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생계형 주거지 화재, 제대로 개선해야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1-13   |  발행일 2018-11-13 제31면   |  수정 2018-11-13

서울 국일 고시원 화재 이후 생계형 주거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종로 관수동에 있는 이 고시원에서는 지난 9일 새벽 화재로 7명이 숨졌다. 월세 30만~40만원짜리 고시원은 더 이상 고시생들의 고시 준비공간이 아니다.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 지 오래다. 가진 것 없는 극빈자(極貧者)들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고시원·쪽방·여인숙 달방인 것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알다시피 생계형 주거지는 화재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다. 대개 비좁은 통로에 다닥다닥 붙은 방, 창문도 거의 없는 낡은 건물, 비상구와 기초적인 안전시설도 미비된 곳이 허다하다. 하지만 거주민은 더 안전한 공간으로 옮길 형편이 안된다. ‘노숙자로 전락하기 직전 단계가 고시원살이’라는 말이 더욱 폐부를 찌른다.

국일 고시원 화재 참사로 숨진 사람 중에는 8년간 막노동을 하던 30대 중반의 미혼 젊은이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아껴서 미래를 준비하던 그도 단잠의 새벽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경기 불황으로 갈수록 일자리가 줄고 있어 일용직노동자와 노령노동자는 더욱 취약 주거지로 내몰리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런 고시원은 서울(6천779곳)에 집중돼 있지만 대구(379곳)·경북(100여곳)에도 적지 않다. 대구는 2010년 고시원이 195곳이었으나 8년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에는 최신 설비에 화재 감지기 등 안전 장치를 갖추고, 안전관리 전담 직원이 상주하는 고시원도 물론 있다. 최근엔 화장실과 세탁기를 갖춘 월 80만원짜리 고급 고시텔도 생겨났다. 하지만 고시원이라는 건물 구조상 대다수가 화재에 취약하다. 국일 고시원처럼 지은 지 오래되고, 건축대장에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국가안전진단 때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있다. 해마다 거듭된 대책마련과 점검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제대로 된 지원책도 없이 탁상공론만 해서는 제2·제3의 국일 고시원 화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도 화재 안전기준을 소급적용하고,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등 실질적인 지원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계형 주거지가 대형 참사를 당하는 사회는 주거복지와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진 사회가 결코 아니다. 정부와 소방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