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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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07:59  |  수정 2018-10-17 07:59  |  발행일 2018-10-17 제24면
[문화산책] 자영업자
김인숙 <카페책방 ‘커피는 책이랑’ 대표>

부모님은 옷가게를 운영했다. 집의 방 한 쪽에 바닥에서 천장까지 짜여 있던 앵글 선반에는 가게 창고에 들어가지 않는 재고들이 쌓여 있었다. 그곳은 나의 놀이터였다. 옷걸이에 줄줄이 걸린 다양한 색깔의 옷, 종류며 길이가 다른 옷 사이를 오가며 어른이 되면 이런 옷들을 꼭 입어볼 거라고 골라보기도 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님은 자영업자였고, 돌아가실 때까지 자영업자였다. 그래서 자영업자가 되기 싫었다. 하루 매출에 울고 웃는 삶, 부모님은 항상 가게 문을 열어두고 있느라 자식에게 내주는 시간은 적은 삶을 살아왔다.

지난 6일 책방 ‘더폴락’에서 열린 독립출판물 마켓인 ‘아마도 생산적 활동’에서 만난 김지연 작가의 ‘자영업자’ 책을 바라보며 한참 부모님을 생각했다. 이 책은 사진집이다. 다양한 분야의 업장 모습과 그곳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정면 사진이 이어진다. 그리고 동영상으로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뒤에 실려 있다. 자영업자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다기보다는 내 생각에는 기록의 의미가 있겠냐는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자영업자’ 사진집을 모두 읽고 나서 이제는 자영업자가 기록되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IMF 외환위기 여파와 더불어 부모님의 옷 가게는 문을 닫았다. 방 한 쪽 앵글 선반에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재고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옷가게를 정리하고 돈을 빌려 다시 다른 가게를 준비했다. 회사에 취직한다거나 다른 직업을 갖기엔 그들은 너무 멀리 왔을 것이다.

자영업자가 되기 싫었던 나도 자영업자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가게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임차료 문제로 가게 이전도 해봤고,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함께하는 이와 매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고 있다. 계산기를 두들기고, 막연한 희망과 확실한 불안 사이를 오가며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이 지금 내 나이였을 때쯤 옷가게를 정리했을 테니 그때나 지금이나 자영업자의 폐업 결정에 따른 사회 보호막은 잘 짜여 있지 않고, 자영업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조각들을 붙잡아 왜 자영업을 선택하게 됐는지, 어떤 마음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지, 흩어져 있던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모아 엮은 김지연 작가에게 자영업자로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김인숙 <카페책방 ‘커피는 책이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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