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스포츠·비인기종목’ 구조적 한계가 불화의 싹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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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4   |  발행일 2018-11-14 제31면   |  수정 2018-11-14
19일부터 ‘컬링 팀 킴 사태’ 합동감사 돌입
컬링 1세대 김 前 회장 직대 일가
실제 가족구성팀 많은 특성 이용
주변인 도움으로 컬링 저변 넓혀
가족·지인과 연맹 주요직책 장악
20181114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컬링 대표팀이 2월27일 오후 대구시 북구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2018년 경북체육회 정기대의원 총회 및 제53회 경북최고체육상 시상식에 참석해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남일보 DB>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경북도가 이른바 ‘팀킴 사태’(영남일보 11월9일자 19면 보도)에 대해 합동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문체부 측은 오는 19일부터 12월7일까지 합동감사를 실시하며, 필요에 따라 감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문체부가 총괄하며 문체부 2명, 대한체육회 3명, 경북도 2명 등 총 7명이 감사를 맡는다. 당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경북도가 개별 감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지난 8일 팀킴의 호소문 발표 이후 이른바 ‘김씨 일가’(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 김민정 여자팀 감독, 장반석 남자팀 감독)의 전횡이 속속 드러나면서 규모가 한층 커진 합동감사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감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양측은 왜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까. 팀킴과 김씨 일가측이 발표한 호소문과 사실확인서를 중심으로 ‘팀킴 사태’를 조명해본다.

◆투명하지 않은 금전처리

팀킴은 호소문에서 김씨 일가의 문제점을 △팀 사유화 △감독의 자질 △선수 인권 △연맹·의성군과의 불화 조성 △금전관련 부분 등 5항목으로 나눠 밝혔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에서 선수 인권 침해, 조직 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전 관련 부분에서 팀킴이 제기한 문제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전 부분에서도 ‘상금배분’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컬링은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의 컬링강국에서 골프처럼 투어형식의 대회가 열리며 여기서 상금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컬링 저변이 좁아 김씨 일가는 해외투어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팀킴의 기량을 끌어올려 왔다. 2015년부터는 상금을 획득할 목적으로 컬링투어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해에는 좋은 성적을 거둬 6천만원 정도의 상금을 획득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선수들이 단 한 번도 상금을 배분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팀킴은 상금 등 대외적으로 팀에 들어오는 비용이 모두 김 전 회장 직대의 개인통장으로 들어갔고, 팀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팀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씨 일가 측은 사실확인서를 통해 “상금은 함부로 쓸 수 없는 금액”이라며 반박했다.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참가한 대회에서 상금을 받았으니 이를 마음대로 배분할 수가 없었다는 게 반박문의 골자다.

정작 투어 참가를 지원한 경북체육회 측은 상금 배분 문제에 대해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체육회 전문체육팀 관계자는 “상금은 대회에서 선수들이 잘해서 따낸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배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사례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선적으로 그간 투어 참가를 지원하면서 상금 배분을 막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감사에서 상금배분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원이 이뤄진 대회에서의 상금 배분 문제’에 대한 관계 부처별 해석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켜켜히 쌓인 김씨일가 전횡

팀킴은 김씨 일가의 ‘팀 사유화’를 5개 항목으로 나눠 지적했다. 먼저 이번 올림픽 직전에 김씨 일가가 포함된 엔트리로 여자팀을 구성하려 했다는 정황을 밝혔다. 김초희가 부상을 당해 훈련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김민정 감독을 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에 따르면 김민정 감독은 팀킴과 합을 맞출 만한 기량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에 욕심을 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직대의 아들이자 김민정 감독의 동생인 김민찬도 2017년 의가사 제대 이후 바로 남자팀에 합류하는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씨 일가의 팀 사유화는 언론 대응에도 이어졌다. 인터뷰 때 김 전 회장직대의 업적을 언급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김은정은 올림픽 당시 한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김 전 회장직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 김민정 감독으로 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팀킴은 김민정·장반석 감독 부부 아들의 어린이집 체육대회에 강제동원되기도 했다며 억울함을 표현했다. 또 김 전 회장직대가 자신이 연루된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기 위해 법정에까지 불려갔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김민정 감독의 자질 문제도 김씨 일가의 팀 사유화와 연결된다. 김민정 감독이 김 전 회장직대의 권력을 등에 업고 방만한 태도로 임해왔다는 것이다. 훈련에 늦게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훈련에 참석하지 않은 날도 많았다고 한다. 김은정이 언론에 부각되자 그를 팀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고 한다.

팀킴은 김씨 일가로부터 인권까지 유린당해왔다며 호소했다. 개인 SNS는 금지하면서 정작 김민정 감독은 팀 계정을 통해 선수들의 동의없이 마음대로 게시물을 올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김민정 감독은 주로 김 전 회장직대의 업적을 치하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0월 발생한 인권유린 사건은 팀킴이 호소문을 발표하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중순쯤 김민정 감독이 훈련에 참석하지 않자 김초희가 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이를 전해 들은 김 전 회장직대가 “XX, 지가 뭔데, X 뭐 같은 X”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김씨 일가가 내놓은 사실확인서에는 팀 사유화·인권 문제와 관련한 반박문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다만 ‘어린이집 동원 사건’과 ‘김은정 패럴림픽 점화사건’에 대한 해명만 있었다. 김씨 일가 측은 “선수들의 동의를 받고 어린이집 행사에 참석한 것이고 문자메시지 내용도 있다. 그리고 김은정의 패럴림픽 점화를 막은 게 아니고 처음에 봉송주자로 알아서 다른 스케줄을 진행하려다가 점화자로 나선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계획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한계가 만든 괴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팀킴 사태와 관련된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김경두 회장 직무대행, 김경두 딸 여자 대표팀 감독, 김경두 사위 남자 대표팀 감독, 김경두 사위 동생 충남연맹 사무국장, 김경두 친구 제주연맹 회장…’이라는 글이다. 김씨 일가와 주변인들이 컬링계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같은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그동안 부각되지 않은 건 어떤 이유에서 였을까.

컬링은 ‘가족스포츠’라고도 불린다. 컬링 선진국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합을 이뤄 생활스포츠로 즐기고, 실력을 쌓은 가족팀들은 엘리트 대회에도 출전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도 다른 대표팀들이 가족으로 구성된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은 가족스포츠라는 별칭은 김씨 일가의 전횡을 보기좋게 포장하고 있었다. 김 전 회장직대 역시 컬링을 국내로 도입하며 가족들과 컬링을 시작했고, 그 씨앗이 자라서 지금처럼 성장했다.

비인기 종목의 한계도 김씨 일가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컬링계 요직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 컬링뿐만 아니라 다른 비인기 종목도 저변 확대를 위해 의지를 가진 인물이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아 키워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레슬링 선수 출신의 김경두 전 회장직대를 비롯해 그의 레슬링인 친구들이 컬링계 주요 자리를 맡고 있다. 김 전 회장직대가 컬링을 도입하면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고, 이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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