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너무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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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  발행일 2018-11-13 제30면   |  수정 2018-11-13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유족들의 삶 파탄내는 범죄
음주운전이 만연한 이 사회
반드시 ‘윤창호법’통과시켜
솜방망이 대신 강력 처벌을
[3040칼럼] ‘너무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군 전역을 4개월여 앞두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진 지 48일 만에 윤창호씨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11일, 그의 영결식에서 윤창호씨의 아버지는 스물두 살 아들을 가슴에 묻으며 “온 몸이 다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고(故)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직접 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친구의 사고 사실을 알리고, ‘도로 위의 살인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지난 1일까지 4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했다. 국회에서는 음주운전자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등의 처벌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창호법’이 긴급 발의 됐다. 여야 의원 104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 불과 열흘 후, 발의에 참여한 의원 중 한 명인 이용주 의원은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매사 내 심장(heart)을 그곳에 두고 일한다는 자세로 임하라는 윤리(work ethic)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덕목 중 하나다. 하물며 작은 일이 아닌, 국민의 삶을 바꾸는 입법을 업(業)으로 하는 국회의원의 경우 말해 무엇하리. 윤창호씨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법안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 그의 친구들은 직접 국회를 찾았다. 그런 그들에게 몇몇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씨가 생사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였을 한달 보름. 그 시간 동안에도 우리 중 누군가는 음주 운전을 해 적발됐을 테고, 누군가는 운 좋게(?) 단속을 피해 갔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술자리에서 본인의 음주 운전 무용담을 늘어 놓으며, 윤창호씨를 거론해 그를 욕되게 했을지도 모른다. 윤창호씨가 숨이 멎기 전까지 우리 사회는 얼마나 그에게 힘이 돼 줬을까. 오히려 그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한 건 아니었는지 뒤늦은 반성을 해 본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39명에 이른다. 하루 1명 이상이 술 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셈이다. 지난 8월에는 한 유명 배우의 남편이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동승자 2명을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있었다. 5월에도 술 취한 20대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한 3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렇듯 음주운전 사고는 일상적으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돼 버렸다.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가고, 유가족의 삶을 파탄내는 범죄가 이토록 만연해 있는 사회라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에 뜻을 함께하는 수십만이란 숫자가 과거에 비해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을 뜻한다는 희망적인 해석을 하기엔,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재범률은 절망적이다. 매년 23만여건이 적발될 정도로 만연해 있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재범률은 45%에 이른다. 3회 이상 재범률도 20%에 이른다고 하니, 이쯤되면 음주운전이 상습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인 음주운전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화와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인식 뒤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버티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또는 상해사고의 경우 징역 등의 실형선고 비율이 8%에도 못 미친다. 유족이나 피해자와의 합의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이토록 음주운전에 너그러운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의 경우 그 처벌이 매우 엄하다. 미국은 음주운전 전력자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2급 살인죄를 적용한다. 일본은 음주운전 당사자의 처벌은 물론이거니와 동승자나 술 제공자까지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여야정 협의체에서 5당 대표들은 윤창호법 등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너무 억울하다”는 윤창호씨 아버지의 말처럼, 더 이상은 ‘너무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 절실한 민생법안에 여야가 심장(heart)을 모아 오는 15일 국회본회의에서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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