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팬티 입으면‘性관계 동의’표시?…아일랜드 법원, 어처구니 없는 판결

  • 입력 2018-11-16 00:00  |  수정 2018-11-16
性폭행 혐의 남성‘무죄’받자
세계 곳곳 여성들 항의 빗발쳐
SNS에 속옷사진 올리며 공분
야한 팬티 입으면‘性관계 동의’표시?…아일랜드 법원, 어처구니 없는 판결
아일랜드 루스 코핀저 하원의원이 지난 13일 의회에 출석해 레이스 속옷 하나를 꺼내 보여주며 성폭행 혐의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법원을 비판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아일랜드의 성폭행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속옷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정황 증거’로 제시되어 결국 가해 남성이 무죄 평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일랜드는 물론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BBC와 CNN방송 등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한 골목길에서 17세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27세 남성은 여성과 합의 아래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 이 남성의 변호인이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속옷을 증거물로 제시하면서 한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 변호인은 지난 6일 아일랜드의 법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피해 여성이 입었던 레이스 속옷을 제시하며 “그가 어떤 차림이었는지를 봐야 한다. 그는 앞면이 레이스로 된 끈 팬티를 입고 있었다"고 말해 여성이 이 남성과 성관계를 맺을 의사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배심원단은 이로 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이런 재판 과정이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지자 루스 코핀저 하원의원은 지난 13일 아일랜드 의회에 출석, 레이스 속옷 하나를 꺼내 들고 성폭력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는 법원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SNS상에서는 분노한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끈 팬티와 같은 ‘야한 속옷’을 입고 있었다고 성관계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이것은 동의가 아니다(#ThisIsNotConsent)’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속옷 사진을 올리며 항의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자신의 속옷 사진을 SNS 계정에 올린 캐나다의 미셸 설리번은 CNN에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21세기 아일랜드의 법원에서 이런 변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여성단체들은 피해 여성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재판 관행에 항의하며 아일랜드의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무엇을 입든 어디를 가든, “‘예’는 ‘예’를 의미하고 ‘아니오(No)’는 ‘아니오’를 의미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성폭력 피해자에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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