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떠오르자 무대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변신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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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  발행일 2018-11-13 제25면   |  수정 2018-11-13
■ 뮤지컬 라이온킹 대구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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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5일까지 계명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라이온 킹’. (Joan Marcus ⓒDisney 제공)

아프리카 초원을 무대로 옮겨온다면 이런 모습일까. 뮤지컬 ‘라이온 킹’의 오프닝 곡인 ‘Circle of Life’가 시작되자 붉은 태양이 무대 위로 떠올랐다. 무대로 기린과 치타가 걸어 나오고, 객석 통로를 따라 코끼리가 등장했다. 형형색색의 새들도 날개를 쉴 틈 없이 움직이며 무대를 누비고, 가젤은 풀쩍풀쩍 뛰어다녔다. 순식간에 무대가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로 가득 찼다.

지난 9일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식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 효과로 아프리카의 풍경을 구현해냈다. 특히 각 동물의 특징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예를 들면 심바, 심바의 아버지인 무파사, 삼촌인 스카는 모두 수사자이지만, 걸음걸이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구분된다.

배우들의 모습은 동물과 사람을 모두 드러낸 형태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말한 ‘더블 이벤트’다. 배우들의 마스크는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고 몸짓에 따라 움직이는데 정말 동물처럼 느껴지게 한다. 특히 치타 역할을 하는 배우가 눈길을 끈다. 몸통 부분만 인형을 입고 앞다리는 직접 조종하는데 마치 실제 치타가 자신의 앞발을 들어 얼굴을 만지는 듯했다.

700여개의 조명장치를 적극 활용한 무대 표현도 눈길을 끌었다. 조명 따라 무대에서는 붉은 태양이 떠올랐고, 파란 하늘과 칠흑같은 밤으로 배경이 바뀌기도 했다. 특히 심바의 앞에 나타난 아버지 무파사의 환영은 사자 마스크에 조명을 쏘는 것만으로도 구현됐다. 공연 분야에서 영상기술의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조명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캐릭터 특징 살린 배우 연기 눈길
마스크, 몸짓 따라 움직여 ‘역동적’
700여개 조명장치…관객 사로잡아
대구에 맞게 대사 바꿔 웃음 선사


공연되는 나라에 맞게 조금씩 바꾼 대사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코뿔새 자주가 무대 커튼을 보며 “서문시장에서 파는 샤워커튼 같구나”라고 말하고 무파사가 해고하겠다는 농담을 하자 집사인 자주가 “제발 에버랜드로 보내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공식 개막에 앞서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마르 로드리게즈 상주 연출가는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한 것을 공연에 녹여내는데, 한국에서는 번데기를 먹었고 이를 반영한 장면을 공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공연에서 품바가 “번데기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줄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거의 그대로 옮겨놨다. 하지만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자막을 보지 않고 무대에만 시선을 고정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작품 탄생 20주년 기념 인터내셔널 투어로 한국을 찾은 뮤지컬 ‘라이온 킹’의 대구 공연은 예매 첫날인 지난 8월28일 하루에만 2만8천여매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며 지방 공연 사상 당일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대구 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 이어진다. 내년 1월10일부터 3월28일까지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4월에는 새롭게 문을 여는 부산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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