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경찰-자치경찰, 업무 명확히 해 혼선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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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  발행일 2018-11-14 제35면   |  수정 2018-11-14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인 자치경찰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과 제주·세종 등 5개 시범지역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는 13일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현재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서 맡고 있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사무와 민생치안 업무가 내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자치경찰에 이관된다. 이에 따라 현재 경찰 인력 중 36%인 4만3천명이 지방직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지방분권에 발맞춰 보다 안전하고 질 높은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번 자치분권위가 내놓은 안을 보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자치경찰제가 본격 시행되면 수사 등 관할문제를 둘러싼 사건 떠넘기기 등으로 수사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없다. 특히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이 수사 분야를 나눈다 하더라도 최초 신고 접수시 사건 성격이 불분명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어느 쪽이 처리할지를 두고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범죄의 상당수가 지역경계를 넘나드는 만큼 공조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자치경찰제 도입이후 지금과 같은 치안서비스 유지가 가능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경찰제에서는 모든 지역이 차별 없이 균등하게 서비스가 이루어졌지만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치안서비스에 편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로 경찰인력이 몰리고,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는 인력난을 겪을 수도 있다. 당장은 국비지원과 자치경찰교부세를 거둬 운영 예산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나 장기적으로는 각 시·도별 재정 상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 자치경찰이 경찰청장의 통제가 아닌 자치단체장의 관할이 되면 경찰과 지방권력의 유착, 임명권자에 줄대기 등도 걸림돌이다.

자치경찰제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고 순항하려면 검·경수사권 조정과 연계된 경찰 힘 빼기에만 머무르지 말고 양질의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국가경찰-자치경찰 간의 명확하고 효율적인 역할분담과 치안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앞으로 세부안 마련과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을 수렴해 무늬만 자치경찰이 아닌, 지역주민에 봉사하는 진정한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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