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극장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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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07:59  |  수정 2018-10-18 07:59  |  발행일 2018-10-18 제22면
[문화산책] 소극장 오페라
마혜선<성악가>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무르익어감과 동시에 어느새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지난해부터 오페라의 저변확대와 지역 예술인들의 폭넓은 참여의 일환으로 소극장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소극장 오페라는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깝고 공연시간도 일반 오페라에 비해 짧다. 그래서 일반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와 대구지역의 소극장, 이상화 고택 등에서 네 편의 소극장 오페라를 선보였다.

소극장 오페라 첫 번째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현대 희극오페라 대가로 불리는 세이무어 바랍의 ‘버섯피자’다. 이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은 밝지만, 주인공들의 상황과 감정을 굵고 진지하게 표현하면서 만남, 사랑, 배신, 질투, 증오, 그리고 죽음까지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인간 내면의 무거운 감정을 가볍게 담아내어 블랙코미디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국어로 공연이 되기 때문에 한결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소극장 오페라 두 번째 작품은 창작 작품 ‘놀부전’이다. 유능하지만 못된 놀부, 착하지만 무능한 흥부 이야기다. 판소리 소설 ‘흥부전’을 새롭고 독특하게 재해석한 희극오페라다. 흥부전 속 조선시대의 권선징악적 관점을 현대적 시선으로 다시 그려내 관객들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또한 극 곳곳에서 표현되는 시대적 풍자와 해학을 통해 일반관객에게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어린이에게는 창의력 향상을 위한 예술교육의 현장이 된다.

세 번째 작품은 부파(buffa) 오페라의 효시인 ‘마님이 된 하녀’다. 전막 오페라 초연 때 막간 오페라로 관객 앞에 선보였다가 본 공연보다 큰 인기를 누리게 된 작품이다. 어리석은 부자 귀족을 하녀와 하인이 힘을 모아 관계를 역전시키는 상황을 통해 풀어내는, 당시 귀족 문화에 대한 풍자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슬랩스틱 코미디, 연극적인 요소로 관객들이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작품은 김동명 작곡의 ‘빼앗긴 들에도’다. 대구 근대문화의 산실이라 불리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이상화의 삶과 작품을 모놀로그 형식의 대화와 아리아로 새롭게 구성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깊은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낸다.

이처럼 소극장 오페라는 만드는 이에게는 다양하고 끊임없는 실험무대를 제공하여 무대를 활성화시키고, 또한 아직도 오페라를 어렵게 느끼는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오페라의 저변확대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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