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안동 판사, 안동 유림’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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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  발행일 2018-11-16 제26면   |  수정 2018-11-16
[미디어 핫 토픽] ‘안동 판사, 안동 유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인터넷 캡처>

지난 13일 안동지방법원 판사 6명이 포털사이트와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법원 내부에서 처음으로 촉구한 판사들이다. 차경환 안동지원장(사법연수원 27기), 박찬석 부장판사(31기), 이인경(39기), 권형관·이영제(40기), 박노을 판사(42기)는 공동으로 지난 12일 대구지법 대표판사 3명에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법관대표회의에 발의해 달라며 e메일을 보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현직 판사들이 대상이다.

이에 대해 안동토박이로 민속학의 최고 권위자인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유림보다 나은 안동 판사님들!’이란 주제로 글을 올려 댓글이 줄을 이었다.

임 교수는 “안동은 유림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유림다운 실천을 하는 일에는 매우 인색하다. 지난 탄핵정국에 안동 유림은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박근혜정부 말기 성주유림들은 120명의 이름으로 ‘사드배치반대 상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영주청년유림들도 같은 해 ‘격박근혜대통령하야’라는 제목의 7언고시로 시국선언을 했음에도 안동 유림들은 끝내 잠자코 있었을 따름이었다. 선조들의 만인상소 자랑하는 데만 골몰할 뿐 현실문제에는 늘 묵비권을 행사할 뿐이어서, 안동유림은 있어도 그 존재감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럼에도 오늘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법사상 최초로 사법농단에 대한 시국선언 성격의 결의안을 발표했다. 안동토박이 유림보다 객지에서 온 법관들이 더 유림다운 지조와 결기를 보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안동에서 사는 보람을 처음으로 만끽하게 한 새 소식이다”라고 반가워했다.

임 교수의 페이스북 팔로어들은 ‘용기있는 안동지원 판사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안동 성리학 박사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진짜배기 유림들은 일제 때 북간도로 식솔을 이끌고 가버렸다’ ‘안동=안주(安住)’ ‘공자님께서 슬퍼하실 듯’이란 댓글로 화답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매년 4월 둘째 주 월요일과 11월 넷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는 전국 각급 법원 판사 회의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법원장 견제를 취지로 상설화됐다. 올해 두 번째 회의는 오는 19일 열린다.

박진관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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