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플라이드 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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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07:33  |  수정 2018-10-19 07:33  |  발행일 2018-10-19 제16면
[문화산책] 어플라이드 시어터
김종백<교육연극연구소 메탁시스 대표>

최근 들어 거리나 공원에서 펼쳐지는 공연 중 지나가는 시민이나 구경 중인 관객을 배우로 참가시켜 그들의 이야기나 이슈화된 사회 문제에 본인의 생각을 관객과 공유하는 공연이 많아졌다. ‘어플라이드 시어터(Applied Theatre)’다. 직역하면 ‘응용연극’ 또는 ‘실용연극’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어플라이드 시어터는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연극의 교육적·사회적 가치에 주목하여 발전되고 있는 다양한 연극을 총칭하여 말한다. 교육연극 국제 학술지 RIDE에서 한 설명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시어터는 전통적인 무대 공간을 벗어나 공원·마을 회관·문화센터·미술관 등에서 학생이나 어린이 등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의 일반 구성원, 특히 사회적·문화적 소외 계층(빈곤층, 노인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그들이 겪는 문제점이나 고민 등을 함께 나누고 돕는 작업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즉 어플라이드 시어터는 연극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 혹은 연극을 접할 기회로부터 소외된 사회 계층의 사람이 직접 연극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의 관점과 사고를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양한 공간의 연극이라는 예술 형식 안에서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우게 된다. 한마디로 ‘연극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버드실리는 ‘비평주의 철학에서 미학의 문제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예술의 내재적 가치인 미적 경험은 내부적 여러 갈등을 정화해주고 지각과 분별력을 순화시켜 주며, 상상력을 개발시켜 주고, 상호 공감과 이해를 배양시켜 준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같이 논의해 봐야 할 게 있다. 어플라이드 시어터가 다양한 개인과 공동체 성원의 참여를 강조하고 연극의 사회적 역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유용성의 가치가 예술의 가치에 우선하는가’하는 문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어플라이드 시어터에 참여하는 관객도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다.

존 듀이는 미적경험을 순수예술의 관조에서 오는 즐거움에 한정하지 않고 ‘삶의 경험으로서의 미적경험’을 주장한다. 삶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익히고 깨치는 것이 예술의 목표라는 것이다. 듀이의 주장대로 대안적·실험적 미학이 어플라이드 시어터에서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한정된 계층만 향유하던 예술과 문화의 담론에서 더욱 넓고 다양한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어플라이드 시어터가 연구되고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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