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정치와 경제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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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5   |  발행일 2018-11-15 제23면   |  수정 2018-11-15

동양에서 경제의 어원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인 경세제민의 줄임말이 경제다. 국어사전엔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 말인즉슨 정치가 곧 경제라는 얘기다. 2001년 ‘정보의 비대칭성’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거대한 불평등’에서 정치를 경제 불평등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는 “불평등은 불변의 경제법칙이 초래한 것이 아니라 정책과 정치가 야기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정치와 경제를 한통속으로 규정한 것이다.

예산국회가 끝나면 물러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작금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라고 말했다. 규제개혁 법안 처리 지연과 최저임금 과속 등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경제난의 동인(動因)을 정치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스티글리츠의 진단과 맥락이 같다.

기실 경제와 정치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올들어 취업자 증가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고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직면한 것도 정치적 선택의 산물 아니었던가. 친노동 성향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기용은 최저임금 파고(波高)의 진원(震源)이라 할 만하다. 고용노동부 영향 아래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 앞에 사용자위원은 무력했고, 결국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대폭 인상으로 귀결됐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불평등 완화를 위해 중간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대돼야 하며, 산업구조 개혁과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가 건강한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재정지출 확대 정책과 궤가 같다. 하지만 산업구조 개혁에 해당하는 문 정부의 혁신성장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신고전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시장경제가 가장 뛰어난 제도라는 신념은 굽히지 않는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맡아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경제현장을 중시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용적 정책을 펼치라고 조언했다. 경제는 정치다. 한국에서 정치를 작동시키는 권력은 청와대다. 청와대 정책 브레인들이 스티글리츠와 박승 전 총재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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