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축제의 정석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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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  발행일 2018-11-13 제30면   |  수정 2018-11-13
[취재수첩] 축제의 정석
마준영기자<경북부/칠곡>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다. 공식 축제가 하루 3개 꼴로 열린다는 한 통계자료가 이를 증명한다. 대한민국의 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되면서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1천100여개의 65%인 760여개 축제가 1996년 이후 생겼다. 주제도 다양하다. 지역 농특산물을 비롯해 꽃·동물·음식·역사인물 등 부지기수다. 계절 영향도 받지 않는다. 예전엔 주로 봄·가을에 열렸지만, 이젠 삼복더위엔 폭염축제, 겨울엔 얼음축제가 열린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 지역 고유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 관람객 동원이 쉬운 먹거리·볼거리에 치우치는 소비성 행사가 주를 이룬다는 것에 있다. 다른 지자체 축제 베끼기도 도를 넘고 있다. 참신성·정체성이 결여된 이런 축제는 관심과 기대감을 크게 떨어뜨려 결국 축제 무용론까지 불러일으킨다. 실제 전국에서 펼쳐지는 각종 아가씨 선발 축제는 50여개에 이른다. 지역 특산물 축제는 중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중국산 농산물까지 축제장에 등장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나고 있다.

동물을 테마로 한 축제는 어떤가. 80개가 족히 넘는다. 게다가 생명 학대라는 심각한 폐해를 낳으며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꽃 축제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보다 일정을 앞당겨 관광객을 유치하려다 꽃이 피지 않는 축제가 된다. 비슷한 주제로 원조 논쟁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축제는 필요하다. 주민 화합은 물론 지역 특성과 정체성을 알리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2~14일 칠곡보 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린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이 좋은 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특산물을 활용해 먹고 즐기는 ‘그저 그런’ 축제가 아니다. 6·25전쟁의 마지막 보루로 국군과 연합군의 반전 기틀을 마련하고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된 ‘칠곡 다부동 지구 전투’를 통해 전쟁의 아픔을 일깨우고 전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것이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을 개최하는 이유다.

낙동강 대축전은 전쟁·평화라는 무겁고 교육적인 주제임에도 해마다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특히 올해는 32만명의 구름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대박을 쳤다. 축전 평가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28점으로 정부 문화관광축제 평균인 3.74점을 크게 웃돌며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내용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명품 축제라는 축제평가 전문가들의 극찬도 잇따랐다. 물론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민·관·군이 합심해 지역 정체성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축제 문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낙동강 대축전은 ‘전쟁과 호국, 평화’라는 뚜렷한 지역 정체성과 호국을 넘어 평화를 기원하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축제가 길 잃은 대한민국 축제의 이정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마준영기자<경북부/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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