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도시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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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5 08:06  |  수정 2018-10-15 08:06  |  발행일 2018-10-15 제24면
[문화산책] 도시의 이미지
박선경

“자, 눈을 감고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간단히 그려봅니다. 집!” 18년 전 대학생들에게 ‘집’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게 하면 흔히 집의 원형으로 생각하고 있는, 직사각형 위에 삼각형이나 사다리꼴의 지붕이 있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10년이 지난 후 같은 실험을 하니 많은 대학생들이 직사각형 모양의 집을 그렸다. 집의 원형에서 더 이상 지붕의 형태가 보이지 않아서 사뭇 놀랐다. 학생들에게 어떤 주거유형에서 거주하는가를 물어보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파트에만 살아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우리가 만든 도시환경은 우리의 인지와 지각 세계 및 행동에 영향을 준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에게 ‘대구’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게 한 결과, 예전에는 이월드타워(우방타워)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신천, 사과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보여준 결과물은 신천, 산, 교차로, 고층건물, 이월드타워 순이다. 더 이상 사과는 보이지 않고 이월드타워의 빈도도 낮아졌다.

도시의 이미지는 그 도시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케빈 린치는 ‘도시의 상(The image of the city)’에서 도시 이미지 구성요소 5가지를 통로, 구역, 가장자리, 랜드마크, 결절부로 설명한다. 통로는 일상적으로 혹은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다. 구역은 2차원적 넓이를 가지는 면적이다. 가장자리는 지역과 지역을 구분할 수 있는 선형 요소로 강, 철로, 해안 등이다. 랜드마크는 지역 및 주변에서 가장 시각적·상징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으로 탑, 오벨리스크, 기념물 등이다. 결절부는 통로 간의 교차점으로 교차로, 광장 등이 해당된다. 이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보다는 상호작용하면서 이미지를 만든다.

도시 간 무한경쟁이 시작되면서 많은 도시가 각자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 등 많은 도시가 랜드마크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대구는 랜드마크가 있을까? 랜드마크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일반적으로 건물의 높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최고 높이의 건물이 그 도시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보다 아부다비의 루브르 다부다비 혹은 그랜드 모스크가 더욱 매력적이다. 랜드마크 건물을 구상할 때 높이에 집착하지 말고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에 치중하면 좋겠다.박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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