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사또와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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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  발행일 2018-11-13 제31면   |  수정 2018-11-13
[CEO 칼럼] 사또와 군수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오래전 TV에서 사극이 유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에 사또가 있었다. ‘춘향전’에서 춘향을 핍박하는 원님이 변 사또이고, ‘암행어사 박문수’에서 탐관오리로 등장하는 고을 수령이 늘 사또였다. 사또는 조선 시대에 임금의 명을 받아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로서 그 고을의 최고 권력자며 책임자다. 고을을 다스리는 행정은 물론이고 노동력 징발, 조세를 부과하였으며 분쟁이 발생하면 개략적인 재판도 하고 결과에 따라 처벌과 구금까지 집행하였다. 요즘으로 치면 사또는 입법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권한과 책임 행사를 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당시의 고을 수령은 전제군주인 임금을 대신하여 관할 구역에서는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였다.

우리나라가 선거를 통하여 기초 및 광역단체장을 뽑는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지가 이제 23년을 지나고 있다. 물론 1950~60년대 과도기의 지방자치 시대도 있기는 하였지만 그 시절은 지방자치 역사에서 제외하여도 될 듯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지방자치의 역사가 길지 않다. 하지만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고 개선되어야 할 사항도 있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최근 국민이 지방자치단체에 크고 작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신문, 방송을 통하여 자주 보도가 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해결은 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도리어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근거를 만들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우리 지역에서도 특수시설 입지선정과 재개발 관련 민원, 건축공사 관련 등 여러 가지 민원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농촌지역에서도 동물 화장장이나 태양광 개발, 가축의 축사 신축 관련한 민원으로 자치단체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사를 하다 보면 현장 소장의 능력은 공사 시공능력보다 민원에 대한 적절한 대응력으로 평가받을 만큼 민원의 횟수나 강도가 크다.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고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국민의 자주권이 제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합법적으로 찾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 옛날 관이 자기 편한 대로 권한을 행사한 것처럼 지금 우리 시민이 그러한 길을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특수학교가 들어오게 된 것은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인데 해결이라고 한 것은 비합법적으로 결론되었다. 사는 집 옆에 공사를 하여 소음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자치단체에 소음을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집 옆에 다른 건물이 들어와서 재산의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고 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치단체는 그것을 해결할 권한이 없으며 그것은 법원에서 해결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민원인들이 알고 있을 것인데도 소위 ‘떼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원인은 아마도 표를 인질로 한 우리의 이기심에 자치단체장이 장단을 맞출 수밖에 없는 잘못된 현실의 반복이 아닌가 싶다.

지방자치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임명제에 비하여 단체장이 소신을 갖고 행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를 임명한 시민들이 그에게 제대로 된 의무와 권한을 요구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때라고 생각된다. 개인이나 집단이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할 때는 반드시 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권리와 의무 내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단체장이나 의원들 역시 자신의 권한을 벗어난 요구에 표를 의식하여 무리하게 해결하려는 것은 다음에 또 다른 불합리한 민원을 야기한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이 없을 수 없으며 개인의 이익을 사회적인 합의보다 우선으로 요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은 그 옛날의 전제적인 사또가 아니며 그리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군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표이지 ‘똠방 각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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