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대구 자영업자, 탈출구 없나] (하) 불황 속 ‘안정 매출’ 이뤄낸 업주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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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07:24  |  수정 2018-10-18 07:24  |  발행일 2018-10-18 제3면
철저한 창업 준비…영세업소 경영컨설팅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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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랜 준비를 거쳐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구 치맥킹을 찾은 손님들이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있는 모습. <치맥킹 제공>

일자리가 많지 않은 대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준비없이 창업한 이들 중 상당수는 운영을 제대로 못해 문을 닫는다. 하지만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탓에 또다시 빚을 내 재창업에 나서면서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빚을 안은 자영업자들은 외발이 자전거에 올라 탄 것처럼 멈추면 쓰러진다. 체력이 바닥이 날 때까지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모든 자영업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수년간 경험과 준비를 거쳐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창업,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며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이들도 있다. 설사 준비없이 창업을 했더라도 뒤늦게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희망의 빛을 찾아낸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통해 폐업과 재창업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과당경쟁 속 호황 업소

지난 5월 대구 신천시장 스타벅스 옆에 문을 연 향토 치킨프랜차이즈 ‘치맥킹 수성점’. 3억원가량을 투자해 문을 연 이후 매월 8천만~9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직원 7명 정도의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도 순수익은 월 1천500만원가량. 바로 길 건너편에 있던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점이 치맥킹 개점 이후 소형 배달매장에서 프리미엄 매장으로 바꿨지만, 치맥킹의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주변 100m 이내에 치킨집이 5곳이나 몰려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그중 한 곳은 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치킨프랜차이즈 본사다. 그럼에도 신생 업체가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오랜 준비 덕분이라고 윤민환 치맥킹 대표(53)는 설명했다. 윤 대표는 수성구 황금네거리 인근에서 치킨브랜드 체인점을 2년 이상 운영했고, 이전에는 미국 전역을 돌며 유명 치킨집을 방문해 보며 창업을 준비했다.


올해 5월 문 연 대구 신천시장 ‘치맥킹’
치열한 경쟁 속 月 순수익 1천500만원
업체대표 “美 전역 유명치킨점 둘러봐”

작년 개업 대구법원 인근 ‘일미 고디탕’
좋은 식재료로 정성 다했지만 늘 고전
전문가 경영진단·처방 후 흑자 돌아서



윤 대표는 “후발주자에 신생업체지만 치킨값은 다른 곳보다 10% 더 비싸다. 하지만 신선한 샐러드, 닭가슴살로 만든 칩 등을 서비스로 내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 치킨업계의 스타벅스 같은 느낌을 받도록 했고, 그게 성공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 전체가 어렵긴 하지만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경우 실패 확률을 낮출 뿐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희망을 찾아내는 자영업자들

지난해 1월 수성구 법원 맞은편 100㎡가량(30여평)에 ‘일미 고디탕’을 연 류현지 사장(59). 고향인 경주 산내에서 고디탕을 자주 먹었던 류 사장은 대구에서 같은 맛을 찾을 수 없자, 이를 메뉴로 식당을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보증금 2천만원 월세 110만원에 가게를 얻었고, 권리금 5천만원에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전까지 식당은 물론 다른 장사를 해본 적 없던 그였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내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에 부풀어 식당 문을 열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정성을 다했고, 도매시장에서 원재료를 살 때는 무조건 좋은 재료를 고집했지만, 손님은 기대만큼 오지 않았다. 직원 4명의 인건비와 재료비를 빼고 나면 늘 적자였다. 그렇게 올 4월까지 본 손해만 7천만원.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는 본인 인건비는 단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올해 초 수성구청에서 진행한 ‘소규모 영세업소 경영 컨설팅’은 구세주였다. 메뉴판 디자인 수정, 식기 교체, 광고 방식 변경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손을 봤고, 원가 계산 방식에 대해서도 눈을 떴다. 그 결과 컨설팅 이전보다 손님이 30~40% 늘면서 월 200만가량은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일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셈이지만,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에 만족한다.

류 사장은 “진단 결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만 좋았고 나머지는 모두 엉망이었다. 장사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열심히, 청결히, 제일 좋은 재료만 쓰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후회했다. 이어 “컨설팅을 받고 난 뒤 달라진 것 같다. 아직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사전 컨설팅을, 만약 장사가 제대로 안된다면 전문가 진단을 받으면 분명히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성구청은 지난 3~6월 지역 10개 업소를 대상으로 ‘소규모 영세업소 경영 컨설팅’을 진행했다. 손님을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조사한 뒤 전문가 진단과 처방을 통해 해법을 찾아냈다. 이후 한 차례 더 미스터리 쇼퍼가 해당 업소를 찾아 컨설팅 결과가 잘 반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88.5점으로 기존보다 12%가량 상승했다. 매출액 비교는 내년 2월쯤 가능한 상황이지만, 컨설팅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85%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수성구청은 보고 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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