실시간감정제어’제시
소리·향기 등으로 車환경 최적화

현대차, 로봇 결합 콘셉트카 선봬
벤츠는 신형CLA 처음으로 공개

닛산의 미래기술 ‘I2V’도 발표
가족·친구가 3D아바타로 동승

BMW는‘개인비서’기술 소개
일정 안내하고 회의·쇼핑 도와


◆자율주행 기술에 접목한 모빌리티 신기술

현대모비스는 이번 CES 2019에서 운전자의 손짓을 인식하는 ‘가상공간 터치기술’을 소개했다. 가상공간 터치기술은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영상을 선택하거나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탑승자 시선과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일직선에 위치하면 작동한다. 자동차 내 카메라가 시선과 손가락을 인식하는 원리다. 박수 소리로 조명을 끄거나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기술이다.

또 영상과 차량 주변 상황이 전면 유리창에 펼쳐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도 전시했다. 유리창(윈드쉴드)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클러스터(계기판) 다음 단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된다. 유리창 디스플레이는 특수 입자를 입힌 유리에 전기를 흘려 외부 빛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비자율주행 때는 평소와 같은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자율주행에서는 짙은 필름을 부착한 듯 어두워진다. 어두운 유리창에 영상을 쏘면 스크린이 되고, 옆면 유리창까지 이어지는 라운드형 스크린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이드미러를 대체할 카메라 시스템(CMS)은 차량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유리창 하단에 비춘다.

탑승객 감정에 따라 자동차와 운전자가 소통하는 기술도 나왔다. 자동차 내부에 장착된 얼굴 인지 카메라가 탑승객 감정을 파악한다. 이 감정 상태를 다른 차와도 공유한다. 램프를 통해 기쁜 상태면 푸른색 램프로, 화가 난 상태면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차가 탑승객의 감정을 인식해 이에 따른 조명을 조절하거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어준다.

기아차는 ‘감성 주행’을 주제로 새 모빌리티 기술 방향을 공개했다. 감성 주행은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돼 인간 이동성이 극도로 향상된 미래사회의 이동방식을 뜻한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향후 시대를 주도할 핵심 기술로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하는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R.E.A.D)’ 시스템을 제시했다. MIT 미디어랩 산하 어펙티브 컴퓨팅 그룹과의 협업으로 만든 R.E.A.D 시스템은 인공지능(AI)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생체정보를 통해 운전자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소리, 진동, 온도, 향기, 조명 등으로 오감과 관련된 차량의 환경을 최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생체정보 인식 기술은 사전 설계 로직에 따라 졸음이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에 대응하는 안전기술에 머물렀으나 R.E.A.D 시스템은 한 발 더 나아가 운전자 감정을 바로바로 파악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에너지·화학기업으로는 처음으로 CES에 참가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전기차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소개했다. 또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기술 등을 출품한다.

SK텔레콤도 국내 이동통신 기업 중에서는 유일한 CES 참가 회사다. 300m 이상 장거리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는 ‘단일광자 라이다(LiDAR)’와 차량이 수집한 최신 도로정보를 업데이트하는 ‘HD 맵 업데이트’ 등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다.

SK하이닉스는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에 적용된 차량용 D램·낸드플래시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엔터프라이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모빌리티 기술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을 공개했다.

자율주행과는 크게 관계없지만 새로운 개념을 탑재한 차량도 다수 전시된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로봇을 결합한 ‘엘리베이트’라는 콘셉트를 새로 선보였다. 울퉁불퉁한 지형이 있으면 로봇 팔이 나와서 차량을 들어올려 이동한다. 기존에 바퀴가 이동하지 못했던 지형에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재난 구조 상황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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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i넥스트 가상현실 시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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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어바네틱.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카 인포테인먼트·5G에 주목한 자동차 신기술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CLA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CES에서 발표한 혁신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적용했다. 신형 CLA는 탑승자의 움직임을 통해 차량의 특정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MBUX 인테리어 어시스턴트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자연어 인식, 운전자에게 피트니스 컨설팅을 제공하는 에너자이징 코치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탑재했다.

새 모빌리티 콘셉트인 비전 어바네틱도 미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 운송과 화물 운반을 동시에 구현했다. 네트워크 호환을 바탕으로 도시 내 물류회사, 대중교통, 개인이 각기 다른 목적의 운송을 가능케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도심 교통체증과 도심 내 사회기반시설 과밀 현상 해소를 추구한다.

닛산은 미래기술 ‘인비저블 투 비지블(I2V)’을 발표했다.

I2V는 ‘SAM(Seamless Autonomous Mobility)’과 ‘프로파일럿(ProPILOT)’, 실내센서가 감지한 정보를 통합하는 닛산 옴니센싱(Omni-Sensing) 기술이 사용된다. 주행 및 교통환경은 ‘SAM’이, 차량 주변은 ‘프로파일럿’이, 차내 환경은 옴니센싱이 파악하는 식이다. 이 센서는 자동차 주변의 도로 및 교차로 상황, 도로표지, 보행자 정보를 파악해 전달한다. 또 탑승자의 상황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탑승자에게 필요한 것을 예측해 제공한다. 또 I2V는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에 연결된다. 이를 통해 가족이나 친구가 3D AR(증강현실) 아바타로 나타나 동승하거나 운전을 돕는다.

BMW는 비전 i넥스트의 가상현실 시운전 체험을 마련했다. 이번 시운전에 활용하는 ‘BMW 인텔리전트 개인비서(BMW 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는 음성으로 자동차와 소통하고, 기능 등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

참가자는 가상현실용 고글과 특별히 고안된 콘셉트 공간 속에서 시운전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이어 ‘BMW 인텔리전트 개인비서’가 일정을 제안하고, 완벽한 주행을 위한 계획을 제공한다. 참가자는 직접 BMW 비전 i넥스트를 운전하지만 이후 자동차가 주행기능을 넘겨 받아 자율주행 모드인 ‘이즈(Ease)’로 전환한다. 이즈 모드에서 참가자는 BMW 인텔리전트 개인비서와 소통하며 회의에서부터 쇼핑, 스마트홈 기능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보쉬는 통합서비스를 갖춘 무인 전기셔틀 콘셉트를 제시했다. 여기에 사용자가 차를 예약하고 비용을 지불하거나, 다른 탑승객과 이동성을 공유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새 디지털 서비스 등을 제안한다. 또 보쉬는 컨비니언스 충전이라고 부르는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아우디 A3 e-트론 기반 데모차에 적용해 보여줬다. 컨비니언스 충전은 통합 충전 및 내비게이션 솔루션으로 배터리가 언제 방전되는지, 다음 충전소 위치는 어디인지를 알린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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