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아동 성 학대 의혹 칠레 고위 성직자 2명 환속

  • 입력 2018-10-14 00:00  |  수정 2018-10-14
교황-칠레 대통령 면담 후 이례적 강경 조치 발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을 받는 칠레 주교 2명을 전격 환속 조치했다.
 교황청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칠레 도시 '라 세레나'의 명예 대주교인 프란시스코 호세 콕스 우네에우스(85), 이키케 명예 대주교인 마르코 안토니오 페르난데스(54) 등 2명에게서 사제직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이들의 환속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 학대 행위 때문이라고 적시하며, 혐의가 확실히 인정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번 결정은 재심의 여지가 없는 최종 판단이라고 못 박았다.
 
환속은 성직자에게 성직을 박탈하고, 평신도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 사제에게 교회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처벌로 간주된다.
 교황청의 이 같은 발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면담한 직후 나온 것이다.

 교황청은 교황과 피녜라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사제에 의한 아동 성 학대 파문을 논의하고, 그런 범죄와 범죄의 은폐에 맞서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모든 노력을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칠레 교회는 최근 사제들이 과거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의혹이 속속 드러나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칠레에서 1960년 이래 자행된 아동 성 학대 연루 혐의로 사법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른 교회 관계자는 주교와 사제, 평신도 등 총 167명에 달한다.

 교황청이 이번에 칠레 주교 2명을 추가로 환속 조치하고, 그 이유까지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한 것은 교황청이 사제에 의한 아동 성 학대 문제에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이들 주교 2명이 이미 직분에서 은퇴한 상태라는 점에서 교황청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고령의 우네에우스 주교는 현재 독일의 한 가톨릭 수도회에 소속돼 독일에 체류하고 있으며, 페르난데스 주교는 건강 문제로 2012년 은퇴한 뒤 페루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은 그동안은 성직자가 저지른 성적인 비행과 범죄, 이에 대한 은폐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칠레를 비롯해 미국, 호주,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추문이 속속 드러나며 가톨릭 전체의 신뢰성이 흔들리자 교황청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한편, 칠레 교회를 뒤흔든 성 학대 파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로 직접 불똥이 튀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방문 때 칠레 아동 성 학대 파문의 중심에 선 인물인 페르난도 카라디마(87) 신부의 범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아 온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교황은 이에 앞서 피해자 단체의 반발에도, 카라디마 신부의 애제자인 그를 2015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해 논란을 빚었다.
 교황은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비판받자 칠레, 페루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며 사과하고, 이후 교황청 특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하도록 했다.

 교황은 이후 칠레 주교단 전체를 지난 5월 바티칸으로 소환해 칠레 교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했고, 이에 칠레 주교단은 교황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가톨릭 역사상 한 나라의 주교 전체가 사표를 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교황은 이들 가운데 바로스 주교를 비롯해 5명의 사표를 지난 6월 수리했고, 지난달에는카라디마 신부의 성직을 박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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